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신항만과 인천 국제공항 등 대형 국책 사업 공사가 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은 약한 지반 위에 그대로 진행돼 지반이 내려앉는 등 안전사고의 위험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국가 공인 시험 연구기관이 배수 공사에 사용하는 배수재의 품질을 제대로 검사하지 않고 무더기를 합격 통보를 남발한 의혹도 제기됐다.
한편 일부 기업들이 배수재의 단가를 4~5배 부풀리는 방법으로, 1천억원 이상의 국고를 빼돌린 정황도 포착돼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기업들이 수입 단가가 싸다는 이유로 부적합한 배수재를 채택했을 의혹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 신항만·인천공항 부실 공사로 지반 침하 위험"**
국회 건설교통위 조경태 열린우리당 의원은 3일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부산 신항만과 인천 국제공항의 배수 공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약한 지반을 단단하게 다지기 위해 땅 속의 물을 빼내는 역할을 하는 배수재가 제 기능을 못해, 지반이 내려앉는 등 안전사고의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배수 공사 사진>
특히 배수재의 기능을 좌우하는 필터의 경우 단가가 상대적으로 싸지만 배수 공사에는 적합하지 않는 모델(SF-49)이 최근까지 수입돼 배수공사에 이용돼 온 것으로 확인됐다. 조경태 의원실 국감 자료에 따르면, 듀폰사로부터 전량 수입되는 필터의 경우 2002년에는 25,500㎞ 전량이, 2003년에는 전체 39,200㎞ 중 29,100㎞가 부적합한 필터가 수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필터를 사용한 배수재로 배수 공사를 할 경우, 필터의 구멍이 120㎛로 시방서상의 기준(90㎛)보다 훨씬 커 배수재로 물과 함께 흙 알갱이도 같이 유입돼 배수 기능을 못 하게 된다. <프레시안>이 입수한 부산 신항만 공사, 배후부지 배수 공사 업체의 내부 문건에 따르면 "처음에는 50m 지점까지 정상적인 배수가 이루어지다, 현재는 30m 이하에서는 배수가 중단됐다"고 토로했다.
조경태 의원은 "이렇게 시공될 경우, 이후에 지반 침하 현상 등이 나타나 안전상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 공인 시험연구 기관, 합격증 무더기로 남발**
이런 엉터리 배수재가 공사에 쓰인 데는 국가 공인 시험연구 기관이 엉터리 합격증을 무더기로 남발한 것도 한몫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 의원은 배수재의 품질을 검사하는 한국 원사 직물 시험연구원은 보유한 장비의 검사 능력과는 관계없이 품질 검사 결과를 무더기로 발급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 기관은 보유하고 있는 검사 장비가 많지 않아, 하루에 32건 이상은 품질 검사를 할 수 없는데도, 최고 48번까지 검사를 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실제로 2003년 6월 시험 현황을 살펴보면 6~16건의 검사가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 의원은 "이 기관에서 시험을 실시하면, 필터의 제작사인 듀폰사가 제시하는 사양(120㎛, 편차 30%)보다 우수한 80~90㎛로 둔갑하게 된다"며 "같은 필터를 다른 기관에 의뢰했더니 기준치(90㎛)를 훨씬 초과하는 불량(128㎛)으로 판명됐다"고 지적했다.
***"배수재 단가 부풀리기로 1천억원대 이상 국고 낭비돼"**
한편 일부 기업들이 배수재의 단가를 3~5배 부풀리는 방식으로 1천억원대 이상의 국고가 낭비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조경태 의원실이 입수한 배수재 생산업체에서 인천공항 확장공사에 배수재를 납품하고 발행한 세금 계산서를 보면 배수재의 단가가 1m 당 2백60원으로 돼 있다. 실제로 배수 공사에 사용되는 배수재의 단가가 3백원을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가 영수증>
그런데 인천공항 확장 공사에 사용된 배수재의 설계 단가는 5백50원으로 책정돼 있었다. 실제 가격인 2백60원에 대해서, 시공업체에서 설계 단가 5백50원을 적용해 받은 것이다. 부산 신항만 건설의 시공업체들도 1m에 2백60원 정도인 배수재를 실제 가격의 3배가 넘는 7백91~8백87원까지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밖에 안산 신도시 건설 현장에서는 7백5원, 여수 산업단지 조성 현장에서는 8백75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림>
2004년 현재까지 지난 3년간 사용한 배수재의 양이 약 2억m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실제 시장 거래 단가와 설계 단가를 비교하면 최소 6백억원 많게는 1천억원 이상의 차액의 국고가 고스란히 새 나간 셈이 된다.
***"공사가 부실하든 말든, 더 싼 배수재 채택한 의혹도..."**
특히 업계 관계자들은 배수 공사에 부적합한 부실한 배수재 재료를 사용한 것 역시 시공업체들이 설계 비용보다 실제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듀폰의 사양서를 확인해보면 이런 의혹 제기가 더욱더 힘을 얻는다.
현재 국내 배수 공사에 적합한 것은 최소한 구멍 크기가 80㎛ 이하인 것을 사용해야 한다. 보통 무게에 비례에 단가가 올라가는 것을 감안한다면 구멍 크기가 75㎛ 이하인 필터(SF-77)의 경우 국내에서 사용하는 배수재 필터(SF-49)보다 단가가 1.5배나 높아지게 된다.
<듀폰 사양서>
조경태 의원은 "이처럼 가격은 더 싸지만 배수 공사에 적합하지 않은 불량 배수재를 사용하면서, 단가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국민의 세금을 통해 시공업체들이 이득을 챙기고 있다"며 "이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정부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철저한 진상 조사와 함께, 배수 공사에 적합한 배수재가 사용될 수 있도록 정부가 철저하게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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