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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에 부활한 21세기판 공자, 감동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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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에 부활한 21세기판 공자, 감동이 없다?

[中國探究] <83>'교육 영화'의 실패가 주는 교훈

얼마 전 중국에서 만든 영화 <공자>가 우리나라에서 개봉되었다. 중국에서 올해 1월에 개봉되었던 이 영화는 당시 중국에서 공교롭게도 <아바타>와 동시 상영되어 많은 화제를 낳았었다. 역시나 우리나라에서도 별다른 흥행을 거두지 못하고 신속하게 DVD 상권으로 넘어 간듯하다.

중국의 차세대 여감독으로 주목받는 후메이(胡玟) 감독이 연출하고 한국인들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저우룬파(周潤發)가 주연을 맡은 명성에 비하면, 영화가 주는 충격파는 매우 미미했다.

▲ 영화 <공자>의 포스터 ⓒ프레시안
영화는 당시의 악습이었던 순장(殉葬)을 피해서 도망치는 한 노비를 자로(子路)가 구해주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공자는 이 노비를 집으로 들여 숨겨주었고, 후에 노나라 정치인들과 이를 공론화하여 순장을 폐지하는 정치적 위업을 달성한다. 영화는 공자가 노나라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던 차에 정치에 중용되어 정사를 돌보다가, 모함을 받고 노나라를 떠나 천하를 주유하였고, 노년에 다시 노나라로 돌아와 <춘추>를 짓고 생을 마감하는 여정을 잔잔하게 그리고 있다. 영화의 특성상 <논어>나 <사기> 등에 나오지 않는 스토리가 다소 첨가되었고, 또 사료에 기록된 사실과는 다르게 각색된 장면들도 더러 등장한다.

예수와 관련된 영화는 영화가 생겨난 이래로 무수히 많이 만들어졌다. 기독교 성경에 나오는 마태, 마가, 누가 복음이 저마다 독자적인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영화감독들은 제각기 이 스토리텔링을 시나리오 원본으로 삼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주인공이나 대사를 삽입하여 자신의 색깔에 맞게 영화를 뽑아내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논어>에는 이러한 '스토리텔링'이 존재하지 않았고, 단지 공자 단편적인 어록만이 파편처럼 존재했다.

따라서 영화 <공자>에 나오는 대사들은 사실상 거의 다 '창조'에 가깝다. 후메이 감독은 공자를 우환을 지닌 '정치가'로 그렸고, 따라서 극 중에 등장하는 <논어> 구절들은 대부분 공자가 정치적 상황 속에서 발언한 내용으로 각색되었다.

"가는 길이 다르면 함께 도모하지 않는다." "내가 원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강요하지 말라." "예가 아니면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라" 등의 <논어> 구절들이 극 중에서 대부분 정치적 상황 속의 대사로 연출되었다. 이런 상황 설정은 기존에 우리가 배웠던 공자의 사상과는 거리가 있어 사뭇 당황스럽다.

또한 극 중에 등장하는 장면들이 모두 '큰 것'을 지향하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공자가 입조할 때 등장하는 거대한 건축물들, 공자가 제나라를 방문했을 때 등장한 마치 마야문명에서나 나올 듯한 석조물들, 그리고 <적벽대전>에서 본 듯한 수십만 명이 등장하는 전쟁 장면 등은 모두 이 영화가 블록버스터급 대형 영화라는 점을 과시하는 것 같다.

영화 <벤허>에 나오는 로마 주경기장도 실제 규모보다 더 거대하게 그려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로마는 제국이었다손 치더라도, 춘추전국시대를 그리면서 장면들을 그렇게 '거대'하게 그릴 필요가 있었는지, 참으로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공자가 남자(南子)를 만나는 장면도 매우 극적으로 묘사되었다. 이를 통해 공자의 의연함과 도덕성이 더욱 부각되었다. 영화의 묘미를 더해주기 위해 당연히 가능한 각색이다. 안회의 죽음도 본래 병사로 되어있던 것을 여행 도중 얼음 속으로 꺼져 들어간 것으로 묘사하였다. 얼음 속에서 안회는 고대 경전의 원형인 죽간들을 건지려다 목숨을 잃는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공자가 말년에 노나라로 돌아와서 성문 앞에서 "노나라여! 내 부모의 방읍이여! 마침내 내가 돌아왔습니다"라고 읇조리는 대사는 상당히 교육적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각색은 감독의 자유지만, 문제는 이를 통해 감독이 말하려는 궁극적 메시지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교육적 메시지가 영화의 예술성을 너무 침범해 들어갔다.

이 영화는 제작 초기부터 후진타오 주석의 특별한 관심을 받았다고 한다. 정치권의 기대가 컸던 것이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일까? 영화 <공자>는 결과적으로 정치가로서의 공자, 거대한 장면들의 출현, 심리적 갈등 묘사의 미숙, 지나치게 부각된 도덕적 메시지 등은 영화 자체의 완성도를 상당히 삭감시켰다. 2008년에 상영되었던 류더화(劉德華)가 조자룡 역으로 주연한 <삼국지-용의 부활>과 비교할 때 완성도에서 큰 차이가 난다.

영화 <공자>는 아마도 '공자(孔子)' 자체를 최초로 영화화한다는 데서 오는 부담감이 대단했던 모양이다. 중국의 근현대사 속에서 '공자'만큼 굴절이 심했던 역사적 인물도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문혁(文革) 기간 중 수천 년 전의 '공자'가 인민재판에 다시 불려나와 당한 수모는 상상할 수도 없이 가혹했다. 이렇게 볼 때 21세기, 중국에서 공자를 주인공으로 영화가 상영된다는 자체만으로도 그 의미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공자'에 대한 복원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중국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전 세계에서 중국어를 가르치는 <공자학원>이 성업 중이다. 중국의 국책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공자의 고향 취푸(曲阜)에서는 공자 제사가 부활되고 대대적인 수리 작업이 실시되고 있다. 공자를 얼굴로 한 교육과 문화재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새 치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는 국책영화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문뜩 70년대 우리나라에서 상영되었던 <난중일기>가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그 후 소설 <칼의 노래>가 나오기까지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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