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6자회담과 이에 앞선 3차 실무그룹회의 개최를 위해 한국 등 참가국이 조정에 나서고 있지만 난항을 겪으면서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북한은 잇따라 6자회담 및 실무그룹회의에 부정적 발언을 하고 있고, 미국은 대선이 두달여밖에 남지 않아 협상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고 않고 있어, 협상이 연말연초로 늦춰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기도 하다.
***차기 6자회담 및 실무회의 개최 난항, 정부 조율 나서**
지난 6월 열린 3차 6자회담에서 참가국들은 4차 회담을 9월말 이전에 개최하고 이에 앞서 실무그룹회의를 열기로 합의했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회담 일정을 잡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당초 실무그룹회의는 8월 중순 개최가 점쳐졌었지만 이미 무산된 상태다.
북핵 6자회담이 이렇게 교착상태에 빠지자 정부는 6자회담 한국 수석대표인 이수혁 외교통상부 차관보를 24~25일 중국에 급파한 데 이어 26~27일 일본에 보내 각국과 4차 회담과 3차 실무그룹회의 개최 일정을 협의하고 구체적인 회담 ‘세부안’을 제시하는 등 조율에 나섰다. 이밖에 이 차관보는 다음주에는 미국과 러시아를 방문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마련한 ‘세부안’에는 3차 회담 이후 남-북한과 미국의 안을 함께 검토, 한반도 비핵화의 첫 단계조치인 ‘핵동결 대 상응조치’에 대해 북-미간 이견을 중재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이 차관보와 동행한 조태용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은 23일 “현재 실무그룹회의 개최에 소극적인 참여국이 있어 일정이 확정되지 못하고 있다”며 “북한도 4차 6자회담에 원칙적으로 합의했고 실질적으로 기여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큰 틀에서 회담 참여 의지에는 변함없다고 판단한다”고 북한을 겨냥했다. 그는 또 “올 11월 미 대선이나 주변 상황을 봤을 때 6자회담 틀을 유지하는 것이 참여국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에 4차 6자회담 개최를 비교적 낙관한다”고 전망했다.
***北, 6자회담 및 실무그룹회의 관련, 잇딴 부정적 발언**
정부가 이처럼 초조해하는 것은 최근 북한 언론매체의 잇따른 6자회담 및 실무그룹회의에 대한 부정적 발언 때문이다.
북한은 24일 조선중앙통신의 ‘부시는 파쇼 폭군’이라는 제하의 논평을 토해 “미국이 대결 의도를 드러낸 이상 북핵 6자회담에 더는 기대를 걸 수 없게 되고 미국과 더는 상종할 필요가 있느냐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6자회담 불참의사를 시사했다.
이에 앞서 23일에는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폭군”이라고 비난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 대해 “부시야 말로 히틀러를 능가하는 폭군중의 폭군”이라며 “도저히 회담에 나갈 수 없게 하는 것은 물론 미국과 마주앉을 초보적인 명분조차 가질 수 없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었다.
대변인은 또 “미국이 3차 6자회담에서 이룩된 모든 합의와 공동인식을 뒤집어엎고 대북 적대정책을 노골화하고 있어 4차 6자회담을 위한 실무그룹회의마저 개최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해, 4차 6자회담에 앞서 갖기로 한 실무그룹회의에도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했었다.
북한은 지난 16일에도 “미국은 회담할 수 있는 기초를 스스로 파괴해 버림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당면한 6자회담 실무그룹회의에 나갈 수 없게 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지난달 27일에도 미 하원의 북한인권법안 통과 직후 “미국이 인권문제를 구실로 정치적 도발을 계속해오는 상황에서 6자회담을 계속해야 할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말했었다.
이런 북한측 반응에 대해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북한이 회의 참가 자체를 교섭카드로 활용하며 미국 등의 양보를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이어 ‘검증’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한미일은 ‘포괄적인 사찰’의 의미를 담고 있지만 북한은 ‘핵시설 감시’ 의미로 한정하는 등 여전히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美, 대선 앞두고 정신 없어”“차기 회담, 연말이나 내년초로 연기 가능성”**
이같은 북한의 강경입장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아직 적대적이진 않다.
물론 애덤 어럴리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24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폭군’ 표현을 “북핵 이슈와 함께 따질 것”이라면서도 “그러한 발언은 6자회담과는 상관이 없다”며 애써 평가절하했고, 스콧 맥클랠런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북한은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해왔다”며 6자회담은 몇 주내 열리게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24일 성명을 통해 "우리는 북한 당국이 줄곧 강조해 온 바대로 여전히 한반도의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협상에 의해 해결하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신중하게 낙관적인 전망을 밝혔다.
하지만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주일 러시아 대사는 최근 “미국 대통령 선거가 11월에 실시되는데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이 온통 선거에 정신이 팔려있기 때문에 11월 이전 개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차기 6자회담이 연말이나 내년 초로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며 회담 연기 가능성을 시사했었다.
북한도 미 대선을 앞두고 6자회담 개최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지만 미국 역시 대선으로 제대로 대응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으로부터 대북정책관련 강한 비판을 받고 있는 부시 대통령이 얼마남지 않은 대선을 앞두고 주도적으로 6자회담을 이끌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요미우리신문도 “11월 미 대선이 가까워옴에 따라 각국은 모두 관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참가국 사이에서 실질적인 논의가 정체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어럴리 국무부 부대변인은 지난 18일에는 “회담 개최와 관련 중국측의 노력을 바라보고 있다”며 다시 한번 중국에 중재 노력을 촉구하기도 했다. 미국의 운신의 폭이 그만큼 좁다는 반증이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도 “북한은 다루기 힘든 나라이며 협상 게임에서 깨기 어려운 단단한 호두같은 존재”라고 말해 회담에서 미국이 처한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4차 6자회담이 결렬된 후 미국대선후 협상이 재개될 경우, 특히 부시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협상분위기는 극도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우리정부를 크게 당혹케 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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