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배럴당 45달러를 넘나들며 '제3차 오일쇼크' 도래를 경고하는 보고서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와 서울시 등 모범을 보여야 할 정부기관들이 에너지 절감을 외면하거나 낭비를 부추기는 일마저 벌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반면 전북 부안 지역을 포함한 전국 1백여개 학교와 학생들은 전기 에너지 20% 절약 캠페인을 벌이고 있어 청와대 등과 큰 대조를 이루고 있다.
***"청와대, 5개월 '에너지 절약' 시민단체 요구 묵살"**
'에너지절약 1백만 가구 운동'을 벌이고 있는 전국의 2백65개 환경ㆍ소비자ㆍ여성단체들로 구성된 에너지시민연대는 11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고유가 시대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절약에 미온적인 정부를 강력히 성토하면서 '에코 청와대 만들기' 운동을 청와대가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다.
에너지시민연대는 이날 "지난 4월 우리나라의 전체 에너지 97%가 수입되고 있고, 유가가 40달러선을 넘어선 시점에서 청와대가 전체 공공기관의 대표기관으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정당성에서 청와대내 태양광 및 에너지절약 시설 설치를 제안했으나 이 제안을 청와대가 묵살, 거부해 기자회견을 개최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에너지시민연대는 지난 4월22일 청와대에 '에코 청와대 만들기 운동'을 제안한 이후 6차례나 공문 발송을 통해 "전국 공공기관 신재생 에너지 10% 보급과 에너지 사용량 10% 감축 운동에 청와대가 앞장서 줄 것"을 요청해왔다. 에너지시민연대는 구체적으로 청와대내 주차장에 20㎾급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고 전 직원 컴퓨터에 '절전형 멀티탭'을 설치할 것 등을 청와대에 제안했다. 20㎾급 태양광 발전기는 설치비용이 총 3억6천7백만원이며, 20~30년을 사용할 수 있다. 또 '절전형 멀티탭'을 설치할 경우 연간 2백54㎾H의 전력량을 절감할 수 있다.
이런 에너지시민연대의 주장에 대해 청와대는 "안전성과 비용에 문제가 있어 어렵다"며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시민연대는 "주차장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는 것은 안전성에 전혀 문제가 없고 현재 청와대내 신축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므로 현행법상 신축건물 비용의 5%를 대체에너지 설치에 투자해야한다(대체에너지법 16조)는 점을 들어 이 부분을 적용할 것"을 재차 제안했다.
청와대는 그러나 "현재 신축이 아닌 증축 건물 공사중이므로 에너지시민연대가 제시한 대체에너지법(16조)에 전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는 최종답변서를 보내왔다.
에너지시민연대는 "에너지 빈민국인 우리나라는 매년 고유가로 인해 경제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며 "그런데 정작 가장 모범이 되어야할 청와대는 법적하자가 없다는 이유로 태양광 발전기 설치를 안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청와대도 하지 않는 에너지 절약과 신재생 에너지 설치를 누가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에너지시민연대는 이어 "청와대가 먼저 나서서 에너지절약을 실천하고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 에너지를 설치해야 국민과 지차체 등 국가 전체가 함께하는 에너지절약이 실현될 것"이며 "정부가 세운 2011년까지 전체에너지의 5%를 신재생 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의 실현이 가능할 것"이라고 청와대의 무감각을 비판했다.
***"서울시도 청와대 닮아", "학생들은 에너지 절약 운동에 적극 나서"**
에너지시민연대는 또 서울시가 오는 11월까지 시내 4곳에 경관용 조명을 추가로 설치할 계획을 밝히는 등 고유가 시대에 역행하는 사치를 일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에너지시민연대에 따르면 서울시는 강변북로(당산~한강철교, 반포~동호대교 구간)와 한남대교, 신행주대교, 건대입구 사거리 등에 경관용 추가조명을 설치할 예정이다. 이로써 서울시가 관리하는 총 21개 한강교량 중 17개의 교량이 대낮처럼 밝은 조명을 갖추게 된다.
한편 이런 청와대와 서울시의 한심한 행태와 대조적으로 일선 학교와 학생들은 시민단체 주도의 에너지 절약 운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에너지시민연대는 "11일 현재 전국 1백1개 초ㆍ중ㆍ고교와 8만여명의 학생들이 '전기 에너지 20% 절약 운동'에 동참을 결의했다"며 "동참 학교와 학생수가 계속 증가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핵폐기물처리장을 둘러싼 에너지 문제 갈등의 중심지였던 전북 부안 지역은 모든 초ㆍ중ㆍ고교가 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앞장서 에너지 절약하는 다른 나라와 대조적"**
한편 독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정부가 앞장서 에너지 절약에 나서는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잘 알려진 대로 독일은 정부청사를 대상으로 '태양 정부청사 구역' 정책을 추진해 정부의 '에너지 전환'에 대한 강한 정책적 의지를 보여주며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독일의 '태양 정부청사 구역' 계획에 따르면, 새로 지어지는 정부청사는 열소비량이 신축건물에 적용되는 한계치보다 30∼40% 낮아야 하고, 전기 소비는 ㎡당 연간 최대 25∼50kWh로 낮아야 한다.
또 전체 에너지 소비의 15%를 재생가능 에너지원으로 충당해야 하고 연방정부 건물에 재생가능에너지 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됐다. 이런 정책 때문에 독일에서는 대통령궁, 연방의회 의사당, 수상청, 법무부, 교육부 등의 지붕에 태양광 전지판이 설치됐다.
유럽연합(EU)도 소속 국가의 지방정부가 관할하고 있는 모든 공공기관에 'EU 에너지위원회'가 제시하는 에너지 정책들을 적용하게 해, 현재 10개국 15개 지방정부에서 '녹색 에너지 도시'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백악관을 비롯한 연방ㆍ주정부 관공서 건물에 절전 시스템 밑 재생가능 에너지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현재 백악관은 모든 전등을 고효율 기기로 교체하고 백악관 내 모든 사무기기에 '절전 멀티탭'을 설치한 상태다. 유타주 주정부 환경국은 태양광 전지판을 이용해 건물을 물론 주위 가로등까지 에너지를 자체 충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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