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사단법인 올인원(AIO) 이혜원 대표. 탄자니아에서 5년 째 NGO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광주 출신이지만 1년에 한번 고향을 찾는다.
지난 설 연휴 광주를 찾은 그를 만났다. 까맣게 타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윤기 나는 얼굴로 나타났다. 의외의 모습이라는 내 눈빛의 저의를 알아챘는지 한국에 와 1년 만에 목욕다운 목욕을 하고 머리도 만졌다 한다. 오랜만에 때 빼고 광내고 나타난 셈이다.
이 대표는 2015년 3월 탄자니아에 갔다. 당시 한국에서의 생활은 한편은 밝았고 한편은 어두웠다. 컴퓨터 공학 박사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잘나가는 국가공무원이었지만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는 고단한 주부였다.
자신이 감당하면 되는 심신의 고단함 보다는 아이에게 쏟아지는 주변의 차가운 시선이 너무 불편하고 견딜 수 없었다. 아이는 한국의 아이들이 기본적으로 누리는 공동체의 모든 삶에서 배제됐다.
이 대표는 많이 지쳤고, 구원의 비상구를 모색했다. 발달장애 큰 아이가 세 살이 됐을 때 미국 이민을 결심했고, 열악한 처지의 아이들이 많은 곳에 가서 NGO 봉사를 몇 년 하겠다는 생각으로 선택한 곳이 탄자니아였다. 탄자니아를 택한 것은 비자 얻기가 가장 편하다는 것 외에 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렇게 삶의 비행에서 불시착하듯 아프리카에 내렸지만 그를 기다린 것은 어린왕자도 사막의 여우도 아닌, 전기가 끊어지고 물이 나오지 않는 막막한 거처였다. 비오는 날을 기다려 물통에 물을 받아 식수를 해결해가며 탄자니아에서의 삶이 시작됐다.
이혜원 대표의 NGO 활동은 교육봉사에 집중 돼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여학생들이 공립학교를 졸업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탄자니아는 일부 다처제가 일상화된 나라로 어린 여성을 무책임하게 취하는 폭력이 비일비재하다. 특별한 죄의식도 없다. 10대 초중반 여성의 임신은 흔한 사례다. 단, 예외적인 엄격한 규정이 있다. 교복입은 여자를 손대면 엄벌을 받는다. 이 때문에 여자 아이들이 야만적인 풍습에 함몰되지 않고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는 학교를 다녀야 한다.
탄자니아의 학교는 4학년과 7학년 때 두 차례 자격시험을 치른다. 이 시험에 합격해야 학업을 계속할 수 있다. 이 대표 NGO 활동의 목적은 초등학교 진학을 유도하고, 학습 증진을 지원해 자격시험에 합격, 졸업을 시키는 일이다. 그렇게 해서 대학에 진학하면 국가에서 학자금 대출을 해주기 때문에 무난히 사회로 진출할 수 있다.
그러나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나면 구걸의 도구로 이용할 정도로 부모들의 저급한 교육의식을 일깨워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게 하고 학업을 지속하게 하는 일은 힘겨운 과정이다.
탄자니아는 후천성면역결핍증(HIV)도 심각한 사회문제다. HIV 환자가 전체 인구의 30%에 달한다. 산아제한도 없고 상대를 선택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HIV 환자가 아이를 출산하는 일이 예사로운 일이 되면서 장애를 가진 채로 태어난 아이들도 많다.
손 씻고, 이 닦는 일상의 위생 습관조차 자리를 잡지 못해 아이들의 보건교육도 이 대표 몫이다. 구호물품으로 온 칫솔을 나눠주고 칫솔질도 가르친다. 아이들에 나눠주는 칫솔 포장을 그 자리에서 뜯지 않으면 칫솔은 또 어디론가 종적 없이 사라지고 만다. 오랜 독재국가의 부패한 폐습 때문이다.
근래에 이 대표는 탄자니아 경찰청과 함께 안전교육까지 펼치고 있다. 지난 8월 유조차가 도로에서 폭발했는데, 기름과 배터리를 훔치려 사고 차량에 접근했던 사람들이 2차 폭발로 3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사건이 계기가 됐다.
문명의 이기들이 안고 있는 위험을 접해보지 않은 아이들은 교통사고와 같은 안전사고에 무방비한 채로 방치돼있다. 오토바이 사고에 의한 사상자가 질병에 의한 사상자보다 많을 정도다. 이 대표는 귀국하기 직전까지 안전교육 포스터를 제작해 배포하고, 구급상자를 보급하는 사업에 열중했다.
가장 힘든 문제는 활동자금이다. 탄자니아 활동 초기에는 이 대표 자신이 가져갔던 돈을 쏟아부었다. 2018년부터는 100명 정도의 개미 후원자들이 힘을 보태고 있다. 2019년에는 아주대학의 김동근 교수가 큰 도움을 줬다. 그러나 활동자금은 여전히 이 대표의 발목을 붙들고 있는 운명적인 족쇄다.
탄자니아는 1월에서 2월이 제일 덥다. 다시 돌아가 겪을 탄자니아의 살인적인 무더위가 짐짓 마음을 짓누르는지 이 대표는 “돌아가자마자 땀을 줄줄 흘릴 일이 벌써부터 걱정이 되네요” 라며 자리를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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