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9일 오후 2시 기준 1195명으로 늘어났으며 사망자도 14명에 달한 것으로 후생노동생이 발표했다.
일본 확진자는 국내 감염자 485명, 요코하마항에 강제 격리 정박했던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에서 승객과 승무원 696명, 전세기편으로 중국에서 귀국한 14명을 합한 숫자다. 사망자는 국내 감염자 7명, 크루즈선 승선자 7명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공식 확진자와 사망자 수는 국제적으로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을 의식해 진단검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심지어 사망자를 집계에 포함시키지 않는 등 '숫자 줄이기'에 급급하다는 의심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에 탑승했다가 최근 사망한 2명의 사망원인을 후생노동성이 밝히지 않고 코로나19 확진자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2명 중 1명을 코로나19 확진자로 발표하자 뒤늦게 확진자에 포함시켰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의 방역 대책이 엉망진창이었다는 승무원의 증언도 나왔다. 이날 <교도통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말 하선한 일본인 승무원은 "선내 대부분의 장소에서 오염된 구역과 안전한 구역이 구별되지 않았으며, 감염된 승객이 사용한 통로를 승무원이나 다른 승객도 사용했다"고 폭로했다.
앞서 일본 후생노동성 재해파견 의료팀(DMAT)의 일원으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에 승선했던 이와타 겐타로 고베대학병원 감염증 내과 교수도 선내 방역 조치가 "비참한 상태"라고 증언한 바 있다.
이때문에 크루즈선에서 격리 기간이 끝났다면서 음성으로 간주된 탑승자가 감염자로 확인되는 사례들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0일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고 하선했던 60대 일본인 여성이 닷새 뒤 코로나19 확진자가 됐으며, 이 여성보다 하루 전에 하선했던 60대 일본인 여성도 코로나19 감염으로 확진됐다.
"아베의 한국 입국 거부조치, 자충수될 것"
아베 정부의 방역대책이 '적극적인 진단과 치료'가 아니라 '숫자 줄이기'에 가깝다는 의혹에 대해 미국의 CNN은 지난 5일 "일본의 코로나19 진단률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고 일본 민간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일본 홋카이도대학의 감염병 전문가로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확산 예측 통계 모델 수립에 자문을 해준 니시우라 히로시(西浦博)는 CNN 인터뷰에서 "홋카이도의 경우, 공식 통계의 10배가 넘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홋카이도는 일본내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이다.
이때문에 일본이 코로나19에 대해 적극적인 진단검사와 즉각적인 정보공개라는 투명성까지 갖춘 한국에 대해 사실상 입국 거부조치를 취한 것이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방역실패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한국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은 '꼼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일본 내에서도 터져나오고 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더욱 신랄한 비판을 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몰렸을 때 '탈출 묘기'를 곧잘 보여준 아베 총리지만, '코로나 역풍'만큼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신문은 "일본 정부 관료들은 한국은 하루 1만 건의 진단을 하는 반면, 아직도 하루 900건 진단에 머물고 있는 이유에 대해 설명을 요구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2007년 제1차 아베 내각에서 후생노동상에 임명된 후 2009년 신종플루 대응을 지휘했던 마즈조에 요이치(舛添要一)는 최근 아베 내각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그는 아베 정부가 코로나19에 대해 '재앙에 가까운 난맥상'을 보인 배경을 '구조적 문제'로 진단했다. 아베 총리가 장기집권을 하면서 모든 각료들이 아베 총리의 심기를 거스르는 의견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9일 일본의 <마이니치> 신문도 "갑작스런 전국 휴교령에 이어 한국과 중국에 대해 '뒷북' 입국 제한 등 혼란스러운 조치가 나오는 것은 컨트롤 타워 부재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지진이나 태풍 등 자연재해 등에 대해서는 '사태대처·위기관리 담당'이라는 기구를 통해 위기관리 경험이 풍부한 반면, 감염병 대응에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 경험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일본 우익 성향의 <산케이> 신문조차 이날 '총리, 흔들리는 위기관리'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 관계 부처간 연계가 부족해, 아베 정부가 강점으로 내세운 위기관리가 흔들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탓에 위기에 처한 것은 일본의 공중보건뿐이 아니다. 아베노믹스로 20년 불황에서 탈출하고 있다던 일본 경제는 다시 침체에 빠질 위기에 처했다. 게다가 7월말로 예정된 도쿄올림픽이 취소될 가능성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마스조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취소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5월말까지라 아니라, 4월말까지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으면 도쿄올림픽은 '아웃'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코로나19는 잠복기와 회복기가 길기 때문에 한달 전의 상황으로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코로나19 확산은 억제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숫자 억누르기'도 한계에 부닥쳐 확산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에서, 도쿄올림픽은 연기 정도가 아니라 취소될 수밖에 없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뉴욕타임스>는 "도쿄올림픽이 취소되거나 경제가 흔들린다면, 아베 총리가 사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9일 코로나19가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는 우려로 일본 닛케이 지수는 1050.99포인트(5.07%) 급락한 19,698.76으로 마감했다. 닛케이 지수가 2만 선 아래로 내려간 지난해 1월 4일 이후 1년 2개월여 만이며, 닛케이 지수는 지난달 25일 이후 10거래일 동안 15% 넘게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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