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표가 국가보안법 폐지 저지에 대표직을 걸겠다고 선언하며 보수단체와의 장외 연대투쟁을 추진하면서 그동안 가꿔온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급속히 퇴락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내 대표적 극보수인사인 정형근 의원이 당 지도부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져 한나라당의 우경화가 한층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정형근, 당지도부로 컴백**
13일 한나라당에 따르면, 탄핵역풍이 거세게 몰아쳤던 4.15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이철 후보를 이긴 뒤 주로 지역구(부산 북-강서갑)가 위치한 부산으로 내려가 시당위원장직 등 지역 관리에 전념해온 정형근 의원이 14일 실시되는 당 중앙위원 선거에 '깜짝 출마'해 사실상 당 지도부로 컴백한다.
중앙위원 선거에 나오는 다른 출마자 5명의 지명도가 떨어져, 기호 1번으로 출마하는 정 의원이 무난히 1등으로 당선돼 중앙위의장에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당의 한결같은 전언이다. 지구당 폐지 이후 전국조직을 갖추고 있는 것은 중앙위 밖에 없는 까닭에 정 의원의 향후 당내 위치는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당헌.당규상 중앙위의장으로 당선되면 자동적으로 당 최고 집행기구인 상임운영위의 위원직을 겸하기 돼 최고지도부의 위상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매주 월.목요일 박근혜 대표 주재로 열리는 상임운영위 회의에 참석할 수 있다.
정 의원의 깜짝 출마에는 일부 중앙위원들의 출마 요청이 있었으나, 최근 박근혜 대표의 국보법 폐지 저지선언이 결정적 작용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의원과 '영남 극보수 쌍두마차'를 이루고 있는 비주류 김용갑 의원은 지난주 의원총회에서 박 대표 등 당 지도부의 국보법 폐지투쟁을 적극 지지하며 "국보법 폐지만 막아주면 김덕룡 원내대표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사실상 박근혜 대표체제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의미하는 동시에, 김용갑-정형근으로 대표되는 영남 극보수의 발언권 강화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고진화,배일도 의원 등 극소수 소장파가 이같은 당의 우경화 조짐에 강력 반발하고 있으나 이들만으로 우경화 흐름을 막기란 역부족이라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한나라당, 보수단체와 연계해 장외투쟁 돌입**
한나라당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보수단체들과의 장외투쟁에도 본격 돌입한 상태다.
국보법 폐지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한나라당은 13일 오전 염창동 당사에서 `국가수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현판식을 시작으로 전국 시-도당별로 비대위 현판식을 갖는 등 사실상의 '장외투쟁'을 선포했다.
한나라당은 13일 동시다발적으로 전국 시.도당 사무실과 국회의원 지역사무소에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자유민주주의 수호'라고 적은 현수막을 내걸도록 지시했으며, 비대위는 15일 전체회의를 열고 최근 시국선언을 낸 보수원로 등 보수단체들과 연계해 시국토론회 개최, 청와대 항의방문, 범국민 서명운동등 `범국민연대투쟁방안'을 결정할 계획이다. 보수단체들은 오는 15일 광화문에서 대규모 국보법 폐지 저지집회를 가질 예정이며, 한나라당은 여기에 적극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한나라당은 이와 함께 장내투쟁도 강화해 이번 주 열리는 국회 법제사법위, 통일외교통상위, 국방위 등 국보법 관련 상임위에서 국보법 폐지의 문제점을 집중 부각시키기로 했으며, 열린우리당에 대해선 "TV토론후 여론조사로 국보법 개폐 여부를 결정짓자"는 제안도 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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