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인한 환경 변화로 방조제 안은 물론 바깥 어민들도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군산, 김제, 부안에서 올라온 새만금 연안 피해 주민 1천여명은 새만금 사업 중단과 지역 어민들의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새만금 인근 어민 1천여명, "새만금 중단하라"**
전북 군산, 김제, 부안 등에서 올라온 피해 어민 1천여명은 25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갖고, "그 동안 받아왔던 고통과 피눈물을 알리기 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새만금 간척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전북 도민들을 잘 살게 해준다는 말에, 1년 생계비에도 미치지 않는 보상금 몇 푼으로 자손만대 지켜온 삶의 터전을 빼앗겼다"며 "하지만 (방조제 물막이 공사가 끝나면서) 바지락·동죽·백합이 사라지고, 방조제 밖에서도 전어와 주꾸미를 비롯한 어·패류가 사리지고 있는 것을 보고야 우리가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새만금 방조제로 인해 어장이 황폐화되면서 어민들이 집을 버리고 떠나, 한때 성황을 누렸던 항들은 유령 도시처럼 폐촌이 됐고, 마을 공동체는 파괴됐다"며 "방조제 밖인 서천·장항·위도·격포곰소 등의 어장들도 황폐화돼 어민들의 빚만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바직락, 백합은 사라지고 우리는 막노동으로..."**
상경한 어민들의 구체적인 증언도 잇따랐다.
전북 군산 지역 대표로 참석한 문영호씨는 "주 수입원이던 조개잡이가 갯벌에 뻘이 1m 이상 쌓여 불가능해지자 주민들이 쓰레기 선별장과 공원조성 막노동 등으로 근근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과 강현욱 도지사가 새만금에 와서 쌓인 뻘을 보고 대책을 내놓았으면 좋겠다"고 정부를 성토했다.
부안군 계화면에서 온 김용운씨도 "예전에는 갯벌에서 하루 5~10만원을 벌어 그 돈으로 생활을 꾸리고 자식들 대학교까지 보냈다"며 "지금은 하루 수입이 2~3만원만 돼도 아주 많은 것"이라고 심각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주민들은 살든지 죽든지 신경 쓰지 않는 정부가 도대체 누구의 정부냐"며 성토했다.
실제로 새만금 방조제 물막이 공사가 본격화된 이후 인근 해안에서는 이상징후가 계속 포착되고 있다. 갯벌에서 어·폐류가 대폭 감소하는 것은 물론이고, 인근 해안에서도 바다도 부유물질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는 것이다.
***"새만금 방조제 막고, 핵폐기장 강요하고, 골프장 추진하는 사람..."**
이날 어민들의 상경집회에는 강기갑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김제남 녹색연합 사무처장, 박병상 풀꽃세상 대표 등 정당 및 시민·사회단체 대표들도 참석해 연대의 의사를 밝혔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은 "농민이나 어민처럼 먹을거리를 장만하는 사람을 무시하는 사회는 정상적인 사회라고 볼 수 없다"며 "쌀 농사 짓겠다고 갯벌을 훼손하고 이제 딴 소리를 하는 정부를 어떤 국민이 신뢰하겠느냐"며 정부의 새만금 대책을 강하게 성토했다.
박병상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 대표도 "새만금 방조제를 막는 사람, 핵폐기장을 강요하는 사람, 골프장을 추진하는 사람은 모두 다 똑같은 사람"이라며 "새만금 갯벌을 지키는 것은 곧 전북과 우리나라의 미래를 지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늘 어민들이 그것을 똑똑히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어민들의 집회에 일본의 이사하야만 주민들이 연대의 인사를 보내 눈길을 끌었다. 이사하야만 간척사업은 새만금 간척사업의 초기 모델로 소개된 사업으로, 지난 8월26일 공사에 따른 어민들의 피해가 인정돼 법원이 공사 중지 결정을 내려 관심을 모았다.
이사하야만 주민을 대표해 연대 메시지를 보낸 가시와기 미노루 일본습지네트워크 운영위원은 "대규모 간척사업으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어민, 연구자,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연대의 인사를 보낸다"며 "새만금의 문제는 곧 이사하야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이사하야만에서도 간척사업이 시작된 이래 어업에 큰 피해를 보게 됐다"며 "이사하야 간척사업 역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만큼 국경을 초월해 서로 격려하며 용기를 내 싸우자"고 메시지를 보냈다.
***"바다와 갯벌 살려낼 수 있는 방안 강구하라"**
주민들은 새만금 방조제 공사 중단과 해수 유통을 요구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이미 정부가 농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을 공공연하게 밝힌 새만금 방조제는 더 이상 원래 목적을 상실한 국책사업"이라며 "정부는 새만금 사업에 대한 대안을 마련할 때까지 방조제 공사를 잠정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주민들은 또 "새만금 연안 지역 주민들의 피해 실태를 엄밀히 조사하고 그 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특히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바다와 갯벌을 살려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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