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미국 대선은 2000년 대선의 재판이 될 것인가.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지지율과 선거인단수에서 모두 오차범위내 격전을 벌이자 또다시 전체 득표율에선 지고도 선거인단수에서는 이겨 당선되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의 경우에는 지난 2000년 '수혜자'에서 이번에는 '희생자'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까지 제기돼 귀추가 주목된다.
***부시-케리, 지지율 및 선거인단 여론조사서 오차범위내 격전**
최근 실시되고 있는 미국 대선 여론조사를 보면 박빙의 승부가 이어지고 있다. 전반적인 지지율 조사는 물론이고 대통령 당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선거인단 여론조사에서도 양 후보는 엎치락뒤치락하는 격전을 벌이고 있다.
우선 지지율 부분을 살펴보면 워싱턴포스트와 ABC 방송이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투표 의향이 있는 1천2백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부시 대통령은 50% 대 47%로 케리 후보에 앞섰다.
그러나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15~19일 사이에 투표 의향이 있는 1천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부시 대통령과 케리 후보는 똑같이 47%를 기록했다. 로이터 통신과 조그비 인터내셔널이 17~19일에 1천2백13명의 투표의향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양 후보는 46%로 동률을 기록했다.
지지율 조사 이외 선거인단 조사에서도 양 후보는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2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20개 주에서 선두를 달려 1백68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으나 12개주에서 앞서면서 1백71명의 선거인단을 차지하고 있는 케리 후보에 뒤진 것으로 나왔다. 통신은 선거인단 1백99명을 차지하고 있는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플로리다 등 18개 주를 오차범위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접전주로 분류했다.
뉴욕타임스도 선거인단수 분석을 통해 케리가 2백21명, 부시가 2백13명을 차지, 근소하게 케리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평가하고, 1백4명의 선거인단을 관건으로 분석했다. LA 타임스도 21일 케리 1백70, 부시 1백68로 케리 후보의 박빙우위 상황을 전했다.
반면 워싱턴포스트는 2백8 대 1백79로 부시 대통령이 현재 우위를 점하고 있고 아직 결정되지 않은 1백51명의 선거인단이 당선자를 결정할 것으로 내다봤고, USA 투데이도 부시 대통령 2백16명 대 케리 후보 2백13명으로 현재 판세를 분석했다.
***케리, 17개 접전주에서는 부시에 지지율 앞서**
이에 따라 접전주로 분류되는 플로리다와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등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 이와 관련 부시 진영으로서는 초조해 할 만한 여론조사가 나왔다. 17개 접전주를 중심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케리 후보가 큰 폭으로 앞서고 있다는 조사가 나온 것이다.
여론조사기관인 해리스가 지난 14~17일 사이에 투표의향을 밝힌 유권자 8백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부시 대통령은 48% 대 46%로 케리 후보를 앞섰으나 17개 접전주로 국한한 조사에서는 오히려 51% 대 44%로 크게 뒤진 것으로 나왔다. 이들 유권자 중에서 지난 2000년 대선에서 기권한 사람을 제외하고서도 두 후보는 모두 47%로 동률을 기록했다.
미국 대선 방식은 각 주 승자가 그 주에 걸려 있는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는 승자독식방식이어서 접전주에서 앞서고 있는 케리 후보로서는 대통령 당선에 보다 유리한 국면인 셈이다.
***"부시, 美 선거방식 '수혜자'서 '희생자'될 수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지난 2000년 대선에서 미국 선거방식의 '수혜자'인 부시 대통령이 이번에는 '피해자'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의 제럴드 히더 정치학 교수는 CBS 방송에서 "이번 대선에서 부시는 득표율에서는 앞서지만 대통령은 케리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즉 "케리가 오하이오에서 1천표차로 이기더라도 부시가 미시시피에서 80만표차로 이기는 것과 같은 결과"라는 것이다. 부시에게는 지난 2000년 대선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는 셈이다.
CBS 방송에서 정치분석가로 활동하고 있는 조 투먼도 "많은 여론조사를 보면 부시는 전체 지지율에서는 앞서지만 접전주에서는 케리가 앞서고 있다"며 "케리가 선거인단수에서는 승리할 가능성도 있다"고 점쳤다.
이에 따라 이번 대선에서도 지난 2000년 대선과 마찬가지로 득표율에서 뒤지고도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결과가 나오면 어느 후보가 당선되던지 간에 정통성과 미국 선거제도에 대한 비판은 불을 보듯 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승자독식 선거제도는 건국 당시 규모가 작은 주가 큰 주에 휘둘릴 것을 우려, 주별 권리를 부여하기 위해 고안해 낸 것이다.
이같은 비판은 벌써부터 대선 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메인주와 네브라스카주는 주내 선거구 득표율에 따라 선거인단을 양당에 배분하는 방식으로 바꿨고 9명의 선거인단을 가지고 있는 콜로라도주도 득표율에 따라 선거인단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중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콜로라도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박빙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득표율에 따라 배분한다면 케리 후보에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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