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양국은 고구려사 왜곡 문제와 관련, 5개항의 구두양해사항에 합의하고 중국측은 초중고 교과서에서의 왜곡은 없을 것이며 중앙-지방 정부차원에서 추진되는 고구려사 기술에 대한 한국측 관심에 이해를 표명했다. 지난 2월 합의사항으로 돌아가기로 일단 의견을 모은 것이나, 과연 중국이 얼마나 약속을 지킬지는 좀더 지켜볼 일이다.
***한중양국, 5개 구두양해사항 합의**
한-중 양국은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아시아담당 부부장의 방한을 통해 23, 24일 양이틀간 고구려사 문제 관련 마라톤 협상을 갖고 5대 구두양해사항에 합의했다고 외교통상부 고위당국자가 24일 오전 비공식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5대 구두양해사항에는 ▲한중 양국은 고구려사 문제가 양국간 중대현안으로 대두된 데 유념 ▲역사문제로 한중간 우호협력관계 손상 방지 위해 노력, 한중수교 공동성명 및 양국 정상 간 공동성명에 따라 전면적, 협력적 동반자 관계 발전 위해 공동 노력 등이 포함됐다.
양해사항에는 또 ▲ 고구려사 문제의 공정 해결위해 필요한 조치 취하고 정치문제화 방지 ▲ 중앙-지방 정부 차원에서의 고구려사 왜곡 방지 및 초중고 역사교과서 개정에 왜곡내용수록 중지 ▲양측간 학술교류의 조속한 개최 노력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중국측은 외교부 홈페이지의 삼국시대사 부분에서 `고구려사'를 삭제하기 이전으로 원상회복하라는 우리 정부의 요구는 수용하지 않았다.
고위당국자는 이와 관련 "중국의 성의에 대해 평가하고 앞으로 고구려사는 우리 역사라는 사실을 계속 지켜나갈 것"이라며 "이번 구두양해사항은 왜곡의 중지와 시정이라는 목표를 향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 것이라기보다는 첫발을 내디딘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역사교과서 왜곡 및 중앙지방정부 차원 왜곡 시도 않기로**
이번 합의내용을 보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동안 우리 정부가 주장해오던 초중고교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해 중국측이 하지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중앙 지방정부차원의 왜곡도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수교 12주년을 맞은 24일, 양국은 중국정부가 그동안 정부 차원의 왜곡 조치를 시정하고 앞으로 역사교과서 및 정부 차원의 왜곡시도를 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고구려사 문제를 더 이상 정치화하지 않는다는 지난 2월 최영진 차관-왕 이(王 毅) 부부장간의 합의로 되돌아가게 됐다.
다만 중국 정부도 우리측의 학계 및 정계의 주장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측은 일부에서 고구려사 왜곡이 있었던 배경으로 학계와 정계에서 동북지방 회복을 주장하고 정부 관련 기관 발행책자에서 만주진주 및 진입이라는 표현이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와 관련 우리측은 학계와 정계의 발언은 우리 정부의입장과 동일시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중국측은 또 "중국 정부가 고구려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내용을 우리 초.중.고교 역사교과서에 넣으려는 시도가 있다면서 이 문제도 동등하게 다루자"고 주장했으나, 우리측은 "그것은 미래에 있을 지도 모르는 우려 내지는 정보 수준의 얘기인 만큼 동일수준에서 다룰 수 없다고 반박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반기문-이종석, 밤 12시까지 우다웨이와 격론**
한편 반기문 외교장관은 이날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에 출석해 한중간 구두 합의사실을 밝히며 회담과정도 일부 공개했다.
반 장관은 "양국간 합의에 따른 것을 문서로 하는 것은 촉박했고 양해로 해서 발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해
서 어제 밤 12시까지 협의했다"며 양해내용과 관련, "중국은 고구려사 문제가 양국간 중대문제로 대두된 데 유념하고 있다며 양국 정부가 역사문제로 인해 한.중간 우호협력을 손상하지 않도록 상호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공개했다.
그는 또 "92년 한.중수교 공동성명 및 작년 양국정상간 공동성명을 통해 전면적 협력동반자관계를 위해 공동노력하기로 했고 한.중협력의 큰 틀 아래서 고구려사 문제를 해결하는 데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양국은 고구려사 문제의 정치화 방지를 위해 공동노력하고 양국간 학술대회를 열기로 했다"며 "중국은 외교부 홈페이지, 중앙정부, 지방정부의 고구려사 기술에 대한 한국의 관심에 이해를 표명하고 문제의 복잡화를 방지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반 장관은 "양해사항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중국은 한국의 정치인, 학자들이 중국 동북지역 영토의 귀속 주장을 하는 데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이들에 대해 한국정부가 자제시켜 줄 것을 촉구했다"며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내용을 한국이 교과서에 포함시키는 지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은 고구려사 내용에 대해 균형적 상응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우리는 중국측이 일방적으로 어긴 만큼 상응조치가 아니라 중국측이 시정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또 "어제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과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아주담당 부부장을 만나 가장 강력한 톤으로 입장을 전달했다"며 "이 자리에서 '한.중 양국이 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가고 있는 데 중국 정부가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경악할 일이며 중국 정부는 이런 사태를 즉각 원상복귀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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