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4.15 총선을 앞두고 독자적인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창당 대신 외부의 비례대표 연합정당과 연대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민주당 강훈식 대변인은 2일 기자들과 만나 "미래한국당 방식은 위성정당을 (독자적으로) 만드는 것이어서 부정적 의견이 많지만, 외부에서 제안된 (선거연대) 의견은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군소정당들이 충분히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연동형비례대표제의 본질"이라며 "군소정당들도 살리면서 연대해 협치를 잘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김성환 당대표 비서실장도 기자들과 만나 "(비례대표 후보를) 우리 당으로 낼지 연합당의 이름으로 낼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거들었다.
이와 관련해 주권자전국회의가 주도하고 있는 '정치개혁연합(가칭)'은 최근 민주당과 정의당, 민생당, 민중당 및 원외인 녹색당, 미래당에 비례대표를 위한 선거연대를 공식 제안했다. 시민단체가 주도해 '선거연합 비례정당'을 창당하면 기존 정당들이 비례대표 후보들을 여기에 '파견'하고, 총선이 끝난 뒤 당선된 비례대표들이 각 정당으로 돌아가는 방식이다.
민주당은 이 방식이 독자적인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창당할 경우 예상되는 '꼼수' 비난을 피할 수 있는 데다,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싹쓸이'를 견제하는 실리도 얻을 수 있는 방안으로 보고 적극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민주당 간판으로 비례대표 후보를 내 병립형 비례대표에서 6~7석을 확보하고, 선거연합 정당에도 비례대표 후보를 파견해 연동형 비례대표 의석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강훈식 대변인은 "우리 고민은 미래한국당처럼 꼼수를 쓰지 않으면서도 정당 지지율 40% 가운데 20%는 우리 당 후보를 내는 데 쓰고, 나머지 20%를 어떻게 쓸지"라며 외부세력과 연대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비례대표추천관리위원장을 맡은 우상호 의원도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당내 구성원이 나가서 새로운 비례정당을 만드는 건 꼼수에 꼼수로 대항하냐는 비판을 이겨내기 어렵기 때문에 주저했는데, 당 구성원이 아닌 분들의 제안이고, 이번에 통과된 연동형 비례제의 취지에도 맞는 이야기"라고 우호적인 관심을 내비쳤다.
정치개혁연합 외에 일부 교수들도 '비례대표 선거연합' 구상을 구체화시키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시민을 위하여(가칭)' 창당 기자회견을 열고 비례연합정당 창당을 예고했다. 이들은 "선거법의 범위 내에서 자격을 가지고 있는 정당들에게 참여를 제안할 계획"이라며 향후 '정치개혁연합'과도 "큰 뜻이 일치한다면 함께 못 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조만간 외부의 선거연합 정당 참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당 일각에선 "민주당은 단 한 명의 비례대표도 내지 않고 민심을 왜곡하는 미래한국당을 찍지 말아 달라고 호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재성 의원은 "비례정당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전제로, 민주당은 지역구에만 충실히 하는 게 맞다"고 말해 비례대표 선거는 외부 세력과의 연대에 방점을 뒀다.
그러나 우후죽순처럼 제기되는 '비례대표 선거연합' 구상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원내 정당인 정의당과 민생당이 이에 부정적 입장이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비례민주당이든 연합정당이든 꼼수 정당"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심 대표는 "비례연합당은 민주당 대표성 강화로 진영대결 구도를 고착시키고 정권 심판론의 영향력을 극대화할 것"이라며 "수구보수 세력에게 총선 승리를 헌납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박주현 민생당 공동대표도 "미래통합당이 미래한국당을 만들더니 국민의당은 비례전문당임을 천명했다"며 "개혁진영에서도 탄핵 세력이 다시 과반을 점하거나 제1당이 되게 할 수 없다며 연합 비례정당을 추진하는데, 그 어느 것도 정도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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