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 시인이 중심이 된 사단법인 '생명과 평화의 길'이 26일(목) 오후 3시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창립 총회를 열고 활동을 시작한다.
'생명과 평화의 길'은 지난 2월 부산에서 김지하 시인이 처음 제안한 단체로, "테러와 전쟁, 경제 위기, 도덕적 황폐화와 생태계의 전면적 오염, 기상이변 등으로 절망에 빠진 세계의 위기를 극복하고 생명의 진리 위에, 진정한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길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
그동안 창립준비위원회(위원장 정성헌 남북강원도협력협회 이사장)가 사회 각계의 생명사상 연구자, 생명평화 운동가, 문화예술인, 일반시민 등 5백여명의 발기인을 조직했고, 이날 공식 출범하게 된 것이다.
'생명과 평화의 길'은 앞으로 생명학의 연구와 체계화, 동아시아와 세계 평화의 실현을 위한 학술연구사업, 생명사상에 기초한 문화사업 등을 기본 사업목표로 정하고 구체적이고 다양한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이날 함께 열릴 창립기념 심포지움에선 '제3의 선택으로서의 동아시아론'(최원식ㆍ인하대 국문학과 교수), '공생의 사회, 생명의 경제'(나카무라 히사시ㆍ류고쿠대학 경제학부 교수), '연해주 고려인의 삶과 동북아 평화'(강 니콜라이ㆍ동북아평화연대 연해주 사무국 사무장), '민족을 넘어서'(韓少功ㆍ중국 해남성 작가협회 주석) 등이 발표될 예정이다.
***"그늘이 우주를 바꾼다"**
'생명과 평화의 길' 이사장으로 내정된 김지하 시인은 이날 창립을 기해 2백자 원고지 2백매 분량의 <생명 평화 선언>을 발표한다.
그는 여기서 근대 산업문명, 근현대 과학기술의 성격과 폐해를 진단하고 이로부터 생명의 위기가 유래함을 밝히며, 그 극복을 위해 자연친화적 대안문명의 창조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것은 서구 생태주의 사상의 존중과 아울러 그것을 넘어서는 시도, 즉 동양과 우리 고유의 생명 사상의 연원, 특히 동학의 생명사상을 탐구하고 그것을 창조적으로 넘어서는 시도를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 시인은 <생명 평화 선언>에서 "농업 문화가 유지되던 시절의 환경 재난은 우연적이었지만, 오늘의 산업문명은 본디부터 구조적으로 막심한 환경 재난을 초재함으로써 생명 일반의 위기로 치닫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며 "산업문명의 핵심 체계인 자본주의가 자연을 착취해 환경 문제를 초래하게 된 것은 자본가와 지배 엘리트가 민중의 요구를 압박하고, 강대국이 후진국과 제3세계 민중의 삶을 도탄으로 빠뜨리는 것과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김 시인은 "자본주의가 인류의 대안이 아닌 것처럼 사회주의 역시 그 기본 착상이 생산력의 발달로 끊임없는 성장을 도모하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대안 체제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현실 사회주의의 전체를 대변하는 권위주의 질서 역시 사회 구성원 각자의 개별성과 자율성을 침해하는 결과로 귀결됐다"고 지적했다.
김 시인은 이제 동양으로 눈을 돌리자고 제안한다. 김 시인은 "서구 문명이 초래한 전 지구적 환경 위기에 대한 서구 생태주의 사상은 존중해야 마땅하지만 그것에는 여러 가지 한계가 보인다"며 "동양사상에 흐르고 있는 생태주의를 통해 그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생명사상을 모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시인은 "'생명과 평화의 길'은 활동 구호를 '그늘이 우주를 바꾼다'로 결정했다"며 "'그늘'은 판소리 등에서 쓰이는 개념으로 '윤리적으로 인생의 쓴 맛, 단 맛의 신산고초를 피하거나 적당히 얼버무리지 않고 피하지 않고 받아내되, 분노나 폭발이 아닌 '삭힘(견딤)'으로 인욕정진하는 삶의 자세'를 일컫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김지하 시인은 "이런 그늘의 자세로 우주를 바꿀 수 있는 에너지를 표출할 때 인류 문명의 새로운 대안을 찾는 것이 가능하다"고 선언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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