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우라늄 분리실험과 관련, “실험 자체는 신고 대상이 아니지만 핵물질 사용은 신고가 됐어야 한다고 본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이는 사건발발직후 "신고대상이 아니었다"고 주장하던 정부 입장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어서, 그 배경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 “우라늄 사용은 신고했었어야”, ‘오락가락’ 해명에 의혹 키워**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8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협정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우리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핵물질 사용을 신고하지 않은 것은 분명 잘못이나, 안전조치 위반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향후 조사가 끝난 다음에 IAEA가 자체 판단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같은 입장은 기존 정부 입장에서 크게 변화된 것이다.
과학기술부는 당초 "지난 2월 IAEA 추가의정서 발효 이전의 전면안전조치협정에는 2000년의 우라늄 분리실험을 행한 연구소가 신고대상 시설이 아니었던 만큼 이번 실험은 결코 협정 위반이 아니며, 따라서 아무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오락가락’한 설명으로 오히려 문제가 더 확산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혼선에 대해 이날 외교부 관계자는 “정부는 원래부터 이런 입장이었으나 일부 과학자들이 개인적으로 경미한 실험이니까 신고 안해도 되는 것이 아니냐고 본 것 같다”며 “그래서 혼선으로 비춰졌을 수도 있다. 과기부도 그러한 입장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해 정부내에서 이견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정부 입장에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자, 그는 “제공된 정보 중에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지만 정부 내에서는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표현에 있어서 자세히 이야기한 경우와 아닌 경우가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우라늄 0.2g, ‘의미있는 분량’ 여부 이견**
한국이 핵물질을 추출한 것과 관련 신고를 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는 판단과 함께 이번에 추출한 0.2g이 ‘의미있는 분량’인지 여부도 논란이 됐다. IAEA 안전조치협정에서는 모든 핵물질은 신고하도록 돼 있으며 ‘의미있는 핵실험’의 경우에는 더우기 신고해야하지만 안전조치협정에 따르면 ‘많지 않은 핵물질’은 사전에 신고를 하면 협정에 의해 사찰대상 면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 관계자는 IAEA가 규정하는 ‘의미있는 분량’에 어떤 숫자적인 기준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하며 0.2g이 의미있는 분량인지 여부는 알아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신고를 해야 면제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일부 과학자들로부터 적은 량의 핵물질 보고가 누락됐다가 뒤늦게 신고했어도 핵계획으로 인한 누락이 아닌 경우에 그대로 넘어간 적이 있다는 걸 들었다”며 “정부로서는 단순히 과학자들의 연구실험이라는 사안 본질에 맞게 처리됐으면 하며 신고 될 부분이 안된 것이기는 하지만 과장되게 다뤄지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희망을 내비쳤다.
***일각에선 "우라늄 실험뿐 아니라 플루토늄 실험 의혹" 제기도**
한편 일각에서‘IAEA에서는 이번 사찰에서 우라늄 실험뿐만 아니라 플루토늄 관련 실험도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 관계자는 “이번에 관련해서 플루토늄 문제는 없었다”고 단언했다. 그는 그러나 “다만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면 과거 IAEA 정기사찰 등의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들이 확대돼서 나오는 이야기일 것”이라고 미묘한 여운을 남겼다.
어떤 내용인지에 대해서는 이 관계자는 “IAEA 사찰 내용은 모두 비공개로 대외비”라며 “어떠한 문제점이 있었고 어떻게 풀렸는지는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사찰을 행할 때는 보통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해명이 오가게 되는데 이 과정이 그런 식으로 비쳐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부연설명했다.
한미원자력협력협정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그는 “한미원자력협력협정에 따른다면 미국에서 가져온 기술이나 물질이 대상이 되는 것”이라며 “과기부 검토에 따르면 이번 문제에서는 해당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정부, IAEA 이사회에 대표단 파견**
이제는 공이 오는 13일부터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제48차 IAEA 이사회로 넘어간 상황임에 따라 정부 당국은 관련 부처 담당 관계자를 이사회에 파견, 정부의 입장을 적극 설명할 예정이다. 이번 이사회에 정부는 조창범 주 오스트리아 대사 겸 주 IAEA 대사를 수석대표로 하고 오준 외교통상부 국제기구정책관, 조청원 과학기술부 원자력국장이 포함된 대표단을 파견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들 활동과 관련 “이번 사안이 핵농축 프로그램이나 다른 정부 보유 프로그램의 일부가 아니고 독자적인 과학자들이 행한 1회성 과학 실험이었다는 점을 설명할 예정”이라며 “정부의 핵비확산 의지를 다시 한번 설명하고 35개국으로 구성된 다른 이사국들에게 이 사안이 어떤 일이었는지 알려서 균형잡힌 시각으로 다루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 우선 지난 2일 공식 발표하기 전에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당사국들에게 이같은 사안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당사국들은 “발견한 것을 발표하고 시정조치를 취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하지만 일본언론을 비롯해 세계 주요언론들은 한국정부의 입장 변화를 대서특필하며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도 논란은 상당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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