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의 비정규직화를 막겠다고 공언해오던 정부가 오히려 비정규직 증가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노동조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15년 만에 처음으로 노조 조직률이 증가세로 돌아서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년간 비정규직 31만명 증가, 노동부 집계로는 54만명이나 늘어"**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통계청이 지난 8월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분석한 결과, "1년간 비정규직이 31만명 증가했으며, 특히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증가가 두드러졌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지난 2000년부터 매년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자체 분석해 그 결과를 발표해왔다. 이번 분석 결과는 10월말에 발간 예정인 <노동사회> 11월호(통권93호)에 발표된다.
분석을 담당한 김유선 소장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비정규직은 2003년 7백84만명에서 2004년 8월 8백16만명으로 31만명 증가했다. 이것은 임금 노동자의 55.4%에서 55.9%로 0.5%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연도별 비정규직 규모 추이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56% 안팎에서 오르내리고 있는데, 이는 임시ㆍ일용직이 또다른 비정규직인 기간제 근로제로 대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부 집계 방식으로 하면 지난 1년간 비정규직이 4백65만명(32.8%)에서 5백19만명(35.6%)으로 54만명(2.8%)이나 증가해 오히려 더 많이 늘어난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난다.
김유선 소장은 "이것은 노동부가 비정규직을 집계하면서, 임시ㆍ일용직 중 장기임시직 종사자 2백97만명을 제외한 데서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비정규직을 집계하다보니 이들 임시직들이 기간제 근로제로 대체되면서 비정규직이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노동부가 비정규직 집계에서 제외한 임시직 2백97만명의 구성을 살펴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저임금 계층이 2백5만명이고, 법정 최저임금 미달자가 20만명이나 된다. 노동시간은 주 52.3시간으로 가장 긴 반면에 시간당 임금은 5천1백25원으로 가장 낮다.
<그림 22>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추이는 56% 안팎에서 오르내리고 있는 반면에, 노동부 집계는 2001년 26.9%에서 2004년 35.6%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비정규직 증가, 공공부문이 주도해"**
이번 분석 결과 비정규직 증가의 상당 부분을 공공부문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한 편으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발표하면서, 지난 1년 동안 사실상 비정규직 증가를 주도한 것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광공업과 민간서비스업은 2003년과 동일하고, 농립어업건설업은 2.0%포인트 감소한데 비해, 공공서비스업(72.9%)은 2.4%포인트나 증가했다. 정부 부문인 공공행정은 2.7%포인트, 교육서비스업 2.2%포인트, 보건사회복지사업도 2.2%포인트나 증가했다.
여기서도 노동부의 비정규직 집계 방식을 적용해보면 공공행정(21.6%)은 광업(15.4%), 전기가스수도사업(17.6%), 제조업(20.4%)보다 비정규직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비정규직을 줄이기는커녕 그것을 증가하는 것을 주도한 노동부의 무능력함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림 8>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비율이 크게 증가한 사실을 그림으로 확인해 볼 수 있다.
***"비정규직 처우 개선 안 되고, 정규직은 노동조건 악화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보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노동조건 격차가 축소된 것으로 나온다. 정부와 기업들이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앞장선 탓일까? 결론은 그 반대다. 정규직의 노동조건 악화가 양측의 노동조건 격차 축소로 이어진 것이다.
정규직을 100으로 할 때 비정규직 월 임금총액은 51.0에서 51.9로, 시간당 임금은 48.6에서 53.0으로 증가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노동조건 격차가 축소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이 7.4%포인트 감소하고, 비정규직은 0.9%포인트 증가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임금소득 불평등 수준은 OECD 국가 중 임금소득 불평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미국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유선 소장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상위 10%와 하위 10% 사이의 임금 격차는 2000년 4.4배에서 2004년 5.0배로 증가했다. 시간당 임금만 놓고 봤을 때는, 2000년 5.9배에서 2003년 5.6배로 증가하다 2004년 5.1배로 다소 낮아졌다. 하지만 이 역시 정규직의 시간당 임금 하락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림 14>
***"노조 조직률, 15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
비정규직의 참담한 삶은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고, 정규직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현실에서 의미심장한 움직임도 포착됐다. 계속 떨어지기만 했던 노조 조직률이 15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김유선 소장의 분석에 따르면 노조 조합원수는 2003년 1백62만명 11.4%에서 2004년 1백82만명 12.4%로 1년 만에 20만명 1.0%포인트가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남자 13만명, 여자 7만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26>
산업별로는 제조업이 7만명으로 제일 많이 증가했고, 교육서비스업 3만명, 공공행정 3만명, 보건사회복지사업 2만명, 사업서비스업 2만명 순으로 증가했다. 이중 정규직 13만명, 비정규직 7만명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의 대부분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풀타임 상용직이 대부분으로, 임시ㆍ일용직이나 시간제근로제 노동자들은 여전히 노조 가입이 힘든 것으로 확인됐다.
김유선 소장은 "지난 7년(1997~2003년) 동안 11%대에 머무르다가 2004년 12.4%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한국의 노사관계 발전에 있어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며 "이후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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