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부터 5년 동안 추진해온 한탄강댐이 사실상 백지화된다. 대통령 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기존의 한탄강댐을 백지화하는 대신 홍수 대책 방안으로 강 옆에 대형 웅덩이(천변저류지) 2곳을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기존 댐보다 규모가 작은 홍수조절용 댐을 건설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5년 끌어온 한탄강댐 백지화, 대신 홍수조절용 댐 건설**
지속발전가능발전위 '한탄강댐 갈등조정소위원회'는 5년 동안 찬반 논란을 거듭해온 한탄강댐 건설에 대한 대안으로 천변저류지 2곳과 순수 홍수조절용 댐을 건설하기로 했다고 2일 밝혔다.
천변저류지는 강 옆에 대형 웅덩이를 만드는 것으로 일본과 유럽 등에서는 홍수 대책 방안으로 상당수 운영되고 있다. 지속가능발전위는 임진강 유역의 장단지구와 석장2지구 등 2곳에 천변저류지를 건설해 시범적으로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지속가능발전위는 기존 한탄강댐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는 대신 대형 홍수를 방지할 수 있는 순수 홍수조절용 댐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천변저류지 운영 경험이 없는 것을 감안해 기존 한탄강댐보다 작은 규모의 홍수조절용 댐을 건설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천변저류지의 효과, 댐의 홍수조절 효과와 규모 및 안전성은 다시 1년간 환경단체, 지역주민, 중립적 전문가와 정부가 참여하는 공동협의회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지속가능발전위는 2~3일 찬·반 지역주민과 정부, 환경단체 등 관련 당사자 회의를 소집해 이런 최종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해당 당사자들은 지난 8월27일 '지속가능발전위에 최종결정권을 위임하고, 결정에 이견이 있더라도 반대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합의를 한 바 있다.
***정부-수자원공사, "댐 짓고 보자" 관행에 쐐기 박아**
이번 지속발전가능위의 결정으로 지난 1999년부터 5년 동안 환경단체, 정부, 찬ㆍ반 지역주민이 갈등하면서 표류해오던 한탄강댐 건설은 사실상 백지화로 결론이 나게 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2월 한탄강댐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지속가능발전위가 나서 '사회적 갈등에 관한 새로운 조정 프로세스'를 만들어 볼 것을 지시한 바 있다. 이번 결정이 당사자들에 의해 받아들진다면 갈등 당사자와 제3의 조정자가 합의한 갈등조정절차에 따라 조정자가 이끌어낸 결론을 갈등 당사자가 받아들인 최초의 사례가 된다.
특히 이번 지속가능발전위의 결정은 정부와 한국수자원공사 등이 대형 댐 건설을 강행하기 위해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수렴 절차를 무시하고, 그 효과를 과장해 온 관행에 대해 경종을 울린 계기가 될 전망이다.
***환경단체ㆍ반대 주민, "댐 축소강행 손 들어준 것일 뿐"**
하지만 환경단체와 반대 지역주민은 지속가능발전위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향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등 34개 환경단체들로 구성된 한국환경사회단체회의는 2일 "앞뒤 안 맞는 지속가능발전위의 조정 결정은 갈등만 더 키울 것"이라는 반발 성명을 내고, "홍수 조절을 위한 댐 계획에 하자가 많다면서 또다시 홍수조절용 댐을 추진하기로 한 결정은 앞뒤가 안 맞다"고 지속가능발전위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지속가능발전위가 정부의 자료와 주장에 기울어진 상태에서, 갈등 주체들의 비판을 모면하기 위해 정치적 수사만 늘어놓고서 정부를 두둔하는 결론을 내렸다"며 "앞으로 (홍수조절용 댐과 관련한) 운영 과정에서 다시 한번 갈등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속가능발전위의 '중재적 조정'은 결코 성공하지 못했다"며 "지속가능발전위의 일방적 추진에 반발해 회의 참여를 거부한 반대 운동 주민들의 태도에 명분이 있으며, 환경단체들도 이들과 함께 하겠다"고 이번 중재에 대한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 "한탄강댐 백지화 약속"**
한편 지속가능발전위의 결정과 별개로 지난 23일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은 군수 재보궐 선거를 앞둔 철원을 찾아가, "한탄강댐 백지화"를 약속해 또다른 '갈등의 불씨'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홍수 조절을 이유로 한탄강댐 건설을 강하게 희망해온 연천ㆍ포천 주민과 달리 상류의 철원 주민들은 한탄강댐 건설을 강하게 반대해 왔다. 이번에 철원에서 열린우리당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댐 건설이 결정될 경우 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지속가능발전위를 통한 해결 방식이 사실상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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