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이미 1년 전에 출혈성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는 PPA(페닐프로판올아민) 성분을 규정 이상으로 함유한 감기약을 '오ㆍ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ㆍ고시토록 통보했지만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이를 묵살해 온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감사원, "1년전에 PPA 성분 의약품 오ㆍ남용 위험성 경고"**
감사원이 지난 6월에서 7월까지 보건복지부와 식약청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약품 등 관리시책 추진 실태' 감사를 한 후 그 결과를 2003년 10월 발표하면서 PPA 성분 의약품의 오ㆍ남용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제재를 통보한 사실이 13일 밝혀졌다.
당시 1백81쪽 분량의 감사원 보고서는, "2000년 11월 미국 식품의약품안전국(FDA)에서 출혈성 뇌출혈 등 안전상 문제가 발생하여 PPA 함유제제의 사용을 금지하도록 결정했는데도, 우리나라에서는 PPA 성분이 들어 있는 복합 감기약 등이 시판되고 있어 오ㆍ남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식약청장은 PPA 함유량이 많은 복합 감기약 등 의약품을 오ㆍ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ㆍ고시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식약청, 복지부는 감사원 통보 묵살**
하지만 이런 감사원의 통보를 식약청과 복지부는 묵살했다.
당시 감사원은 2003년 7월 현재 하루 복용량 100㎎을 초과하는 감기약 66개를 적시, 시급히 오ㆍ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ㆍ고시하라고 통보했으나 전혀 실행되지 않았다. 오ㆍ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은 판매 금지의 전 단계로, 해당 약품은 환자가 의사의 처방을 얻지 못하면 약국에서 사 먹을 수 없게 된다.
특히 2003년 6~7월은 이미 식약청이 2001년 7월 PPA 함유 의약품 가운데 하루 최대 복용량이 100㎎을 초과하는 의약품에 대해서는 생산 및 판매금지 조치를 내린 후여서, 식약청의 엉터리 사후 관리 실태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감사원이 하루 복용량 100㎎을 초과하는 감기약의 명단까지 첨부해 시정을 통보했는데도 식약청이 이를 묵살한 것은, 대부분의 복합 감기약의 하루 복용량이 100㎎ 이하였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비판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관리ㆍ감독을 해야 할 복지부도 수수방관하고 있을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제약회사, "부작용 연구 조사부터 실시하자" 식약청에 제안**
한편 식약청이 FDA 경고를 외면하고 하루 최대 복용량 100㎎을 초과하는 의약품에 대해서만 2001년 7월 생산 및 판매금지 조치를 내린 배경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FDA 발표 나흘 뒤인 2000년 11월10일 한국제약협회가 "판매중지 결정은 부작용 연구 조사를 먼저 실시한 뒤 신중하게 처리해 달라"고 식약청에 건의한 사실도 새롭게 확인됐다. 당시 유한양행의 콘택600 등 대부분의 감기약의 하루 최대 PPA 복용량은 70㎎에서 100㎎ 이내였다.
식약청이 FDA의 경고를 무시하고 PPA 성분 허용 기준을 75㎎에서 100㎎ 이하로 정한 뒤, 연구 용역을 실시한 것이 제약회사의 입장을 고려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식약청은 앞서 다른 성분의 경우에는 FDA 등 공신력 있는 선진국 기관의 결정을 대부분 그대로 받아들여, "자체 조사" 운운한 식약청의 변명을 더욱더 군색하게 만든다. 식약청은 FDA가 비염 치료제인 테르페나딘이 심장부정맥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1998년 이를 회수 조치하자, 식약청은 자체 조사 없이 2000년 1월 동일한 조치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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