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혈액제제를 독점하고 있는 2개 제약사 외에 다른 제약사가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한다는 정책 권고를 3년 이상 무시해온 것으로 밝혀져, 파장이 예상된다. 복지부는 혈액제제의 폭리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연구용역에 들어가는 비용을 해당 제약사들에게 떠맡긴 일 등으로 물의를 일으켰었다.
***복지부, "혈액제제 2개사 독점 문제 있다" 연구 묵살**
1일 복지부 및 대한적십자사 등에 따르면, 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 2001년 4월 <혈액관리 안전성 확보방안 연구>란 정책보고서를 통해 "현재 민간 제약업체 2개사에만 공급되는 원액 및 원료혈장을 다른 제약사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권고했으나 복지부가 여지껏 3년이 넘도록 묵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는 "(이렇게 다른 제약사로 확대하는 것이) 혈액제제를 사용하는 환자들을 보호하는 것이며, 우리나라 혈액 사업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이라고 판단된다"며 "적십자사는 원료 혈장의 공급을 입찰 등의 공개경쟁 방식을 택해, 민간 제약사의 혈액제제 완제품의 판매 이윤의 일부가 혈액사업으로 환원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당시 적십자사가 제안했던 '적십자사 자체적으로 혈액제제를 생산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적십자사가 독점적으로 혈액제제를 생산할 경우 공공관리 정책에 역행하고, 보험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그런 방침보다는 2개사가 독점하고 있는 구조를 바꾸는 것이 더 낫다"고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이 보고서는 N사와 D사, 2개 제약사가 30여년 이상 혈액제제를 독점한 데 따른 문제점이 1999년 집중적으로 제기되자 복지부가 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1999년 10월 국정감사 과정에 보건복지위 김홍신 의원 등이 "혈장으로 만드는 혈액제제를 2개 제약업체에서 독점 생산하면서 막대한 이득을 남기고 있는데도 복지부가 다른 업체의 진입을 막고 두 제약업체를 비호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었다. 적십자사도 1990년대 중반부터 혈액제제를 자체 생산하는 방안을 마련한 뒤 이를 복지부에 수차례 건의해왔었다.
이처럼 독점 문제가 불거지자 복지부는 1999년말 보건사회연구원에 연구를 의뢰했고, 연구원은 2000년초 연구조사에 착수해 2001년 4월 이같은 보고서를 제출하기에 이르른 것이다.
***"복지부, 1천억원 시장 2개 제약사 독점 비호하나"**
하지만 혈액제제 생산에 다른 업체들도 참여시켜야 한다는 정책보고서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여지껏 3년이 넘도록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연간 1천억원이나 되는 혈액제제 시장을 2개 업체가 계속 독점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2001년에 그 보고서가 나왔을 당시에는 적십자사가 혈액제제 제품을 생산할 것인지에 주목했지, 2개 제약사의 독점 문제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며 "혈액제제 사업은 장치산업이라서 초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다른 제약업체들의 신청이 없어서, 특정 제약사의 독점 체제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복지부의 해명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혈액제제 생산에 필요한 초기 설치비용은 1백50억 정도로 확인됐다. 이것은 1999년 당시 혈액제제를 자체 생산할 계획을 가진 적십자사가 S은행 등으로부터 무담보로 1백60억원을 차입할 계획을 가졌던 것에서도 알 수 있다.
혈액제제 시장 규모가 한해 1천억대인 것을 감안하면, 복지부가 공개경쟁 방식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경우 1백50억원의 설치 비용을 감수하고 시장에 진출하려는 제약사들이 없을 리 없다. 한 적십자사 관계자는 "1999년 당시 L사와 C사 등 규모가 큰 제약사에서 혈액제제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했었다"고 증언했다.
복지부가 2개 제약사의 독점을 비호하고 있다는 의혹이 1999년부터 계속 제기돼 온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복지부는 지난 2002년에도 혈액제제의 폭리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의뢰하면서 용역 비용 7천만원을 두 제약업체에 부담시킨 사실이 최근 알려져 물의를 빚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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