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법인카드로 결제한 접대비만 5조4천여억원에 달한 것으로 밝혀져, 우리나라의 접대 관행이 얼마나 뿌리 깊은가를 새삼 실감케 하고 있다.
국회 재정경제위 소속 박병석 열린우리당 의원이 5일 공개한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기업이 카드로 결제한 총접대비는 2001년 4조4천9백99억원, 2002년 5조1천73억원을 거쳐 2003년 5조4천5백4억원으로 폭증했다.
이 가운데 사치.향락성 업소에서 이뤄진 법인카드 사용액은 2001년 1조2천9백64억원, 2002년 1조5천6백70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1조6천1백44억원에 달했다.
향락성 접대비를 업소별로 보면 룸살롱이 62.6%인 1조1백9억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단란주점 3천1백27억원(19.4%), 극장식당 1천4백24억원(8.8%), 나이트클럽 1천1백29억원(7%), 요정 3백55억원(2.2%) 순이었다.
특히 룸살롱 결제액은 2001년 6천9백87억원, 2002년 9천4백83억원, 2003년 1조1백9억원으로 급증하면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3.9%, 60.5%, 62.6%로 증가했다.
지난해 경기가 극도로 침체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접대비가 급증한 것은 아파트값 폭등 등으로 건설업계가 단군이래 최대 호황을 구가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한 이처럼 기형적인 접대비 급증 상태를 고려할 때 국세청이 올초부터 시행한 '법인카드 결제 접대비 50만원내 인정' 정책은 기업 및 정부-정치권의 폐지 압박에도 불구하고 계속 추진돼야 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또한 기업들은 5조4천여억원이라는 천문학적 돈을 음성적 접대 대신 기술혁신 등에 투입해야만 한국경제의 미래가 열릴 것이라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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