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1년여만에 29일 밤(현지시간)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에 공개한 비디오 메시지를 통해 9.11 테러를 자신이 주도했음을 밝히며, 미국에 대한 대규모 동시테러 공격을 경고해 미국을 발칵 뒤집었다. 특히 조지 W. 부시 대통령진영은 선거일을 나흘 앞둔 시점에 나온 빈 라덴의 경고가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대선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빈 라덴, 제2의 대규모 테러공격 예고**
아랍의 전통적인 흰색 복장에 흰 터번을 쓰고 소매없는 외투를 걸친 빈 라덴은 이날 미국민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미국의 두 빌딩을 파괴하기로 결심했었다"며 "이는 우리는 자유인이고 조국의 자유를 되찾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밝혀, 9.11 동시테러를 자신이 주도했음을 최초로 시인했다. 그는 "1982년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고층 빌딩을 공습한 것을 보고 미국의 마천루들을 공격할 생각을 갖게 됐다"고 구체적 과정을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이라크침공을 맹비난했다. 그는 "미국은 현재 이라크에서 어린아이를 포함한 무고한 사람들을 학살하고 있다"며 "미국은 이라크의 석유를 탐내 수백만톤의 폭탄을 이라크 어린아이들 머리위로 쏟아붓고 있다"고 비판했다.
빈 라덴은 이어 "9.11 사건이후 4년째 접어들었지만 부시 미국대통령이 아직도 당신들(미국민)을 기만하고 사건이 벌어진 진짜 이유를 숨기고 있다"며 "이는 2001년 9월 11일에 벌어진 사건이 재발할 이유가 아직 남아 있음을 의미한다"며 제2의 대규모 동시테러를 예고했다.
빈 라덴은 부시에 대해 "나는 소위 최고지도자(부시)라는 자가 두 빌딩안의 5만명에 달하는 자신의 국민이 그를 절실히 필요로 할 때 그들이 외로이 공포스런 사건에 직면하도록 외면할 줄은 몰랐다"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미국인, 당신들의 안전은 당신들의 손에 달려 있다"**
그는 이어 "당신들(미국민)이 9.11 사건의 재발을 피할 길을 가르쳐주겠다"면서 "당신들의 안전은 케리(민주당후보)나 부시(대통령) 또는 알카에다에 달려있지 않다. 당신들의 안전은 당신들의 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시 정부는 부패한 아랍 정부들과 닮았다"며 "또다른 재앙을 피하는 최선의 길은 아랍인들의 분노를 유발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해, 미국민들에게 나흘 뒤 미국대선에서 부시를 뽑지 말 것을 노골적으로 경고했다.
종이 한장분의 메시지를 읽는 그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힘이 있었으며 사이사이에 집게 손가락을 들어 요점을 강조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이 테이프를 29일 입수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 입수 경로는 공개하지 않았다. 알-자지라는 2003년 9월에도 빈 라덴이 2인자인 아이만 알-자와히리와 함께 지하드(성전)를 촉구하고 9.11 공격대원들을 찬양하는 모습이 담긴 비디오 테이프를 방영한 바 있다. 지난 4월에는 한 아랍 TV방송이 빈 라덴의 것으로 추정되는 오디오 테이프를 공개한 적이 있다.
***부시 "미국 안전하다" 진화에 급급**
빈 라덴의 비디오 메시지는 선거일을 나흘 앞두고 박빙의 경합을 벌이고 있는 부시-케리 양진영을 발칵 뒤집었다. 특히 케리의 막판 맹추적에 진땀을 흘리고 있는 부시진영은 빈 라덴의 메시지가 막판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크게 부심하는 분위기다.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은 29일 빈 라덴이 대규모 공세를 예고하자 서둘러 "미국민들은 위협받지 않을 것"이라며 진화작업에 나섰다. 부시대통령은 오하이오주 톨리도에서 "매우 분명히 할 것이 있다"면서 "미국민들은 적에게 위협받거나 영향받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케리 상원의원도 이에 동의할 것으로 믿는다"면서 "우리는 이들 테러리스트와 전쟁중"이라고 강조했다.
반면에 케리후보는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WISM방송과 회견에서 "부시대통령이 오사마 빈 라덴을 추적하는 데 미군을 사용하지 않고 외국에 맡겨 빈 라덴을 잡을 기회를 놓쳤다"며 빈 라덴을 잡는 대신 엉뚱하게 이라크전을 벌인 부시를 맹성토하고,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빈라덴을 추적해 제거하겠다"고 다짐하는 등 빈 라덴 메시지를 선거전에 적극 활용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빈 라덴의 메시지가 과연 선거에 어떤 결과를 미칠지는 아직 예측하기 힘들다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일일여론조사를 하고 있는 선거전문여론조사기관 조그비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9일 조사에서 부시와 케리는 47%로 동률을 기록해 케리가 막판에 상승세를 타고 있음을 보여줬다. 28일 조사에서는 부시가 케리를 2%포인트 앞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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