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江澤民) 중국 중앙군사위 주석이 현직에서 전격 퇴진하고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군사위 주석 자리를 물려받음으로써 중국 4세대 지도부로의 세대교체가 사실상 마무리돼, '후진타오 시대'가 본격 시작됐다. 그러나 장쩌민 전 주석의 측근들이 여전히 지도부에 넓게 포진하고 있어 그의 막후 역할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후진타오 총리는 <동북공정>을 지시한 최고책임자이고 북한에 대해서도 비판적 입장을 갖고 있는 인사로 알려져, 후진타오 시대 개막은 앞으로 한반도에도 적잖은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전망이다.
***中 장쩌민 전격 퇴진, '후진타오 시대' 본격 개막**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9일, 지난 16일부터 이날까지 열린 중국공산당 제16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16기 4중전회)에서 장쩌민 주석이 사임한 군사위 주석 자리에 후진타오 국가 주석이 임명됐다고 보도했다.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는 장 주석의 사임 의사에 동의하고 후 주석의 주석직 임명을 심의 통과시킨데 이어 후 주석이 맡고 있던 군사위 부주석에는 쉬차이허후(徐才厚) 인민해방군 총정치부 주임을 임명했다.
장 전 주석은 이와 관련 지난 1일 이미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에 주석직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직서를 통해 "신중하게 고려한 결과 현직을 사임하려고 한다. 이것은 당과 국가, 군의 사업 발전에 유리하다"며 "후진타오 동지가 중앙 군사위원회 주석을 맡도록 제안한다. 그는 완전하게 합격했다"고 밝혔다.
장 전 주석은 이어 "제 16차 당 대회에서 지도부의 신구교체 제도화를 고려, 은퇴를 신청했지만 국방 건설 임무로 인해 당 중앙이 유임을 결정했다"며 "후 총서기를 중심으로 하는 지도 그룹은 시련에 견딜 수 있는 것을 증명했다"고 평가, 후 주석 등 4세대 지도부에 최대한의 찬사를 보냈다.
장 전 주석은 19일에도 4중전회 폐막후 인민대회당에서 '사직원을 받아들여 준 것에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후 주석과 악수, 15년만의 퇴진과 무혈 권력 교체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이로써 후 주석은 지난 2002년 장 전 주석에게서 국가주석 자리와 당 중앙위 총서기직을 물려받은 후 이번에 막강 핵심 권력 자리인 군사위 주석직까지 승계받음으로써 4세대 최고 지도자로의 자리를 확고히 하게 됐다. 아울러 현직 최고위 지도부에서 3세대의 장 전 주석이 퇴진함으로써 4세대로의 세대교체가 완료돼, 사실상의 '후진타오 시대'가 본격 개막하게 됐다.
***장 전 주석 막후 영향력에 대해선 전망 엇갈려**
한편 장 전 주석이 퇴진하게 되면 쩡칭홍(曾慶紅) 국가 부주석 등 그의 측근이 군사위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이번에 8명에서 11명으로 확대된 중앙군사위원회에 쩡 부주석은 들어가지 못했다.
그러나 쉬 신임 군사위 부주석은 랴오닝성 출신의 정통 군 관료로 장 전 주석이 아끼는 군내 핵심 측근 중 한명으로 알려져 있고 후 주석 이외 4세대 핵심 지도부에는 쩡 부주석 이외, 우방궈(吳邦國) 전인대 상무위원장, 자칭린(賈慶林) 정협 주석 등이 포진해 있어 후 주석의 군사위 주석 임명에도 불구 장 전 주석의 막후 영향력이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특히 일본 언론들은 장 전 주석의 사임과 후 주석의 임명으로 후 주석이 당, 국가, 군 3권을 모두 장악, 4세대 지도부로의 정권 이양이 완료됐지만 장 전 주석의 막후 영향력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교도(共同)통신은 이와 관련, "이로써 중국은 후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후-원 체제로 독립하게 됐다"고 평가하면서도 "장 전 주석은 군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어, 은퇴후에도 덩샤오핑처럼 일정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지(時事) 통신도, "후 주석은 군내에 강고한 기반이 없다"며 "장 전 주석이 긴박한 대만 정세 등을 배경으로 후 정권에 대한 영향력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예측했다.
반면 로이터 통신은 장 전 주석의 막후 권력 행사 가능성을 낮게 봤다. 통신은 분석가들의 말을 인용, "장 전 주석은 공식 직함이 없이 정책에 영향을 끼쳤던, 전임자인 덩샤오핑 만큼의 권력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의 권력은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고 상반된 전망을 내놓았다. 대만의 전직 국방부 부장관인 린총핀도 "나무가 쓰러질 때 원숭이들은 흩어진다"며 그러한 전망을 강조했다.
***대 한반도정책 미묘한 변화 가능성**
장 전 주석이 퇴진하고 후 주석이 군사위 주석 자리를 차지, 완전한 4세대로의 세대교체가 마무리되면서 대 한반도 정책에서의 변화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체적으로 수교한지 12년이 지난 한-중 관계가 세대교체로 급격한 변화 없이 혁명 3세대 기간과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편이지만 최근 한 중 관계의 새로운 갈등 요소가 변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고구려사 왜곡과 관련, 양국간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고 최근 높아지고 있는 중화 민족주의의 대두에 중국 지도부가 어떤 영향을 받을지와 관련해서 변화가 점쳐지고 있기도 하다. 일부에서는 이와 관련, 후 주석이 고구려사 왜곡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동북공정> 사업을 실질적으로 승인, 후원한 인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아울러 북-중 관계의 변화 여부도 주목된다. 혁명 세대가 완전히 퇴진하고 '실리외교'를 중시하는 후 주석 체제가 강고해짐으로써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지원은 끝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특히 후 주석은 최소한 오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때까지는 미국과의 관계가 돈독해야 한다는 판단아래 김정일 북한체제에 대해 비공식적으로 여러 차례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져, 북-중 관계가 경화되고 북핵 회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러나 후 주석은 동시에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중국 패권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특히 경제력에 걸맞는 첨단군사력 강화를 추진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져 미국과의 물밑 긴장은 계속될 전망이다. 아울러 최근 미국의 전폭적 지지아래 군사대국화를 추진하는 일본에 대한 견제도 계속할 것으로 알려져, 자칫 동북아의 군사력 확충 경쟁이 강화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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