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에 의한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상담하기까지 보통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4일 공개한 '2019년 상담통계 및 상담 동향분석' 자료에 따르면 전체 성폭력상담 912건 중 친족 성폭력 상담은 87건(9.5%)으로, 절반 이상인 55.2%(48건)가 상담소에 상담하기까지 10년 이상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친족 성폭력 피해는 다른 성폭력 피해보다 피해를 드러내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친족 성폭력은 친밀한 가족관계 내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피해를 인식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분석했다.
또 피해가 가장 많은 시기는 7세에서 13세인 어린이 시기가 29건(33.3%)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해자 중에서는 4촌 이내 친족이 29건(33.3%)으로 가장 많았고 친부가 20건(23%)으로 뒤를 이었다.
친족 성폭력에서 강제추행은 49.4%(43건)로 전체 성폭력 상담통계의 강제추행 38,4%(350건)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강간의 경우도 35.6%(31건)로 전체 성폭력 상담통계의 강간 31.1%(284건)에 비해 높은 수치를 보여줬다. 이는 친족 성폭력이 오랜 시간에 걸쳐 더 은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 친족 성폭력의 경우 대리인 상담이 52.9%(46건)로 전체 성폭력 상담의 대리인 상담 36.3%(331건)보다 높게 나타났다. 특히 가족이 대리인인 경우가 40.2%(35건)으로 전체 성폭력 상담에서 가족이 대리인인 경우가 17%(155건)으로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친족 성폭력은 피해 당시 가족에게도 말하기 어렵고 말하더라도 지지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가족이 대리인으로 상담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며 "가족 대리인의 초기대응과 지지가 친족 성폭력 피해자의 피해회복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시간이 많이 경과되도 피해자들은 가해자에 대한 분노가 사라지지 않아 현실적인 피해로 인한 트라우마가 지속되고 있다"며 "그러나 피해 이후 제대로 된 대응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치유를 위한 심리상담이나 의료지원도 여러 가지 장벽으로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성폭력 피해자가 의료지원을 받으려면 2년 이상 경과된 피해의 경우 정신과 전문의의 소견서가 필요하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친족 성폭력 피해자는 오랜 시간 동안 트라우마를 해소하지 못하고 더 오랜 치유과정이 필요할 수 있는데 의료지원을 받기는 더 어려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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