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효된 미국의 북한인권법은 "북한붕괴 시나리오"이며 "궁극적으로는 중국에 대한 노림수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연계 지으려는 미국의 목적이 내재돼 있는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울러 북한인권법은 "또다시 남한에서 북한지원관련 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동한 소장, "북한인권법, '북한 붕괴 시나리오' 의혹" **
김동한 <법과인권연구소> 소장은 21일 제9회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평화나눔센터 정책포럼에서 "미국의 북한인권법은 '북한 붕괴시나리오'일 것이라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동한 소장은 이날 포럼에서 '북한인권법 : 쟁점과 전망'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미국이 북한인권법을 2005년에서 2008년까지 한시적으로 기간을 설정한 것은 북한 붕괴를 염두에 둔 것을 의미한다"며 "이 법은 북한 길들이기용"이라고 비판했다.
김 소장은 그러나 '북한 길들이기용'의 이 법이 현실적으로 성공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 평가를 내렸다. 미국은 북한인권법 제정 이전에도 <쿠바 자유민주연대법(1996년)>, <이라크 해방법(1998년)>, <이란 민주주의법(2003년)> 등을 제정했으나 그는 "이들 법이 각각의 국가를 길들이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볼 수도 있으나 미국이 이 법만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둔 나라는 한 나라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법학 전공자로서 북한인권법 자구 하나하나를 따져보면 상당히 많은 북한주권침해와 내정간섭 요소들이 있어서 국제법적으로도 문제가 된다"며 북한인권법에 대한 법리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아울러 "북한인권법은 미국의 자만과 교만심이 증폭된 데 따른 것이며 교만의 극치"라며 "역사적으로나 국제적 경험으로 볼 때 미 제국주의는 영원이 가지는 않는 법이며 미국은 실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북한인권법, 장기적으로 중국 및 베이징 올림픽 노린 것"**
이날 포럼에서는 북한인권법 성격 이외에도 실제 적용이 되면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궁극적으로 이 법이 상정하고 있는 노림수는 무엇인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졌다. 이와 관련 "북한인권법은 결국 장기적으로는 중국을 노린 것"이라는 주장이 지배적이었다.
김동한 소장은 "북한인권법이 실제 적용이 되면 중-미, 북-미간 외교적 마찰이 심화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미국은 중국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중국을 길들일 때 북한을 자기쪽으로 끌어들여 압록강-두만강을 대치전선으로 놓고 중국을 상대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는 전략적 판단을 했을 수 있다"며 "앞으로 중국의 대응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김 소장은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이 법안이 실효를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바로 중국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북한과 일정정도 공조체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를 하지 말라고 함으로써 중국은 현재 자존심이 무척 훼손당한 상황"이라는 평가다.
이와 관련 이날 포럼에 참석한 동국대 북한학연구소의 김용현 박사는 "북한인권법이 북한을 압박하는 것이고 중국을 노린 것이라는 데는 동의하나 이 법에는 어느 정도 중국과의 협상 가능성을 염두에 둔 부분도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인권법으로 미국은 탈북자 문제에서 중국과 마찰을 감수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지만 북한인권법 기간을 2008년까지 한시적으로 적용함으로써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중국과 협상할 여지를 남겨놨다는 것이다. 김박사는 요컨대 "미국은 베이징 올림픽 참석을 지렛대로 활용하면서 중국이 부분적으로 법안 내용을 수용하도록 고려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평화나눔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최대석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북한인권법은 중국을 의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주최하는 중국으로서는 그 기간동안 베이징 주재 각국 대사관에 탈북자들이 들어가는 등 이목이 집중되면 곤혹스러울 것"이라며 "미국은 이러한 중국 입장을 이용, 압력을 가해 중국이 먼저 스스로 행동을 취하도록 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을 내놓았다.
***"북한인권법 발효로 남한 내 대북 퍼주기 논란 재연 우려"**
북한인권법이 미칠 파장과 관련, 국내 및 남-북관계 영향도 관심의 초점이 됐다.
이와 관련 김동한 소장은 "미국이외 국가들의 대북 인도적 지원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북한은 지속적인 폐쇄정책보다는 사안별로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며 남한과의 교류협력관계에 보다 많은 비중을 둘 것으로 보이며 그렇게 나와야 할 것"이라며 "우리는 조용히 북한과의 협력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한인권법 발효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답방이 힘들어지게 돼 당분간 남-북간 경색국면이 지속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과 함께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남한내 퍼주기 논쟁이 다시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종무 평화나눔센터 실장은 "인도주의단체들은 북-미간 갈등 관계속에 샌드위치로 끼어 있는 상태"라며 "여론과 주위환경에 상당히 영향을 받는 인도주의단체들은 인도적 지원보다는 오히려 탈북자를 지원하는 것이 더 낫다는 반대여론을 형성시키고 있는 북한인권법의 압력에 직면해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인권법 제정에 따른 북한의 반발도 인도사업을 가로막고 있다. 북한은 지난 8월부터 유엔의 인도지원시스템을 거부하며 ▲유엔의 모니터링 및 현장접근 대폭 축소 ▲평양 주재 국제기구 관계자 수 축소 ▲유엔을 대표로 하는 통합협상이 아닌 개별 단체간 양자협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실장은 이와 관련 ▲매년 1억4천만 달러 정도 지원하고 있는 유엔 등 국제사회 지원액 감소와 소극화 경향 ▲인도지원관련 활동의 위축, 제약 ▲최소한의 국민적 합의로 받아들여졌던 대북인도지원에 대한 논쟁 재연 및 대립 씨앗이 생길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 실장은 그러나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미국의 의도는 분명히 있지만 인도지원단체들도 이와는 상관없이 국제적인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북한의 인권문제를 더 이상 피해갈수만은 없는 상황이 됐다"며 "인도적 지원도 이제는 단순히 정서에 호소해서 이뤄지기는 힘든 상황 속에서 북한 인권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하는지 본격적으로 논의돼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평양에 한국 NGO 민간단체 대표를 파견, 상주시키는 것도 북-미 및 한국내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한가지 방안이라는 제안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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