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11일(현지시간) 치료용 의학연구 목적의 인간배아 복제 연구를 세계 최초로 승인했다. 국내에서도 내년 1월부터 '생명윤리법'이 가동됨에 따라 이번에 영국에서 허용된 수준의 인간배아 복제 연구가 가능한 상태다. 이에 따라 인간배아 복제 연구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영국, "과학적, 윤리적, 법적, 의학적 관점 고찰 뒤 연구 승인"**
영국의 인간수정태생국(HFEA)은 뉴캐슬대학 연구진이 제출한 난치병 치료법 개발을 위한 인간배아 복제 연구를 11일 승인했다.
뉴캐슬대학 연구진은 복제양 돌리에게 사용된 것과 같은 세포 핵이식 방법을 이용해 수십 개의 인간배아를 복제한 뒤 당뇨병, 파킨스병 등의 치료에 사용될 줄기세포를 대량으로 추출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앨리슨 머독 교수는 "인간배아 복제 연구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분야"라며 "이번 연구는 질병의 발생에 관한 중대한 통찰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를 승인한 HFEA의 수지 레더 위원장은 "모든 과학적, 윤리적, 법적, 의학적 관점들을 면밀히 고찰한 뒤 연구를 승인했다"며 "책임있는 기술의 사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의 감독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도, 2005년부터 본격적 인간배아 복제 연구 시작돼**
이번 영국의 인간배아 복제 연구 승인은 그 자체로는 큰 의미가 없다. 2001년 영국 상원은 세계 최초로 치료용 목적으로 인간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고, 이번에 법에 따른 심의 절차를 거쳐 구체적 연구가 처음 승인된 것이기 때문이다.
황상익 생명윤리학회 회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이와 관련, "영국 의회에서 법이 통과된 지 3년만에 연구 승인이 최초로 이뤄졌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며 "영국은 3년 동안 여러 가지 사항들을 고려해 인간배아 복제 연구를 승인할지 여부에 대해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현재 유럽 대부분의 나라와 미국에서는 인간배아 복제 연구를 반대하고 있으나, 일부 나라에서는 제한적인 인간배아 복제 연구를 허용하는 분위기이다. 최근에는 일본에서 제한적인 인간배아 복제 연구를 승인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 1월부터 시행될 '생명윤리법'에 따라 이번에 영국에서 허용된 수준 이상의 인간배아 복제 연구가 가능할 전망이다.
특히 지난 2월에는 서울대학교 황우석 교수팀이 '생명윤리법'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최초로 복제된 인간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국내외에서 큰 생명윤리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런 국내 상황을 염두에 둘 때, 지금 당장 2005년부터 시행될 생명윤리법의 취약한 부분을 보완하고, 배아복제 연구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청와대가 앞장서 '육성' 목소리만, 영국과 대조적"**
현재 생명윤리법은 배아복제 연구나 체세포 핵이식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한 연구 승인 여부를 대통령 산하 자문기구인 '국가윤리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돼 있다. '국가윤리위원회'는 관계부처 장관 7명, 과학기술계 전문가 7명, 철학ㆍ종교계 등 일반인 대표자 7명으로 구성된다.
문제는 영국의 HFEA가 비교적 공정하고 까다로운 심사를 하는 것으로 인정받고 있는 반면에, '국가윤리위원회'는 정부가 과학계 입장에 동조할 경우 사실상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는 황우석 교수 스스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배아복제 연구에 대해서 청와대까지 "적극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상 정부가 앞장서 배아복제 연구의 '사회적 합의' 절차를 무시하고, 육성에만 치중하고 있는 셈이다.
황상익 회장은 "최근 모습을 보면 2005년부터 발효될 생명윤리법이 원래 취지와 달리 무분별한 배아복제 연구를 양산하는 법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생명윤리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를 무시하고 연구를 진행한 황우석 교수나 법과 윤리를 무시한 채 '무조건 지원'을 말하는 정부의 행태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