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강력범죄를 계기로 유전자(DNA)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로 보관하는 방안이 재추진된다. 1994년 이후 법무부, 검찰, 경찰이 수차례 '유전자 정보 은행' 설치를 추진했지만 인권침해를 우려한 시민ㆍ사회단체의 반발에 무산된 사례가 있어 이번에도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검찰, "유영철 사건 계기로 유전자 정보 관리 필요하다는 공감대 확산"**
최근 검찰은 성폭력이나 살인, 강도 등 강력 범죄의 예방 및 수사를 위해 강력범들의 유전자(DNA) 정보를 DB로 보관하는 방안을 재추진할 방침을 밝혔다.
한 대검찰청 과학수사과 관계자는 12일 "유영철씨 사건을 계기로 유전자 정보의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됐고,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유전자 정보 수집에 있어서 수형자, 수사중인 피의자 등 범위와 대상에 대한 쟁점은 검토하고 있으며 관련 법 제정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강력 범죄자에 대해 유전자 DB가 구축되면 범죄가 예방되고, 재범죄율이 감소하며, 범인에 대한 조기 검거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기존의 법무부와 경찰청의 안들을 검토한 후, 원점에서 유전자 정보 수집 대상을 비롯한 모든 것을 협의할 예정"이라며 "조만간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관계자들을 만나 구체적인 방안을 협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검찰은 시민ㆍ사회단체의 비판 등을 의식해 형이 확정된 후 실형을 살고 있는 강력범들을 유전자 정보 수집 대상으로 삼고, 인권침해 및 정보유출 우려에 대한 시비를 방지하기 위해서 대상자의 유전자 정보 전체가 아니라 수사상 동일인임을 입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만을 수집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전자 DB,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많아"**
한편 이런 검찰의 유전자 DB 추진 움직임에 대해 시민ㆍ사회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많은 '과학수사'를 앞세운 '수사 편의주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김병수 참여연대 간사는 "재범률이 높다는 이유로 특정 범죄자의 유전자를 국가가 강제로 채취, 보관하는 것은 기본적인 인권침해로 볼 수 있다"며 "초등수사를 강화하고, 개별적 사안에 대해서 유전자 감식을 활용하면 굳이 DB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고 지적했다.
김병수 간사는 또 "유전자 DB가 한번 구축되면 확장은 필수적"이라며 "미국의 뉴욕주에서는 처음 21개 항목 범죄자의 유전자를 수집하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이후 1백7개 항목으로 확장됐다"고 지적했다. 2003년 영국에서는 1995년에 유전자 DB를 시작한 경찰이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유전자 DB를 주장해 큰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김 간사는 또 "유전자 DB에는 범죄자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현장 수거물, 용의자 등의 유전자 정보도 들어가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 많은 사람들의 정보가 DB로 만들어진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의 유전자 DB 추진 움직임에 대해서 경찰청 등 기존 유전자 DB를 추진해왔던 관련 기관들이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유전자 DB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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