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공익제보자의 양심선언에 따라 감사원 감사를 받고 오염혈액을 유통시킨 혐의로 무더기 징계를 받은 적십자사가 직원들에게 "업무와 관련된 기밀을 외부에 누설하면 반국가적 행위가 됨을 인정하고 국가보안법과 군사기밀 보호법 등에 따라 처벌받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강요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적십자사가 문제의 국가보안법을 내부비리 방어를 위해 악용하고 있음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적십자사, "기밀 누설시 국가보안법으로 처벌"**
적십자사는 지난 6월부터 혈액 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들을 상대로 "소관 업무가 국가 안전보장에 관한 기밀"이며 "이런 기밀을 누설함이 이적행위가 됨을 자각하고 비밀 사항을 일체 누설하지 않을 것"을 강요하는 서약서를 강요한 사실이 28일 확인됐다.
프레시안이 입수한 서약서에 따르면, "기밀을 누설할 때는 그 결과가 반국가적 행위임을 자인하고 국가보안법, 군형법, 군사기밀보호법 등에 따라 엄중히 처벌 받을 것을 서약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적십자사는 이와 관련, "업무 수행에 있어서 비밀과 관련된 사항을 취급할 때, 비밀인가취급증을 발급받기 위해 서약서를 작성하도록 돼 있다"며 정당한 절차라고 항변했다.
***직원들, "이러니 국가보안법 폐지 얘기가 나오지..."**
하지만 내부 직원들의 시각은 다르다. 일련의 적십자사 관련 보도들이 내부 공익제보자에 의한 것으로 판단해 이같은 무리한 서약서를 강요하고 있다는 반발이다.
특히 그동안 에이즈 감염 혈액 등을 유통시키는 등 각종 사회적 파문을 불러일으켜 그 어느 때보다 업무의 투명성이 요구되고 있는 혈액관리 업무가 국가보안법 적용대상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모두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적십자사의 한 직원은 이와 관련, "이러니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악용되고 있는 국가보안법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라고 냉소하기도 했다.
이같은 '서약서'는 내부 공익제보자를 법으로 보호하고 있는 부패방지위원회의 기본방침과도 정면배치되는 것이어서, 추후 부방위의 대응이 주목된다.
한마디로 감사원 감사 발표뒤 "뼈를 깎는 쇄신"을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적십자사가 아직도 구태를 못 벗고 있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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