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이 19일 경찰청 산하 공안문제연구소가 지난 1997년 자신이 국회의원 시절 작성한 문건을 '용공'이라며 결론내렸던 것과 관련,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참으로 맹랑한 아침'이란 글을 통해 "민주화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민주세력의 대동세력을 촉구했다.
김 장관은 "‘김근태 장관 97년 문건, 용공’이라는 기사가 월요일 아침 신문을 장식했다"며 "아직도 색깔논쟁은 끝나지 않았는가"라고 반문하는 것으로 글을 시작했다.
김 장관은 "기사들을 읽어 보았다.그러나 왜 매도되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비밀 사항이라 그저 결과만 확인할 수 있다 한다"고 황당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그는 이어 "그런데 기사를 읽으면 읽을수록 낯익은 사람들과 단체들을 볼 수 있었다"며 여러 지인과 언론, 사회단체를 열거한 뒤 "만약에 이 감정목록에 나의 이름이 없었다면 나는 기분이 어땠을까. 이 목록은 다름 아닌 민주주의를 위해 진실을 말하고 실천했던 사람들의 이름들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 터무니없는 공안문제연구소라는 정부기관의 존재와 활동내역을 보면서 몇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며 "아직도 민주화의 여정은 끝나지 않았는가. 비록 정권을 교체하고, 재창출하고, 의회권력조차 바꾸었지만, 코미디는 여전히 계속 되고 있는 것인가. 이른바 공안문제연구소는 경찰대학이라는 그늘에 숨어서 지금도 그 고약한 냄새를 계속 피우고 있는 것이다"라고 공안연구소를 질타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민주화를 이루었다. 그러나 삶도 세상도 거시적으로만 이해되고 꾸려지는 것이 아니다. 작지만 은밀히 작동하는 미시적인 부문을 놓쳐선 안 된다. 우리는 이번 공안문제연구소의 감정목록을 보면서 미시적 민주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또한 지속적인 경각심과 개혁의 지속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고 개혁 지속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 장관은 그러면서도 "나 스스로를 반성한다. 민주화 10년을 맞이하는 지금 우리는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자신만의 성을 쌓아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민주주의와 평화와 통일을 소중히 여겼던 나 역시 어느덧 계산하는 정치인이 되어 모든 것을 타협이라는 이름으로 흥정할 정도로 얄팍해지지는 않았는지, 나 자신을 되돌아본다"고 말해, 자신을 포함해 정치권에 들어온 민주진영의 자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동지들, 선후배와 친구들이 그립다. 우리는 한참 더 함께 행진해야 한다. 우리가 흔들린다면 우리가 쟁취한 민주주의와 추진 중인 개혁 또한 흔들릴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개혁하고자 했던 독재의 유산과 패배주의가 부활함을 의미한다. 우리는 다시 뭉쳐서 주춤하고 있는 개혁을 온힘으로 밀고 나가야한다"고 민주세력의 대동단결을 촉구했다.
김 장관은 "오늘은 뼈저린 각성의 아침"이라며 "불현듯 오래전에 읽었던 브레히트의 시 ‘분서’가 생각난다"며 브레이트의 시를 전재하는 것으로 글을 끝맺었다.
다음은 김 장관 홈페이지에 게재된 '분서'의 전문이다.
***‘분서(焚書)’**
- 베르톨트 브레히트
위험한 지식이 담긴 책들을 공개적으로 불태워버리라고
이 정권이 명령하여, 곳곳에서
황소들이 끙끙대며 책이 실린 수레를
화형장으로 끌고 왔을 때, 가장 뛰어난 작가의 한 사람으로서
추방된 어떤 시인이 분서 목록을 들여다보다가
자기의 책들이 누락된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그는 화가 나서 나는 듯이
책상으로 달려가, 집권자들에게 편지를 썼다.
나의 책을 불태워 다오! 그는 신속한 필치로 써내려갔다.
나의 책들을 불태워 다오!
그렇게 해다오! 나의 책들을 남겨놓지 말아 다오!
나의 책들 속에서 언제나 나는 진실을 말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이제 와서 너희들이 나를 거짓말쟁이처럼 취급한단 말이냐!
나는 너희들에게 명령한다.
나의 책을 불태워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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