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안 주는 부모의 신상 공개는 무죄라는 <배드파더스>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검찰이 온라인에서 양육비 지급을 촉구한 양육자를 약식기소했다. 이 사실을 접한 양육자들 사이에선 검찰을 비판하는 여론이 일고 있다.
대전지방검찰청은 지난 2월 28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양육자 박OO(46) 씨를 벌금 20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
약식기소는 검사가 공판 대신 서면심리로 벌금이나 과태료를 부과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하는 절차다. 판사는 검찰 청구대로 약식명령을 내리거나 직권으로 정식 재판에 회부할 수 있다. 피고인과 검사는 판사의 약식명령에 불복할 경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양육자 박 씨는 지난 2019년 7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전 남편 임아무개 씨의 실명, 얼굴이 담긴 이미지를 올리며 양육비 지급을 촉구했다.
"임OO 씨 당신의 아이들을 위한 양육비 지급을 촉구합니다. 당신은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올려져 있는 것이 부끄럽지 않으세요?"
박 씨는 양육비 미지급 문제로 임 씨의 신상이 등재된 <배드파더스> 사이트 주소를 링크한 카카오톡 메시지를 지인에게 보내기도 했다.
"임OO 씨가 이 사이트 46번에 공개되어 있어요 ㅜㅜ 친구가 이 사이트 알려줘서 들어갔다가 보고 저까지 너무 창피해지네요ㅜㅜ"
전 남편 임OO(53) 씨는 곧바로 명예훼손 혐의로 박 씨를 대전 둔산경찰서에 고소했다.
정보통신망법 제 70조에 따르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임 씨는 고소와 동시에 2019년 3월부터 3개월 동안 미지급한 양육비 총 600만 원을 박 씨에게 일시에 납부했다. 임 씨는 자녀 2명에 대한 양육비 200만 원을 매달 박 씨에게 지급해야 한다.
검찰은 양육비 피해자 박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 20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 양육비 안 주는 부모의 신상 공개는 무죄라는 <배드파더스> 1심 판결에도 배치되는 행보다.
양육비 미지급 피해에 기소까지 당한 박 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개인 사정 핑계로 양육비를 주지 않던 전 남편이 <배드파더스>에 신상이 공개된 이후 밀린 양육비 전액을 한 번에 보내고 현재까지도 양육비를 매달 지급하고 있다"면서 "개인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는 등의 적극적인 활동을 하니까 그제서야 (전 남편이) 양육비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씨는 "페이스북 게시글과 카카오톡에서 욕설이나 비방의 표현을 쓰지 않았는데 (검찰이) 벌금 200만 원 을 부과해 안타깝다"면서 "법원의 약식명령을 보고 정식 재판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배드파더스>는 양육비를 안 주는 부모의 얼굴 사진과 실명, 거주지, 직장 등을 공개한 온라인 사이트다. 양육비를 주지 않는 ‘나쁜 부모’의 명예보다 자녀의 생존권이 우선이라는 가치를 내세워 탄생했다.
수원지방법원 제 11형사부(이창열 부장판사)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의한 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배드파더스> 자원봉사자 구본창 피고인에게 지난 1월 15일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구본창 씨는 검찰의 이번 약식기소를 두고 "박 씨 개인의 일이 아닌 모든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의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배드파더스>에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이 공개되어도 양육자가 행동하지 않으면 양육비를 받기 어렵다”면서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을 공개만 해놓고 주변에 알리지 않는다면 무슨 효과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구 씨는 "검찰의 이번 약식기소는 모든 양육자들에게 1인 시위, 온라인 활동 등 어떠한 행동도 하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 씨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박 씨와 함께 법적으로 대응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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