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국무총리가 현재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문제를 돌파하기 위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는 일본신문 보도가 나와,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총리와 청와대는 즉각 보도내용을 부인했으나, 그동안 남북정상회담 추진설이 간헐적으로 흘러나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를 보는 외부의 시선은 간단치 않다.
***이해찬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핵 실마리 찾을 수 있어"**
일본의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이해찬 총리가 26일 정부종합청사에서 취임후 외신과 처음으로 가진 자사와의 인터뷰에서 남북정상회담을 돌파구로 북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27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이 총리가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면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호소한 뒤, 북한측에 이미 정상회담 개최를 타진했음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 보도에 따르면, 2000년 남북정상회담때 김대중 당시 대통령을 수행, 북한을 다녀왔던 이 총리는 이 사실을 밝힌 뒤 "그후 북한의 중요 인사가 오면 만나거나 금년 들어 중요한 분이 한국에 왔을 때도 만났고, 김 전대통령 때부터 남북교류에 관여하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며 "북한을 방문해 달라는 요청이 간접적으로나마 있었으나 본인은 북한 핵문제의 가닥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어 "남북 총리급 회담 개최를 제안할 생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남북정상회담이 2000년 이뤄지고 난 다음 김정일 위원장의 한국 방문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그것이 먼저 이뤄지는 것이 순서이며, 그 이후 정상회담의 합의에 따라 총리급 회담을 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이 총리가 2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분명히 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그는 또 향후 남북관계에 대해 "최근 장관급 회담이 탈북자 문제 등으로 인해 보류되고 있으나 제가 보기에는 이 상태가 오래갈 것 같지 않다"면서 "남북교류의 진전은 큰 흐름을 이루고 있으며, 장관급 회담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낙관했다.
이 총리는 이어 북한이 개혁.개방노선으로 돌아서는 것은 "시간 문제"라며 한국은 북한의 개혁.개방노선을 지원할 것이며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광범위한 경제협력과 비경제분야 교류 ▲자본주의 국가와의 경제교류에 필요한 교육과 사업지원 등 과감한 지원을 할 것이라는 종전의 정부입장을 덧붙였다.
북핵문제 해결과 관련, 이 총리는 6자회담과 남북교류를 병행해야 한다면서 서로 체제를 보장하는 가운데 의존도를 높여가는 방법으로 개혁과 개방을 촉구하겠다고 말해 핵문제 타개에 효과적인 시기에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해찬-청와대, 즉각 보도내용 부인**
이같은 니혼게이자이 신문 보도에 대해 그러나 이 총리는 즉각 발언을 부인하고 나섰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니혼게이자이 신문 보도내용을 접하고 "왜 기사가 이렇게 났나. 내가 한 말을 갖고 바로 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이강진 총리 공보수석이 전했다.
이 수석은 이어 이 총리는 인터뷰에서 '4년전 남북 정상회담 당시 민주당 정책위의장 자격으로 동행했는데 북한과의 여러 접촉을 직접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정상회담으로 열렸으면 한다"면서 "대통령 보좌시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한단계 진전된 정상회담이 이뤄지는 쪽으로 보좌하고 있다"고 말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 김종민 대변인도 27일 보도와 관련, "우리 정부의 기존입장에 전혀 변화가 없다"며 "(타진설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김 대변인은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정부의 기조는 북핵문제가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거나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문제가 의미있고 중요한 진전을 이룰 수 있다면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런 기조에 변함이 없고 아직은 그런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반대에도 정상회담 의지 있음을 보인 것 아니냐"**
하지만 이같은 이총리와 청와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번 보도사태를 바라보는 외교가의 시선은 간단치 않다.
한 외교전문가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한국기자들도 재직하고 있는데 한국말을 제대로 못알아듣고 이런 기사를 썼겠느냐"며 "한쪽에선 북한에 대해 정상회담 제안을 하면서도 다른 한쪽에선 이를 부인하는 전형적 치고빠지기가 아니냐"고 해석했다.
그는 "북핵문제 타결을 위해 노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의욕을 보이고 있고 북한입장도 마찬가지이나 미국의 부시정권이 워낙 남북정상회담에 거부반응을 보여 진척을 못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내에는 아직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다는 사인을 이번에 이총리가 인터뷰 형식을 빌어 북측에 보낸 게 아닌가 싶다"고 해석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