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개폐 문제를 놓고 그동안 물밑에서 신경전을 벌여온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의원들사이에 갈등이 표면화됐다.
***정책위 "국보법 폐지 서명 즉각 중단하라"**
우리당 정책위는 지난 12일 홍재형 정책위의장과 안영근 제1정조위원장 공동 명의로 소속의원 1백51명 전원에게 '국가보안법 폐지안 서명 자제 요청'이란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공문은 "현재 국가보안법 개폐 여부에 대한 우리당내의 토론이 아직 부족한 측면이 없지 않다"면서 "우려되는 바는 국보법의 폐지나 개정 혹은 형법개정을 통한 대체입법 등 여부에 대한 당의 공식적인 의견이 종합되지 않은 상에서 당내 일각에서 진행중인 폐지 서명 움직임이 우리당내 논란과 이견을 심화시키는 것처럼 언론에 비치고 있다는 점"이라고 국보법 폐지 서명의원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공문은 "당내의 활발한 논의과정을 거쳐 우리당의 공식적인 의견이 곧 정해질 것"이라며 "당론이 정해질 때까지 '국가보안법 완전 폐지를 위한 입법추진' 서명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한다"며 서명운동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이같은 공문 발송 배경과 관련, 이종걸 원내수석부대표는 "협조공문의 내용은 지도부의 뜻이 아니다"라면서도 "당내에서 국보법을 놓고 극단적인 논쟁이 붙을 경우 경제살리기에 매진하고 있는 당의 노력이 퇴색될까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요컨대 최근 보수진영이나 재계에서 제기되고 있는 '좌파정권' 공세를 의식, 경제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정책위에서 국보법 폐지 서명운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나온 셈이다.
***추진위 "서명 강행할 것"**
이같은 정책위 공문에 대해 '국가보안법 완전 폐지를 위한 입법추진' 서명을 하고 있는 추진위 간사인 우원식 의원은 "정책위가 최소한의 사전 상의도 없이 서명 자제를 요청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한 불쾌감을 표시한 뒤 "예정대로 서명을 진행해나갈 것"이라는 강행의지를 밝혔다. 임종석 의원 등 다른 서명의원들도 '의원들의 입법활동 자율성을 제약하는 행위'라고 비판하며 강행의지를 밝히고 있다.
추진위는 실제로 오는 16일 국보법 폐지에 찬성하는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민주당 의원들과 만나 국보법 폐지를 위한 초당적인 세확산을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2일 폐지안 서명에 착수한 추진위에는 현재 61명이 가입했으며, 폐지안에는 36명이 서명한 상태라고 임종석 의원측은 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공문은 정책위의 단순한 입장 표명이 아니라, 당 지도부내 기류를 반영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어서 앞으로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천정배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종전의 완전폐지 입장에서 개정 또는 대체입법 가능성을 언급하기 시작하는 등 묘한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어, 최근 노회찬 민주노동당의원 등으로부터 공개리에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개혁세력과 보수인사가 혼재돼 있는 우리당이 국보법 개폐를 놓고 본격적 갈등국면에 접어드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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