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핵폐기물처리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수력원자력(주)과 산업자원부가 민간 광고기획사 컨설팅을 통해 부안지역 여론조작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국가정보원, 대검 등의 개입을 유도했으며, 핵폐기물처리장 건립을 반대하는 당시 부안지역구의 민주당 정균환 의원을 견제하기 위한 총선 대응이 준비된 사실도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조승수 의원, "부안 여론조작 위해 'V 프로젝트' 가동"**
국회 산업자원위 민주노동당 조승수 의원은 7일 한수원 국감에서 "한수원의 '지역주민 홍보 컨설팅 사업'으로 K기획에 의뢰해 작성한 일명 'V2 프로젝트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청와대와 국정원이 지역주민의 여론을 조작하고 핵폐기물처리장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활동을 사찰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K기획은 국내 굴지의 광고기획사이다.
조승수 의원은 또 "이 보고서는 국감에 대비해 산자부 장관과 김종규 부안군수의 대외 이미지 전략을 수립하고, 김인경 교무, 박진섭 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 등 관계자에 대한 정보 조사, 민주당 정균환 전 의원에 대한 총선 대응에 대한 내용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수원이 광고 기획사 K기획에 의뢰해 작성된 'V2 프로젝트 보고서'는 2003년 9월6일~10월31일까지 수행된 컨설팅을 기반으로 보고된 것이다. K기획은 5천7백60만원을 들여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과 별개로, 한수원으로부터 총 2천5백91건의 신문, TV, 라디오 등 광고비 68억원을 받아 집행하는 등 실제로 여론조작의 전위 역할을 했다.
***'V 프로젝트', "청와대, 검찰 동원해 지역 정보원 섭외하라"**
조승수 의원이 공개한 보고서 내용의 구체적 내용은 사뭇 충격적이다. 우선 부안 핵폐기물처리장을 추진하기 위해 청와대와 국정원, 검찰 등을 총동원하기 위한 계획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에는 현지 정보원 주선을 위한 섭외 목적으로 'BH(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위기관리센터 안모 과장의 주선으로 국가정보원 전북지사의 박모씨를 섭외하고,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리실 이모 계장의 주선으로 검찰 전북지청 양모씨 외 1인을 섭외하는 등의 계획이 포함돼 있다.
일개 광고 기획사가 청와대 NSC와 국정원, 대검찰청을 동원한 전북 지역 정보기관원을 포섭하는 전략을 제시한 것이다. 조승수 의원실 관계자는 "실제로 고창의 모 단란주점에서 접대를 한 영수증을 확보하고 있으나, 이 자리에 있는 5명이 계획상에 나온 이들인지는 확인을 못 했다"고 정황 증거를 제시했다.
***"광고기획사가 산자부장관 국감 준비, 연설문까지 담당해"**
K기획의 역할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K기획은 당시 윤진식 산자부 장관의 대외 이미지 전략을 수립하고, 국정감사 준비에도 동원된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는 "핵폐기물처리장과 관련해서 예상되는" 총 19가지 쟁점을 정리하고, 정치적 가치의 경중을 가려 "▲정부의 국정 수행 능력 및 위기 관리 능력에 혼선을 빚고 잇는 것은 아닌가?, ▲위도 핵폐기물처리장 선정 결과를 완전히 백지화시킬 용의는 없는가?, ▲유치 신청을 받아낸 절차상의 비정당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주민투표를 실시할 용의는 있는가?" 등으로 우선 순위를 매겨 장관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K기획은 지난 2003년 11월3일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있었던 "원전수거물관리에 관한 국제 심포지움"의 윤진식 산자부 장관의 기조 연설문과 보도자료까지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균환 후보 적절하게 견제할 수 있어야"**
'V2 프로젝트 보고서'는 민주당 정균환 전 의원에 대한 대응을 적극 권유하면서, 총선 대응 방안도 내놓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여론이 양분되는 형국을 교묘히 파고드는 선거 국면을 활용해야 한다"며 "12월 본격적인 총선 국면에 진입하기 앞서 '환경단체', '정균환 의원 지구당' 등이 집중적으로 모니터하고 있는 '공개적이고 노골적인 현지 대국민 접촉활동'을 중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노골적인 주민 활동을 계속할 경우 정균환 의원과 환경단체로부터 집중적인 '정치적 공세'를 받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접촉 방식을 수정할 것을 권한 것이다.
보고서는 또 "총선 국면에서 후보자들이 '원전 지지'를 표방할 수 있도록 2분적인 여론 구도를 형성하고, 반대 여론을 주도하는 정균환 후보를 적절하게 견제할 수 있는 지지 표방의 후보 출현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2003년 한수원 홍보비 급증, 여론조작 의혹 증거"**
조승수 의원은 "이런 보고서가 작성, 실행되는 시기인 2003년에 한수원의 홍보비가 급증했다"며 "이 보고서는 한수원과 정부가 주민 여론을 조작해 핵폐기물처리장을 강행하려 했다는 그간의 의혹을 확인시켜주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부안 주민은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바라는 '주민의 의사'가 '민주적으로 수렴돼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청와대, 정부, 한수원 등은 이번 의혹을 밝히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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