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이 무너지고 있다. 백두대간의 정점인 지리산 국립공원의 핵심 지역에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지리산에 29개의 대규모 산사태 발생해**
녹색연합은 10일 "지리산 국립공원의 핵심 지역에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지리산 국립공원 경관 변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녹색연합이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함께 지난 2003년 5월부터 2004년 9월까지 1년 4개월간 지리산 국립공원 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산사태를 조사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리산 국립공원에서는 총 29개의 대형 산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사태 발생지 중 26개 지역을 분석한 결과, 길이 1백m이하가 12개소(46.2%)로 가장 많았고, 1백~2백m의 산사태는 9개소(34.6%)였으며, 4백m이상의 대규모 산사태가 일어난 곳도 1곳 확인됐다. 산사태의 폭도 넓어 23개소에서 폭이 10m이상으로 관찰됐으며, 산사태 발생 지역의 평균 경사는 30°이상으로 급경사를 나타내고 있었다. 2004년 1월 이후 확인된 나머지 3개소는 계속 관찰 중이다.
특히 27개의 산사태가 천왕봉을 중심으로 한 지리산 동부 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지역은 해발 1천5백m가 넘는 '아고산대 식생' 지역으로 생태적으로 가장 민감하고 보전 가치가 높은 곳들이다. 지리산 국립공원 내에서도 녹지 자연도가 9등급 이상인 곳으로 가문비, 구상, 주목, 사스래나무, 야광나무, 신갈나무 등이 어우러져 있는 국내에서 최고로 꼽히는 숲들을 자랑하는 곳이다. 이런 곳이 산사태로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이다.
***"10~15년 전부터 발생, 2000년 이후 집중 발생해**
지리산에서 이처럼 산사태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은 대략 10~15년 전부터로 추정되고 있다. 지금처럼 30개소 가까이 나타난 것은 2000년 이후 부터이다. 발생 지역 자체가 등산로와 떨어져 있거나, 등산로 상에서 잘 보이지 않아 그 동안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이다.
서재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은 "지리산에서 발생한 산사태는 모두 자연형 산사태로 집중호우, 지반 불안정 등에 의한 것"이라며 "지리산과 비슷한 규모의 백두대간의 다른 산지에서 발견되지 않는 대규모 산사태가 지리산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서 국장은 "일단 산사태의 직접적 원인은 집중 강우를 몰고 오는 태풍의 길목인 남해안 바로 북쪽에 위치한 지리산의 지리적 조건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산사태는 1차적 원인이 강수이며 지반 및 지질 상태, 경사를 띤 지형의 영향을 받는다.
***"기후변화가 그 원인, 지형은 온대 기상은 아열대"**
녹색연합은 이번 산사태를 한반도에서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징후로 파악하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형과 생태계는 온대와 아한대 기후인데, 기상은 아열대 기후 현상을 보이면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재철 국장은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가 한반도에서 표현되는 징후로 판단돼 지속적인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며 "지리산의 산사태를 집중 모니터하는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에 대비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녹색연합은 지리산 산사태에 대한 원인을 규명하고 이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 ▲1년에 2회(5월, 10월) 항공과 위성을 통한 전수 조사 실시, ▲산사태 발생 지역에 대한 생태계 변화 모니터, ▲지리산 기상자료 모니터, ▲환경부, 과학기술부, 산림청, 기상청, 국립공원관리공단, 한국지질연구원 등의 합동 관찰 체계 구축 등의 향후 대책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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