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환경 자산과 문화유산 보전을 위한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 NT) 운동'을 지원하기 위한 법 제정이 추진된다. 하지만 환경부와 문화관광부의 '제 밥그릇 챙기기' 때문에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관리하는 법인을 따로 두기로 해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내셔널 트러스트 지원법, 28일 입법예고"**
환경부는 27일 오전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자산에 관한 국민신탁법안'을 최종 확정해 10월28일 입법예고한다"고 발표했다.
국민신탁법안은 그 동안 정부 주도로 추진돼 온 자연 환경 자산과 문화유산 보전 정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민간 차원에서 보전 가치가 큰 지역을 매입ㆍ보전ㆍ관리하는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을 지원하는 것이다.
환경부는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에 대한 세제 혜택을 법안에 명시해 국민신탁 및 기부자에 대해서 국세(소득세ㆍ법인세ㆍ상속세ㆍ증여세) 및 지방세(등록세ㆍ취득세ㆍ재산세ㆍ종합토지세)를 면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신탁에 대한 정부 및 지방 예산의 출연과 지원도 가능해져 시민들의 자발적인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에 대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일부 지원도 가능해진다.
환경부는 공청회 등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 뒤 국무회의 의결, 국회 의결 등 입법 절차를 거쳐 2005년 중 공포해, 2006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내셔널 트러스트, "시민들이 환경과 문화유산 지킨다"**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은 시민들이 자발적인 모금을 통해 보전 가치가 큰 자연 환경 자산이나 문화 유산을 매입해 보전ㆍ관리하는 운동이다. 1895년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된 이래 현재 미국ㆍ호주ㆍ일보 등 30여개국에서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내셔널트러스트', '무등산 보호 단체 협의회' 등 20개의 내셔널 트러스트 단체들에서 약 2만4천8백29명의 시민이 기금 80여억원을 운영하며 활동중이다. 이들 단체들은 강화 매화마름 군락지, 동강 생태계 보전 지역 내 제장마을 토지, 우면산, 무등산 등을 기증ㆍ매입해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에는 내셔널 트러스트 단체들과 환경단체들이 서울 난지도 골프장을 다시 시민들의 공원으로 되찿기 위한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자연환경-문화 별도 법인, 환경부-문광부 '밥 그릇 챙기기'**
이렇게 힘겹게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을 전개해온 단체들은 이번 환경부의 법안에 반발하는 분위기다.
이번 법안이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관리하는 법인을 따로 두기로 정했기 때문이다. 신탁법안에 따르면, 자연환경을 관리하는 '자연환경자산 국민신탁'과 문화유산을 관리하는 '문화유산국민신탁'을 따로 두기로 했다. 그 동안 내셔널 트러스트 단체들은 "자연과 문화유산을 아우르는 법인을 따로 설립하지 않을 것을 기본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해왔다.
이런 단체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문화관광부(문화재청)는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은 다르다"며 별도 법인을 강하게 주장해왔다. 결국 지난 16일 법인을 따로 두기로 합의하고, 입법예고까지 오게 된 것이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 김금호 부장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별도 법인을 둬 내셔널 트러스트를 지원하도록 하는 경우는 없다"며 "이렇게 따로 법인을 두고 법 집행을 할 경우 비효율적일뿐만 아니라, 이미 떼려야 뗄 수 없는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에 대한 통합적 관리도 실패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금호 부장은 "환경부가 어렵게 추진해오던 것에 문광부가 '문화재 보호법'을 들먹이면서 개입을 하면서 본래 법 취지가 왜곡됐다"며 "문화재 보호법으로 보호할 수 있는 문화유산이라면 굳이 시민들이 나서서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을 통해 보전할 필요도 없다"고 지적했다. 문광부와 문화재청은 당연히 보호해야 할 문화재나 제대로 보호하라는 것이다.
정부가 제대로 보전하지 못하는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보전하려는 노력마저도 공무원들의 '제 밥그릇 챙기기'로 훼손되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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