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전 어린이집 차량운전 기사로 일할 때 일이다. 당시 어린이집의 10년차 보육교사인 A씨는 등·하원 차량탑승과 아동 전담보육을 담당했다.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내리느라 허리에 무리가 갔고 수술까지 받아야했다. 그러나 남편 벌이가 시원치 않아 일을 쉴 수 없었다. 돌봐야할 아이들이 눈에 밟혀 치료할 시간조차 내기 어려운 형편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시작되는 수업 준비와 차량 동승, 수업진행, 낮잠 재우기, 하원 차량동승, 부모 상담 전화, 보육일지작성, 교실 청소까지... 보육교사의 하루는 한시도 쉴 틈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교사에게 자기 업무를 부탁하고 병원에 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교사들이 과도한 업무와 육체적 노동에 노출되어 있으며 허리와 팔꿈치 질환을 앓고 있다. 육체노동을 상상하기 힘든 보육교사의 현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세계적 전염병의 확산으로 고통을 받지 않은 곳이 없다. 유치원과 어린이집도 예외가 아니다. 운영을 책임진 원장들과 학부모의 고충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해결방법은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 학부모들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휴원이 길어진 것에 대한 보육비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집에서 부모가 보육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보육교사들의 임금을 지급할 이유가 없다고 청와대국민청원도 진행 중이다. 가뜩이나 맞벌이 하는 부부에게 어린아이의 보육까지 맡겨지는 상황은 예삿일이 아니기에 부모의 입장에서 보육료 반환요구는 어쩌면 당연하다.
원장들도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3월 입학이 취소되고 양육수당으로 전환하는 부모님들이 늘어나면서 아동이 없어진 영세 어린이집은 그야말로 문을 닫을 지경이다. 상당수 원장들은 자구책으로 보육교사에게 권고사직을 고려하고 있다는 내용의 고충상담이 필자가 있는 '울산노동인권센터'에 계속 접수되고 있다. 이래저래 모두가 힘든 상황이긴 마찬가지다.
우리가 여기서 간과하는 것이 바로 일선에서 보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이다. 보육교사, 유치원 교사도 생계를 위해 나선 여성노동자이다. 세계가 긴장하고 있는 감염병으로 인한 휴원의 손실을 보육교사나 유치원 교사 임금을 줄이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잘못된 접근이다.
사립이건 공립이건 모든 학교는 공교육을 하는 교사들로 안정적인 고용이 보장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국가수준의 누리과정, 표준보육과정을 하는 어린이집, 유치원 교사들의 안정적인 고용 또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우리사회가 충분히 지불해야 될 비용으로 인식돼야 한다.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과 과도한 업무에도 묵묵히 유아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보육교사들에게 한 달 수업을 안 했으니 임금을 줄여야 한다는 논리는 교육을 오로지 소비재로만 인식하는 사고의 발로다.
바람직한 교육은 자판기처럼 동전을 넣으면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교사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적정 생활임금 보장과 안정적인 심리상태가 전제 되어야한다.
학교 교사들에게 방학으로 한 달 수업을 못했다고 학부모들이 수업료 반환을 요구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린이집 유치원 교사들의 안정적 근무와 적정임금의 보장도 이런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국가적 재난에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끼리의 소모적 논쟁이 아니라 정부와 관계부처에 해결방안을 요구하고 우리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보육교사들에게 지지와 응원을 보내자. 보육비 환불요구에 가슴 졸일 교사들에게 격려를 보내자. 그것이 결국 우리 미래인 아이들을 위하는 것임을 그리고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열정과 사랑으로 보답해 줄 것임을 믿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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