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국의 우라늄 농축실험에 대해 "이는 동북아 안전을 파괴하고 핵 경쟁을 가속화할 위험한 움직임"이라며 "미국은 핵문제에 관해 이중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다"고 비난, 앞으로 문제 삼을 방침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북한은 또 "이에 따라 미국을 상종할 필요가 없다"며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뜻임을 내비쳐, 차기 6자회담 전망이 한층 어두워지고 있다.
***北, "美, 한국실험관련 이중적 기준"-"동북아 안전 파괴, 핵경쟁 가속화"**
한성렬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8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 실험을 우리는 동북아 핵군비 경쟁과의 연관 속에서 보고 있으며 한국 실험으로 핵군비 경쟁 확대를 방지하는 것이 어렵게 됐다"고 주장했다.
한 차석대사는 또"핵무기를 만들기 위한 분리 실험은 동북아 안전을 파괴하고 핵 경쟁을 가속화할 것이기 때문에 위협적"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은 한국의 우라늄 농축 실험에 대해 북한 고위 당국자로서는 처음 나온 언급이라 주목된다.
한 대사는 이 문제와 관련된 미국 입장에 대해서는 "미국이 핵문제에 관해 이중적인 기준을 갖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미국은 북한에게는 국제조약 위반을 들먹이며 핵무기 포기 운운한다"면서 "그러나 미국은 한국 실험에 대해서는 '우려할 만한 일이 아니다'거나 '한국을 신뢰한다'거나 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미 우라늄 분리실험을 벌인 한국은 무마하려 하면서 우리에게는 있지도 않은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을 걸고 넘어지는 것은 미국이 이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적용기준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이중기준'에 대해서는 오스트리아 빈 주재 북한 대사관의 리철성 참사관도 이날 연합뉴스와 가진 통화에서 "이 문제 대한 IAEA의 처리를 보면 IAEA가 아직도 미국을 추종하는지 아니면 국제기구로서 공정하게 다루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이를 북핵 문제와 6자회담 진행의 지렛대로 활용할 방침임을 내비쳤다.
***"미 상종할 필요 없어","추가적인 조치 있을 것"**
한 대사는 차기 6자 회담 전망에 대해서는 이러한 미국의 이중기준에 따라 "미국을 상종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 오는 22일경 열리는 것으로 조율되고 있는 4차 6자회담 개최 여부도 불확실해지게 됐다.
그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에서는 북한의 핵시설 동결과 미국의 제재 철회와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에너지 지원 등 주변국의 상응조치에 합의함으로써 차기 회담의 기초가 마련됐다"면서도 "그러나 미국이 그 이후 HEU 프로그램을 계속 걸고 넘어지는가 하면 우리측 지도부를 비판함으로써 이와 같은 합의정신을 다 뒤집어엎고 6자 회담의 기초를 파괴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미국 전략은 시간을 끌다 '외교적 노력이 소진됐다'며 군사 행동을 취하려는 것"이라며 "미국은 이라크에서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사찰단을 들이밀어 북한 내부를 샅샅이 뒤지게 하면서 전쟁준비를 하려는 것이며 우리는 이라크 사태를 통해 이와 같은 강도적 요구에 양보해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기구나 6자 회담 등을 통해 한국의 우라늄 농축 실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계획'인지에 대해서는 "두고보면 알 것. 곧 추가적인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혀 6자회담이 열리더라도 이 문제를 제기할 뜻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처럼 북한이 한국 우라늄 농축실험에 대해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나섬에 따라 중국이 오는 22일 개최예정으로 관계국 입장을 조율중인 4차 6자회담의 전망은 한층 어둡게 됐다. 북한의 의도는 이번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핵개발 계획 폐기 압력을 모두 털어버리고 미국의 입장을 약화시켜보자는 것으로 풀이되지만, 한국의 이번 실험은 북한으로서도 6자회담을 거부할 수 있는 '좋은 구실'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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