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천억원 이상의 예산을 들여 추진중인 인공위성 발사체(로켓) 기술 개발의 협력 파트너인 러시아 업체가 기술력이 부족한 회사이며 계약 추진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부 언론에서도 대서특필한 이런 주장은 러시아 현지 사정과 로켓 개발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확인돼 눈총을 받고 있다.
***김낙순 의원, "한국 우주개발, 러시아 꼴찌 업체가 책임진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열린우리당 김낙순 의원은 19일 "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지난 9월 기술협력 계약서에 가서명한 러시아의 흐루니체프는 로켓 개발 경험이 없으며 기술력이 부족한 회사"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 "발사체 기술개발을 위해 정부가 오는 2007년까지 무려 5천98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라며 "이처럼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데도 (항우연이) 다른 발사체 회사의 견적서 또는 의향서를 받지 않고 흐루니체프의 견적서만을 받아 수의계약 형식으로 계약체결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항우연이 가계약한 흐루니체프는 한국 정부가 개발하려는 액화산소나 케로신을 연료로 사용하는 엔진 시스템을 개발한 경험이 없다. 에네르기야, 세스카베 등 다른 러시아 업체들이 있는데도 기술력이 없는 업체와 계약을 강행하고 있다는 의혹인 것이다.
특히 흐루니체프는 자사의 로켓인 '앙가라' 엔진시스템을 타사의 것을 빌려 변형하는 상황이고, 러시아 당국도 "앙가라 로켓으로 2008년까지 발사 준비를 완료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는 주장이다.
***흐루니체프, 러시아 최고 로켓 조립 기업**
하지만 이런 김낙순 의원 주장은 러시아 현지 사정과 로켓 개발에 대한 오해에서 야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프레시안>이 확인한 결과, 현재 항우연이 가계약한 흐루니체프의 경우는 현재 러시아에서 최신의 로켓 개발 기술을 독점하고 있는 국영 기업으로 확인됐다. 기존에 있던 에네르기야와 경쟁사로 만들어진 뒤 최근 7~8년간은 최신 로켓 개발 사업이 흐루니체프로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흐루니체프는 러시아가 최신 발사체로 국제 사회에 자랑해온 중형 로켓인 '플로톤'의 개발을 맡아 명실상부한 러시아 최고의 로켓 개발 업체로 급부상하고 있는 회사다. 이 때문에 최근 러시아를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도 '흐루니체프 우주센터'를 방문해 러시아의 우주개발 기술력을 확인한 바 있다.
관련 전문가들에 따르면 김 의원이 언급한 '앙가라' 엔진시스템이야말로 흐루니체프의 앞선 기술력을 증명해주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앙가라' 엔진시스템은 흐루니체프가 합작 형태로 개발하고 있는 기술로 미국의 엔진 기술보다도 그 수준이 높아서 우리가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도입하려는 기술"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이번에 도입하려는 것은 '앙가라' 엔진시스템 기술 중 아주 기초적인 단계이기 때문에 국내 로켓 개발과 '앙가라' 엔진시스템이 완료되는 것과는 큰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흐루니체프는 전체 조립 총괄, 엔진 등은 전문 기업으로부터 받아"**
한편 이번 김 의원의 지적과 일부 언론 보도는 로켓 개발에 대한 일부 무지에서도 비롯된 것으로 확인돼 눈총을 받고 있다.
김 의원은 "우리나라가 개발하려고 하는 액화산소나 케로신을 연료로 사용하는 엔진 시스템을 개발한 경험이 흐루니체프는 없다"라고 주장했으나, 이번에 항우연이 흐루니체프와 가계약을 한 것은 엔진 시스템이 아니라 '로켓을 총조립하는 것'에 대한 계약으로 확인됐다.
흐루니체프가 로켓에 대한 전체 조립을 맡아하면서 엔진을 비롯한 주요 부품은 러시아 현지의 대표 기업으로부터 조달을 받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흐루니체프는 엔진을 현지의 엔진 시스템 전문 기업으로부터 제공받고, 발사장은 또 다른 현지 기업으로부터 제공받아 로켓을 최종 완성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로켓 개발에 관계하는 한 항우연 연구원은 "러시아의 로켓 사업은 대부분 국영 기업 체제이기 때문에 러시아와 협력을 할 때 경쟁 입찰 운운하는 것은 넌센스"라며 "흐루니체프는 우리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또 최선의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계약을 며칠 앞두고 이런 문제제기가 나오는 상황이 우리 항공우주 산업에 대한 정치인과 언론의 무관심을 말해 주는 것"이라며 "연구개발 사업의 첫 단계부터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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