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시범단지 입주기업들의 반입 물자에 대해 한-미간 협의가 계속 진행중인 가운데 양국은 1천여개 품목에 대해서는 허용했지만 39개 품목에 대한 허용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을 보류했다. 한편 이번 협의 품목에서는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컴퓨터 등은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개성공단 반입 39개 품목, 추가정보필요 보류**
외교부 관계자는 24일 "정부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반입 물자 가운데 1차 심사로 1천여개를 심사한 결과 대부분 전략물자 반출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미국도 이해를 같이했다"며 "문제소지품목은 상당히 좁혀져 있는 상태로 39개 품목에 대해 계속 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39개 품목이 보류된 배경으로 "이들 품목의 경우 문제가 있어서 반입허가가 보류된 것이라기보다는 추가 정보가 없어서 보류된 것이 많다"며 "충분히 조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개성공단 시범단지에 입주할 15개 업체 가운데 11개 기업이 협력사업승인을 받았고 나머지 4개 기업에 대한 심사가 진행중이다. 이와 관련 이봉조 통일부 차관은 23일 "4개 기업도 반출물자 심사판정이 끝나는 대로 승인을 검토할 것"이라며 "물자반출과 관련, 내부의 검토가 진행중이고 미국과의 협조도 원만히 진행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외교부 관계자는 이어 "현재 이들 업체들이 어떤 품목을 가지고 가는지 확정된 것이 아니며 품목이 같은 기계라고 해도 어느 나라 것인지, 어느 정도의 기능이 있는지 종합 판단해야 한다"며 "해당업체들도 문제가 될 경우 다른 품목으로 교체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아직 반입 불허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미 양국은 이와 관련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간 개성공단 협의에 대한 후속조치로 지난 20~21일 미국에서 한-미 실무협의를 가졌으며 한국측에서는 김원수 외교통상부 정책기획관이, 미국에서는 매튜 볼먼 상무부 수출관리담당 부차관보가 수석대표로 각각 참석했었다. 개성공단 반입물자 실무협의는 다음달 중에 워싱턴과 서울에서 번갈아 열릴 예정이다.
***컴퓨터 등 용품은 이번 협의서 논의안돼**
한편 이번 협의 품목은 공장 생산설비 용품에 대한 심사가 주를 이뤄, 최대 걸림돌인 컴퓨터 반출 여부에 대한 심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 외교부 관계자는 “이번 심사대상품목은 주로 공장설비용품이라서 컴퓨터는 포함돼 있지 않았고 기업체들도 반출허용심사로 요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은 그동안 대표적인 사무용품인 컴퓨터의 반출이 명시적으로 돼 있지 않아, 컴퓨터를 반출할 경우 타자기로 품명을 바꾸거나 사양을 낮춰 승인을 받고 있는 등 큰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미국은 자국의 EAR(미국수출통제법)에 따라 펜티엄 III급이상 컴퓨터의 북한으로의 반출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컴퓨터 등은 추후 협의를 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 외교부 관계자는 “미국은 현재 사적용도의 컴퓨터는 가능하지만 생산을 위해 직접 사용되는 컴퓨터의 반출은 꺼리고 있는 상태”라며 “앞으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통일부 관계자는 “컴퓨터 등의 사무용품에 대한 EAR 규정에 대해서는 미국도 비현실적 규정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며 “앞으로 컴퓨터 등은 개성공단에 입주한 후 기업들에 대한 우리측의 사후관리시스템에 포함시켜 철저히 통제하고 전략물자에 준해서 관리, 미국으로부터 양해를 얻어나가는 방향으로, 암묵적으로 양국간 양해가 이뤄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미국측이 핵 문제 등과 관련, 북한과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컴퓨터 등의 기업활동 필수품에 어떠한 입장을 보일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내고 있어 추후 논의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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