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65세가 되어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중증장애인에 대해 긴급구제를 결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인권위는 그러면서 보건복지부 등 관계기관에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지원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긴급구제'는 인권위가 조사 대상의 인권침해나 차별행위가 계속되고,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예상될 경우 피진정인에 인권침해나 차별행위의 중지 등을 권고하는 조치다. 다만 강제성은 없다.
이번 조치는 중증장애인 12명의 요청으로 이루어졌다.
현행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만 6세 이상 만 65세 미만 중증장애인에게 하루 최대 22시간 까지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한다.
만 65세가 되면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수급심사를 받는다. 문제는 장기요양등급이 나오면 활동지원서비스를 하루 최대 4시간만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65세 생일을 맞이했거나 곧 맞이할 예정으로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되면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전혀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인권위는 조사 결과 "피해자들은 모두 휠체어를 이용하고 있으며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실에 가고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식사를 하고 외출을 하는 등의 모든 일상생활을 누군가의 지원 없이 혼자서 수행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지체 또는 뇌병변 중증장애를 가지고 있다"며 "활동지원서비스가 축소되면 기본적인 생리욕구는 물론 질식사 등 건강권과 생명권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시설에 입소하는 것은 장애인의 자립 생활을 현저히 저해해 적절한 해결방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사회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으며, 평생사회안전망 서비스는 연령 제한을 둘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며 "65세 이상 중증장애인에게 맞춤형 사회서비스가 제공되지 않거나 부족한 탓으로 발생하는 생명권 위협 상황을 방치하는 것은 국가의 부작위에 의한 인권침해로 판단하여 긴급구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보건복지부와 사회보장위원회에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관련 법률 개정을 권고하고, 법 개정 전이라도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65세 이상 중증장애인에게 신청자격을 부여하는 단서 조항을 활용하는 방안 마련 등 조속한 지원대책의 마련을 촉구하는 긴급 정책 권고를 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인권위는 이번 긴급구제 결정과는 별개로 앞서 2016년 10월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장애인활동지원 수급자인 장애인의 경우 만 65세가 되면 장애인활동지원 제도와 노인장기요양보험 중 필요한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 개정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지난해 7월에는 국회의장에게 65세가 되는 장애인이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는데 불이익이 없도록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과 '노인장기요양보험법' 등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표명했으며 지난해 9월에는 3명의 중증장애인에 대하여 긴급구제를 결정하기도 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서비스 대상, 목적 등이 다르고 재정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인권위 권고에 '불수용' 입장을 표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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