정보통신부가 해외에서 운영되고 있는 친북 한글 사이트 31곳에 대해 접속차단 조치를 취하기로 한 데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선정기준도 자의적이고 실효도 없을 뿐더러 경색국면의 남북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다.
***정통부, "해외 운영 친북 사이트 31곳 접속 차단"**
정통부는 최근 국가정보원과 경찰청이 통보해온 31개 친북 한글 사이트에 대해 이달 중순께부터 접속차단 조치를 취하기로 하고 KT, 하나로텔레콤 등 12개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에 의견서를 보냈다고 4일 밝혔다
정통부 관계자는 "국정원과 경찰청이 위법 사이트 차단을 요청했고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도 불법 통신은 금지돼 있다"며 "법에 따라 정통부 장관이 위법 사이트를 차단하고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에 이행 강제 명령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6일까지 KT 등의 의견을 듣고 검토해 이달 중순께 해당 사이트의 접속 차단을 공식 결정할 예정"이라며 "아직 협의 중이라서 구체적인 사이트 명단과 숫자는 공개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반국가 단체를 찬양.고무하는 사이트가 차단 대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9월 경찰청이 한나라당 박찬숙 의원실에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8월까지 파악된 해외 친북 사이트는 총 40개로 일본 총련이 운영하고 있는 <조선신보>를 비롯해 <조선통신>, <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 <민족통신>, <통일학 연구소>, <백두넷>, <조선의 노래> 등이 포함돼 있다. 박의원실 관계자는 "최근 경찰청이 3곳을 추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중 어느 것이 누락되고 추가돼 이번 31곳이 선정됐는지는 확인중"이라고 지적했다.
정통부의 친북 사이트 차단은 지난 1997년부터 2000년까지 17건을 차단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9월에도 국내의 친북 사이트 2곳이 적발됐으나, 운영자측이 자진 폐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색국면 남-북관계에 부정적 영향 끼칠 가능성**
정통부의 친북 사이트 차단 추진에 대해 정부 일각에서는 대북 관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남북관계가 경색돼 있는 상황에서 이들 사이트를 접속 차단하면 남북간 불필요한 신경전만 불거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이와 관련, 통일부 등 유관부처는 접속차단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통일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재 남북경색 국면은 북핵 등 구조적이고 큰 문제로 초래된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친북이라는 단어 자체가 중립적이지 않은 말이고 북한으로서는 남한이 남북교류한다면서 이를 막는다고 비난할 수도 있는 일”이라고 우회적으로 우려를 피력했다.
그는 또 “개인적으로 <조선신보>나 <조선통신> 등은 실무자로서 북한의 상황을 알기 위해 간혹 들어가고 있다”며 “차단조치가 실질적으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국민수준으로 볼 때 이러한 사이트를 보고 현혹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통일부도 크게 우려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친북 사이트 선정 자의적 기준도 문제", "실효성도 없어"**
친북 사이트에 대한 선정 기준과 실효성 역시 논란거리다.
우선 국가보안법을 둘러싼 존폐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가 자의적인 기준에 의해 친북 사이트를 선정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경찰청이 파악한 친북 사이트에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조선통신> 등 국내언론이 북한의 공식성명 등을 확인하기 위해 자주 확인하는 사이트는 물론, <조선의 노래>, <조선복권> 등 북한의 노래를 제공하는 사이트나, 복권 사이트까지 포함돼 있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이와 관련, "이번에 차단되는 사이트는 법원에서 불법 판정을 받은 곳이 아니라 정부가 자의적인 기준으로 불법성을 판단한 곳"이라며 "최근 국폐법 존폐 논란에서 볼 수 있듯이 그런 자의적인 기준에 대해서 상당수 시민들이 납득을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오병일 사무국장은 이런 식의 규제가 가져올 효과에 대해서도 "해외에 있는 친북 사이트를 다 규제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차단은 실효성도 없다"며 "실효성도 없는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여 시민들의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접근권만 가로막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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