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대선 후보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인 존 케리 상원의원이 30일(현지시간) 미국 외교정책과 안보를 주제로 한 첫 대선 TV 토론회에서 북핵 문제와 이라크전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11월 2일 대선까지 정확하게 33일 남은 시점에서 치러진 이번 첫번째 TV 토론회는 아직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유권자들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여 관심이 집중됐다.
***케리 “부시 대화거부로 北 4~7개 핵무기 보유”, 부시 “양자대화는 큰 실수”**
이날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대학에서 열린 첫 TV 토론회에서 양 후보는 북핵 문제와 관련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케리 후보는 특히 “부시 행정부가 지난 2년 동안 북한과의 대화를 거부함으로써 북한은 현재 4개에서 7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게 됐다”며 부시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케리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지칭하며 “부시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공개적으로 북한과의 대화를 반대했다”며 “한국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의 정책이 자신의 정책과 반대되는 것이기 때문에 혼란스럽고 당황한 채 한국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한 정책은 현재 북한에 보낼 수 있는 가장 심각하고 혼란스러운 메시지 가운데 하나일 것”이라며 “본인은 경제문제, 인권 문제, 비무장지대 문제, 무기 배치 문제, 핵문제 등을 모두 테이블위에 올려놓고 북한과의 양자대화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이 진행중인 사실을 강조하며 “6자회담에서 미국을 비롯한 5개국은 북한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김정일과 대화를 한다면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고 양자대화를 하는 것은 큰 실수”라고 주장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북·미간 양자회담은 6자 회담을 무산시켜 중국이 북한에 핵 무기 포기를 설득하려 하지 않을 것이며 이는 바로 김정일 위원장이 원하는 것이며 큰 실책"이라고 주장했다.
***케리, “부시, 이라크전서 엄청난 판단 실수”**
이날 90분간 진행된 토론에서 가장 많은 시간이 할애된 것은 역시 이번 대선에서 최대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이라크전 문제였다. 특히 9월에 미군 사망자수가 1천명을 넘어섰고 지난 4개월 동안 처음으로 미군 사망자수가 연속해서 증가한 가운데 이라크 사태가 여전히 해결의 기미는커녕 더욱 혼돈속으로 빠져들고 있는에 따라 양측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케리 후보는 “부시 대통령이 충분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무모하게 이라크전을 시작했다”고 강하게 비난하며 “말하기에 유감스럽지만 대통령은 판단에 있어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고 칼날을 세웠다.
그는 또 “우리는 동맹국들을 불러올 수 있는 신뢰있는 대통령, 미국이 혼자서 모든 일을 감당하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하는 대통령을 필요로 한다”며 부시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지지없이 이라크전을 저질렀음을 부각시켰다.
케리 후보는 이어 “9.11 테러범인 오사마 빈 라덴을 포함한 알카에다를 먼저 소탕하지 않고 이라크를 침공한 것은 잘못”이라며 “부시 대통령이 9.11 사건 등에서 보여줬던 것보다도 본인은 미국을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세계를 이끌고 강한 동맹을 유지할 때 미국은 가장 안전하고 강력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부시, “이라크전 관련 케리 주장이라면 어느 누구도 따르지 않을 것”**
이에 부시 대통령은 “세계 여러 지도자들과 여러차례 회동을 가졌다”며 국제사회 지지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들 세계 지도자들은 이라크전이 ‘잘못된 시기에 잘못된 장소에서 저질러진 잘못된 전쟁’이라고 주장한다면 어느 누구도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케리 후보의 이라크전 평가를 강하게 꼬집었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전세계는 사담 후세인이 제거되면서 더 좋아졌다”며 예의 그 주장을 되풀이했다. 아울러 공화당 진영의 케리 후보 비난 구호인 ‘플립플랍’(이랬다 저랬다 하는 사람)에 따라 케리 후보가 자신의 입장을 여러차례 번복했다고 비난했다. “케리는 무력사용을 찬성하는 표를 던졌지만 지금은 잘못된 전쟁이라고 말한다”며 “케리가 전쟁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한 말들이 우리 군에 어떤 메시지를 보내겠는가”라며 주장했다.
이러한 공격에 대해 케리 후보는 “이라크전에 대해 말하는 데 있어 실수가 있었다”며 이라크전에 대한 자신의 태도가 일관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부시는 이라크를 침공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누가 더 잘못된 실수인가”라고 자문하며 부시 대통령의 실책을 부각시켰다.
***토론장 바깥서 수백명 시위대, 76개 관 들고 행진하며 부시 비판**
미국내에서 수천만명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진행된 이날 토론장 바깥, 마이애미 대학 교정에는 토론장만큼이나 많은 사람이 모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수백명의 시위대들이 9월 한달 동안 이라크에서 숨진 미군 병사와 같은 수의 관 76개를 성조기로 덮은 후 이를 들고 행진을 했다.
집회에 참석한 일부 시위대들은 “토론이 뭐가 필요한가. 부시는 거짓말을 했다. 그를 해고하라”는 피켓을 들고 행진했다. 이에 앞서 3백명 가량의 다른 집회 참가자들은 “다음 해고 통지서는 당신에게 보내질 수 있다”며 부시의 경제정책을 비난하기도 했다.
일부 친 부시 시위대들도 나오긴 했으나 반 부시 시위대를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수십명의 친부시 학생들은 반부시 진영의 관 행진을 방해하며 부시-체니가 담긴 피켓을 흔들기도 했지만 수적으로 상대가 되지 않았다. 친부시 시위대 중 한명은 통신에 “우리는 다른 부시 지지자들을 찾고 있었지만 찾을 수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토론회 평가에 관심 집중 **
이제 1차 TV 토론회가 마무리됨으로써 그 결과에 대한 미국 유권자들의 반응이 최대 관심사로 대두된 가운데 토론회가 있기전 조사된 여론조사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9% 포인트 차로 앞서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CNN과 USA 투데이, 갤럽이 공동 조사하고 지난 달 2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그같이 드러났지만 그 여론조사에서는 또 등록 유권자의 18%가 토론을 보고 후보자를 결정할 것이라고 응답, 토론 결과에 상당한 관심을 드러냈다.
이처럼 많은 유권자들이 토론 결과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자 부시-케리 양 진영은 토론회의 세부 절차에 까지 세세하게 합의하는 등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토론에 앞서 양 진영은 32 페이지에 걸친 토론 절차 문서에 합의했으며 이에는 양 후보가 앉는 좌석간 거리, TV 카메라 대수 등까지 포함돼 있었다. 또 케리 진영은 회담에 앞서 시간을 표시하는 등이 토론을 하는데 거슬린다는 이유로 치워달라고 요청하는 등 세밀한 부분까지 챙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2차 TV 토론은 오는 8일 미주리주 워싱턴대학에서 열리며 3차 토론은 13일 아리조나주 아리조나 주립대학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에 앞서 오는 5일에는 딕 체니 부통령과 존 에드워즈 민주당 부통령 후보간 토론회도 오하이오주에서 열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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