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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프리즘] 하늘로 떠난 화가, 땅에서 解冤(해원)의 전시회를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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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프리즘] 하늘로 떠난 화가, 땅에서 解冤(해원)의 전시회를 열다

김충순 화백 전시회 포스터 ⓒ프레시안

'천생 화가' 김충순.

화가인데 맛깔스럽게 글도 잘 쓰고, 그림을 정말 좋아하는 '천상 그림쟁이'고, 조금은 괴팍했지만 '순수했던 사람' 故 김충순 화백을 사람들은 이렇게 기억해 낸다.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암과 한치의 양보없이 싸우면서도 병상에서 마지막까지 붓을 놓지 않았던 김충순 화백.

김충순 화백은 앉은 자리가 곧 그림그리는 장소였다. .ⓒ프레시안

그가 펼치지 못한 채 남기고 떠난 작품이 동료와 후배들의 손을 거쳐 세상의 문을 열고 나왔다.

'김충순 화가'의 32번째 개인전이 오는 18일부터 23일까지 전주 교동미술관 본관에서 열린다.

그는 서울에서 치를 예정이었던 전시회를 한달여 앞두고 지난해 말 기약도 없이 총총이 하늘나라로 떠났다.

간다는 말도 없이~

그랬던 그가 이 땅에서 서른 두 번째 개인전을 펼치는데, 정작 본인은 '오프닝 세레모니'에는 참석하지 못한다.

다만, 그를 생각하며 아쉬워하는 지인들의 정성스런 손길을 통해 그가 생전에 열정을 쏟아 부었던 신작을 중심으로 화려하고 다채로운 작품만이 관객들의 얼굴을 대하게 된다.

지난 2016년 이후 암 투병을 하면서 그려낸 신작 20여점을 포함해 재료와 기법,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오로지 그만의 예술혼이 담긴 자유분방한 작품이 전시된다.

특히, 김충순 만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작품들로 '미나리-작가의 방'을 꾸며 놓았다.

'미나리'

'미나리'는 김 화가의 애칭이나 다름없다.

그는 미나리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받침이 없어서 발음이 쉽고 왠지 '웃음'이 나고 즐겁다. '미나리'는 향이 좋다. 얼음을 똟고 올라오는 강인함, 영하의 날씨에도 청정 푸르름이, 또 맛의 전주를 대표하는 식품이고, 나는 미나리 이름을 지어놓고 늘 흡족해 했고 지금까지 작업실 이름 겸 나의 별명으로 만족했고 이젠 진짜 이름이었으면 싶다"

'미나리'만큼 그는 전주의 알짜배기 토박이였다.

자신의 그림 앞에 서서 눈 웃음치는 김충순 화백 ⓒ프레시안

그는 전주의 역사를 고스란히 안고 있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2017년 6월 처음 병원에서 6개월 정도 더 살수 있을 거라고 말했었는데 지금 2019년 6월"이라면서 "내가 너무 오래산 것 아니냐?"며 "사람이 사람의 생명을 자로잰 듯 가늠할 수 있나?"라고 되묻기도 했다.

그러더니, 어느 날 훌쩍 암과 함께 프랑스 파리로 날라갔다.

그때 그는 "나 살아서 움직여서 꼭꼭 접어뒀던 원래 계획을~ 2년이 지난 지금, 하나씩 펼쳐가는 것으로, 내 고향같은 도시 파리에 와서 작업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냥 하나의 붓으로 '사람사는 세상'을 표현하고 싶어 했던 '그림 그리는 사람'이었다.

'국정아'는 하늘로 날아간 '김충순'을 옆에서 지켜본 마지막 천사이다.

Widmung(헌정작품) 아내 국정아가 남편 김충순에게 ⓒ프레시안

'천사'라는 별명은 김충순 옆에서 항상 그를 지켜보고 그를 포근히 안아주었던 '그녀'를 지켜 본 사람들이 지어낸 말이다.


김충순을 아는 사람들은 "아무 짝에도 필요없던 나무꾼(김충순)이 천사(국정아)의 옷을 제대로 숨기지 못해 천사의 옷을 엉겹결에 훔쳐 입고 먼저 하늘나라로 올라간 셈이다"고 말한다.

'김충순'이 없는 세상은 허전하다.

그가 펼치는 마지막 전시회는 그런 허전함을 달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전시회장에서 그의 작품을 하나하나 대면하면서 '화가 김충순'에게 시시콜콜 얘기를 걸어보면 어떨까?

놀라지 마시라.

어느 순간, 그가 눈을 부라리고 툭 튀어나올 것이다.

'코로나19'로 암울해진 이 시대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인생의 묘미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아마 그런 재미가 김충순이 간절히 표현하고 싶었던 '인생의 동치미'였을 것이며, 같은 세상의 이치를 느껴 보는 故 김충순 화가의 서른두번째 전시회를 보는 재미가 될 것이라고 관계자는 강조했다.

이런 상상을 통해서라도 그의 서른 두 번째 '解冤 전시회장'에서 사람을 우습게 깔아 보는 듯한 눈동자에 쌍심지를 돋우고 애들 장난감같이 코딱지같이 작은 바이올린을 왼쪽 어깨에 얹어 놓고 두툼한 손가락으로 가녀린 바이올린을 부수듯이 켜는 그를 보고 싶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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