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부실 혈액 관리를 계기로 정부가 추진해 오던 혈액 사업 개선안이 확정됐다. 논란이 됐던 대한적십자사에서 혈액 사업을 분리하는 방안은 추진되지 않는 것으로 최종 결정됐다. 단 혈액 사업 조직의 개선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 완전히 적십자사에서 분리해 별도의 공익법인을 만들 예정이다.
***정부 혈액 사업 개선 최종안, "적십자사가 혈액 사업 맡는다"**
프레시안이 21일 입수한 정부의 '혈액안전관리개선 종합대책' 최종안에 따르면, 정부는 혈액 사업 조직의 전문성을 담보하기 위해서 현 '혈액사업본부장'에서 격상되는 '혈액담당사무총장'의 적십자사 내 권한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적십자사 총재가 보건복지부 혈액관리위원회의 심의와 적십자사 중앙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임명하는 '혈액담당사무총장'은 사실상 혈액 사업에 관한 전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사무총장은 혈액 사업 조직에 대한 인사를 총재에게 제청하거나 임명해 인사권을 행사하게 된다. 그 동안 인사 교류에 구분이 없었던 구호ㆍ봉사 등 일반 사업 조직과 혈액 사업 조직 간의 인사 교류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이와 함께 정부의 혈액 사업에 대한 관리도 대폭 강화된다. 정부는 일단 질병관리본부 내 전문부서로 혈액 사업을 감시ㆍ평가하는 기능을 맡게 하고, 장기적으로 국립혈액평가원(가칭) 등을 독립 법인화 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 경우 적십자사의 혈액 사업에 대한 관리ㆍ감독은 복지부에 설치된 혈액정책과와 새롭게 만들어지는 전문부서가 동시에 관리하게 된다.
이밖에 그 동안 전문가로만 구성됐던 혈액관리위원회 위원에 헌혈자ㆍ수혈자 관련단체, 시민단체, 언론인, 법조인 등의 참여도 보장된다. 또 적십자사 관리를 위해서 혈액관리위원회는 적십자사의 주요 변동 사항에 대해 심의 및 보고를 받을 수도 있게 된다.
정부는 이를 위해 2005년 상반기 중 대한적십자사법 및 혈액관리법과 적십자사 내규를 개정하고, 혈액 감시ㆍ평가 전문부서도 설치할 예정이다.
***"개선 없을 경우 완전 분리해 공익법인화"**
이번에 확정된 정부안은 일부 언론 보도와 달리, 적십자사가 혈액 사업을 그대로 맡는 것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어서 이후 그 효과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8월6일 공청회에서 초안이 발표된 후, 시민ㆍ사회단체 등은 "적십자사에서 혈액사업을 완전히 분리하는 방안과 같은 강도 높은 개선책만이 혈액 사업을 쇄신할 수 있다"고 지적했었다.
정부는 이런 비판을 의식해 별도의 대책도 함께 제시했다. 정부안에 따르면, "적십자사 혈액 사업 조직의 개선이 뚜렷하지 않을 경우"에 한해 "혈액 사업 조직을 대한적십자사에서 전면 분리하여 적십자사 산하의 별도 공익법인으로 분리하고, 법인 이사회에 적십자사 외에 복지부, 관련 전문가 단체, 사회단체 등이 참여하는 방안"도 장기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이번에 확정된 정부안에 대해서 한 전직 적십자사 직원은 "조직을 개혁하더라도 기존의 인적 구성과 관행이 그대로 존속된다면 큰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정부의 체계적인 관리ㆍ감독과 적십자사 직원들의 뼈를 깎는 쇄신 노력만이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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