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실시되는 대한적십자사에 대한 국정감사를 앞두고, 적십자사가 일부 의원들에게 제출한 자료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적십자사가 지난 검찰 수사 때도 허위 증언을 통해 '부실 혈액관리'에 대한 책임을 피해갔다는 지적도 나왔다.
***적십자사, 연령미달자 헌혈 현황 최대 7백명까지 축소 의혹**
국회 보건복지위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실에 적십자사가 제출한 자료 중 같은 항목의 통계가 서로 다른 것이 발견돼, 적십자사가 국감을 앞두고 의원들에게 자료를 조작해 제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적십자사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2003년도 정기 감사' 자료에 따르면 16세 또는 17세 미만으로 헌혈을 할 수 없는 이들에게 수혈을 받은 인원은 2001년 3천16명, 2002년 1천2백15명, 2003년 10월31일 현재 3백23명으로 표시돼 있다.
그러나 적십자사가 고경화 의원에게 제출한 적십자사 국감 자료에 따르면 숫자가 크게 다르다. 적십자사가 제출한 국감 자료에는 2001년에는 3천19명으로 3명 많고, 2002년에는 5백13명으로 무려 7백2명이나 적다. 2003년의 경우에도 복지부 감사 자료에는 10월까지 3백23명으로 지적됐으나, 국감 자료는 연간 2백38명으로 오히려 85명이 줄었다.
<그림 1> 적십자사에 대한 복지부 '2003년 정기 감사' 자료(위)와 적십자사가 고경화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 자료(아래)의 수치가 다르다.
***"감염 의심 혈액 폐기 현황 조작 의혹도 있어"**
적십자가사 국감을 위해서 거의 비슷한 시기에 제출한 자료도 서로 수치가 안 맞는 부분이 발견된다.
적십자사는 지난 9월 고경화 의원에게 '의정활동 요구자료'를 제출하면서 2000년~2004년 8월까지 '헌혈 유보군(DDR)'의 헌혈 혈액 폐기 현황을 월별로 보고했다. '헌혈 유보군'은 B형ㆍC형 간염 바이러스나 후천성 면역 결핍증(AIDS) 의심자가 헌혈을 못하도록 관리하는 것으로, 원칙적으로 이들로부터 헌혈을 받아서는 안 된다.
적십자사는 이렇게 헌혈이 금지된 이들로부터 헌혈을 받아 2000년 3백17건, 2001년 1천3백34건, 2002년 2천3백33건, 2003년 4천60건, 2004년 8월31일 현재 1백25건의 헌혈 혈액을 폐기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같은 자료의 '헌혈 유보군'에 등록해 놓고도 채혈을 한 인원에 대한 숫자도 동일하다.
그러나 적십자사가 이후 다시 제출한 자료에서는 숫자가 축소돼 있다. 적십자사가 고경화 의원실에 제출한 '2004년 1월~8월 헌혈유보군 채혈 현황'에서는 총 75명으로부터 헌혈을 잘못 받아 폐기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처음 제출한 자료 1백25명에서 50명이나 줄어든 것이다.
<그림 2> 최초 보고 자료에는 2004년 1~8월 폐기 혈액이 1백25명으로 돼 있으나(위), 나중에는 50명 줄어든 75명으로 보고하고 있다.
이미 적십자사는 S혈액원이 2000년에 해당 지역 부대에 약 7백만원을 지원한 내용을, 국감 제출 자료에는 생략해 조작 의혹을 산 바 있다. 이런 사실은 지난 4일 프레시안을 통해 최초 보도됐었다.
***"PDA 이미 2002년부터 사용해, 검찰수사에서 허위증거 제시 의혹도"**
적십자사가 검찰 수사 과정에서 허위로 진술해 처벌을 피해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적십자사는 혈액 부실 관리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는 "현장에서 헌혈 부적격자를 확인할 수 있는 장치가 2004년에야 본격적으로 이용되기 시작했다"는 이유로 처벌을 피해갔다. 실제로 검찰은 '헌혈 부적격자'에게 헌혈을 받은 1차적 책임이 있는 현장 실무자와 관리자들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았다.
하지만 적십자사가 고경화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정황이 다르다. 적십자사는 '헌혈 유보군'을 헌혈 현장에서 확인하기 위해 보급한 개인용 휴대 단말기(PDA)의 보급 완료 시점을 2003년 11월20일로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그 이전에 순차적으로 PDA를 보급해 2002년 11월 초 PDA 보급을 완료했다고 덧붙이고 있다. 이미 2002년부터 서울 지역의 헌혈 현장에서는 PDA가 사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이런 사정 때문에 적십자사 내부에서도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온 후 형평성에 대한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에서 '헌혈 부적격자'에게 헌혈을 받은 이들에 대해 검찰이 책임을 묻지 않은 데 따른 불만이었다.
고경화 의원실 관계자는 적십자사의 국감 자료 조작 의혹과 관련해, "적십자사에 해명을 요구하자, 적십자사측은 2003년 복지부 감사 당시 담당자가 타이핑을 잘못해서 오타가 난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이 말이 사실인지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야겠지만 만약 고의적으로 허위 자료를 제출한 것이 증명될 경우에는 법적인 절차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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