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disarm, or we will."(네가 무장해제 하지 않으면 우리가 무장해제할 것이다.)
"When Iraq is liberated, you will be treated, tried and persecuted as a war criminal."(이라크가 해방되면 당신(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은 전범으로 취급돼 재판을 받고 박해 받을 것이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의아해할 듯 하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한 말이라면 더더군다나 말이다. 하지만 '부시즘(Bushism : 부시의 말실수)'에 들어가 있는 어록을 보면 이러한 말도 안 되는(!) 언어 의미와 구조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부시즘, 공부와는 담쌓고 지낸 한량의 인생과 철학없는 의식구조 반영"**
부시의 형편없는 말실수가 워낙 심하다 보니 한때 미국의 많은 인물분석 전문가들과 언론들은 부시의 언어구사능력에 대해 제각기 병리학적 의미를 부여하려 하기도 했다.
미국의 언론인이자 정치평론가인 게일 쉬히는 이를 '난독증(dyslexia : 지능은 정상인데 문자를 읽고 쓰는데 이상이 있는 증세)'으로, <워싱턴포스트>의 백악관 출입기자 데이나 밀뱅크는 '운동신경장애(apraxia : 뇌졸중 등의 영향으로 단어의 일부를 자기도 모르게 생략해 말하는 증세)'로, 언론인 제이콥 와이스버그는 '단순언어장애(SLI : 정상적인 지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유독 문법상 수의 일치를 지키지 못하는 유전성 장애)'로 설명하려 했다. 더 나아가 미국 온라인 매거진 <슬레이트>의 티모티 노아는 부시가 '기능적 바보(functionally dumb)'라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조지 W. 부시의 엉터리 영어-영어도 안 되는 미국 대통령 부시의 내면 읽기>(김명훈 지음, 민서각 펴냄)는 "이들의 주장은 의학적인 뒷받침이 없어 대부분 억측으로 끝났다"며 "부시의 언어문제는 병리학적 근원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살아온 한량의 인생, 그리고 철학적 사고나 고민을 일체 안하고 살아온 자의 교양 수준을 반영한다"고 결론지었다.
저자에 따르면 실제로 부시의 많은 말들을 종합적으로 고찰해 온 수많은 언어학자와 인물분석 전문가들은 이제는 공통적으로 이러한 말들 속에서 부시의 철학없는 의식구조와 사실상 소년 수준에서 굳어버린 듯한 마인드를 찾아내고 있다.
***"부시 말실수 분석, 미국이란 나라의 행간을 읽는 작업"**
그렇지만 부시의 인물을 해부하는 데 있어 그의 '말 같지도 않은 말'은 좋은 소재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그의 엉뚱한 말 뒤에 숨어있는 나름대로의 논리와 무의식중에 드러나는 세계관에 접근하여 그 사고의 본질을 파악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부시의 말실수를 분석하는 것은 그를 대통령으로 '모시고 있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행간을 읽는 작업"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그의 어록을 통해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논리의 엉성함과 흐리멍덩한 사고, 문법의 오류와 함께 그의 정서적, 정신적, 심리적 상태까지 행간에서 읽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부시가 자신의 이러한 저급한 언어 구사력과 사고 수준에 대해 일체 염려하거나 뉘우치는 기색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부시는 놀랍게도 자신에 대해 완벽하게 만족하고 있는데 "그런 면에서 그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심리를 상징하는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다"고 저자는 파악한다.
저자는 또 "그의 저급한 영어에 배어 있는 비이성적, 비논리적, 자기중심적 세계관과 그릇된 정치적 사고는 현재 미국을 지배하고 있는 세력의 실체를 맛보게 해주는 소재"라며 "부시의 엉터리 영어의 저편에는 지적 호기심이 전무한 한 인간의 무관심과 빈곤한 사고력이 있으며 제대로 다듬어지지 않은 세계관 속에 둥지를 틀고 있는 백인적 우월감과 편견, 복수심, 그리고 온당치 못한 힘의 논리가 있다"고 분석한다.
***"부시즘 : '피해과다망상증', '기우', '무논리', '무교양'으로 통용"**
이제는 하나의 산업으로까지 '성장'한 부시즘은 영국에서는 '피해과다망상증', '기우'라는 뜻으로 사전에 올라가기도 했고 '무논리', '무교양'이란 뜻으로 통하기도 하는데 저자는 이러한 부시즘을 '초등학생보다 나을게 없는 말도 안되는 영어/ 부실한 틀에 담긴 그릇된 세계관/ 심각한 어휘력의 부족/ 대단히 부족한 교양, 정말 대통령 맞아?' 등으로 일목요연하게 모아놨다. 다음은 대표적인 케이스들이다.
- "There's no question that the minute I got elected, the storm clouds on the horizon were getting nearly directly overhead."(내가 당선된 순간, 지평선의 먹구름이 바로 머리위로 오고 있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 좋지 않은 상황을 자신이 몰고왔다는 의미에서 그가 대통령이 된 후 저지른 일들을 보면 맞는 말이긴 한데 그가 의도한 것은 아마도 "자신이 당선되기 무섭게 공교롭게도 갑자기 상황이 나빠졌다"는 의미였을 듯.
- "Not over my dead body will they raise your taxes!"(그들이 여러분의 세금을 올리는 것은 내가 죽기 전에는 절대 안되지 않습니다!) : 부정문에 'not'을 또 붙이면 더욱 강조가 될 까 싶어서...
- "you subscribe politics to it. I subscribe freedom to it."(당신들은 그것에 정치를 구독한다. 나는 그것에 자유를 구독한다) : 도대체 무슨 말인지... 'subscribe'(구독하다)와 'ascribe'(탓으로 돌리다)를 혼동해 사고친 경우.
- "We need an energy bill that encourages consumption."(우리는 '소비'를 조장하는 에너지 법안이 필요하다.) : 본심을 드러낸 실언. 'consumption'(소비)와 'conservation'(보존)을 혼동한 경우.
- "these people don't have tanks. They don't have ships. They hide in caves. They send suiciders out."(이들은 탱크가 없다. 그들은 함정이 없다. 그들은 동굴 속에 숨는다. 그들은 '자살자들'을 내보낸다.) : 신조어를 만든 경우. 자살폭탄테러범은 'suicide bomber'이다.
- "I'm also not very analytical. You know I don't spend a lot of time thinking about myself, about why I do things."(나는 또 별로 분석적이지 않다. 난 내 자신에 대해, 내가 왜 어떤 일들을 하는지에 대해 오래 생각하지 않는다.) : 모두가 짐작했던 바를 스스로 인정한다는 점에서 솔직하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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