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보건복지부와 금품 로비를 통한 '부적절한 관계'로 얽혀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대한적십자사가 이번에는 신병들의 헌혈 대가로 군부대에 도로 포장비와 전기공사 등 억대의 지원을 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군부대의 단체헌혈 의존도가 높은만큼 군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다는 현실은 이해가나, 이렇게 제공된 지원금이 대부분 군부대의 정식회계에 잡히지 않고 있어 유용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적십자사, 신병 헌혈 대가로 군 부대에 수억대 지원**
28일 적십자사 내부관계자에 따르면, 적십자사는 신병들이 입소하는 일부 부대에서 지속적인 신병 헌혈에 대한 대가로 도로 포장공사비를 지급하고, 건물 전기 공사를 대신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프레시안이 확인한 적십자사 내부 문건에 따르면, 적십자사는 2003년 4월 한 군부대의 도로 포장공사를 이유로 4천7백90만원의 금액을 집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적십자사는 2002년에도 같은 부대 한 건물의 전기공사에 총 1천9백6십여만원을 집행했다.
이밖에 적십자사가 '헌혈 장소 연료비' 명목으로 2001년 7백여만원을 지불하고, '헌혈팀 식사비' 명목으로 1천2백만원을 군부대에 지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뿐만 아니라, 적십자사는 대대장 근속 30주년 축하 선물로 16만원 상당의 '황금 열쇠'를 만들어 지출한 사실도 확인됐다.
***군 지휘관 유용 의혹 제기돼**
적십자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 "아무래도 군부대의 단체 헌혈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군에서 요구하는 것을 안 들어줄 수가 없다"며 "헌혈에 협조하는 군부대에 대한 부당 지원은 지난 10여년 동안 관행이었기 때문에 다른 신병 보충대도 비슷한 규모의 지원금을 받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렇게 군부대에 지급된 적십자사의 부당 지원금은 부대의 정식 회계에 잡히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도로 포장이나 건물 공사를 적십자사 지원금으로 하고 원래 책정돼 있던 군의 예산은 일부 지휘관의 쌈짓돈으로 쓰였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현역 대장과 중장을 비롯한 육군 장성들이 공금 횡령과 유용 등의 혐의로 사회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어 이같은 의혹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관련 군부대에 대한 군당국의 엄정한 자체 조사가 요구되는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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