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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북한 평양도 원래는 중국영토'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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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中, '북한 평양도 원래는 중국영토' 주장"

<인터뷰> 여호규 교수 “서북공정은 이미 마무리, 동북공정 본격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으로 한-중간에 첨예한 대립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한국의 잇따른 시정 요구에 대해 "각지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일일이 통제할 수 없으며 지방정부나 개인적으로 이뤄지는 출판물을 통제하기 어렵다"며 역사왜곡을 고수하고 있다.

이같은 중국정부 주장에 대해 국내에 몇 안되는 고구려사 전공자중 한명인 여호규 한국외국어대 사학과 교수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은 중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치적인 정책으로, 중국은 '동북공정'을 제외한'서북공정' 등 다른 소수민족과 관련된 역사 문제는 이미 모두 마무리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요컨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은 치밀한 각본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역사 침공이라는 지적이다.

여호규 교수는 6일 프레시안과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동북공정이 서북공정과 달리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한국이라는 모국이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 정부는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예견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중국 정부에 항의하고 경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컨대 "중국은 앞으로도 계획대로 계속 이 정책을 추진할 것"이며 "사전을 고치는 데 이어 대학교 교재는 물론이고 중등학교 교과서까지 수정을 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또 "예전에도 외교부 당국자들에게 이런 수순들을 얘기해주면 '지금은 벌어진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하곤 했다"며 "이러한 대응자세 때문에 매번 판판이 당하는 것이다.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 미리 중국 외교부에 못을 박아야 했다"며 우리 정부 대응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여 규수는 중국이 단지 고구려사를 왜곡하는 데 그치지 않고 "2003년부터는 북한 지역에 대한 중국 동북공정의 입장이 공세적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그 이전에는 북한 지역에 대한 역사적인 지위 주장에 수동적으로 접근했지만, 2003년부터는 적극적으로 "북한 평양도 원래는 중국 영토였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같은 공세에 대해 북한이 최근의 어려운 사정 때문에 공식적으로 항의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여 교수는 중국 정부의 역사 왜곡에 대해 한국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도 미래지향적인 역사인식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민족단위의 역사인식을 뛰어넘는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앞으로 한-중-일 동북아 3국의 역사 공유의 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점진적인 변화를 주문하고 있는 여 교수도 이의 선결 과제로 "중국의 열린 자세"를 주문해, 과연 이같은 공존의 틀이 가능할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다음은 여교수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동북공정, 서북공정처럼 향후 국제질서 위한 장기 포석"**

프레시안: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한국 고대사가 삭제된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여호규 교수: 두 가지 의미가 동시에 있다. 우리 요구를 받아들이는 듯한 제스처를 보이면서도 자신들이 설정해 놓은 계획들을 추진하겠다는 두 가지 메시지가 함께 담겨 있는 것이다. 중국에게 이 문제는 단순히 학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중국 소수민족정책 문제나 동북지역에 대한 국가발전 전략차원에서 나온 것이기에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우리 요구를 수용할 수 없는 것이다.

프레시안: 동북공정으로 중국이 의도하는 바는 무엇인가.

여호규: 본격적인 추진은 내가 파악하기로는 1996년 연말이다. 6년 정도 준비를 한 뒤 2002년 3월1일 선포식을 하고 본격 추진하고 있다. 동북공정 작동시점이 1996년 중반이라는 시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 그 시점은 한중수교 이후 조선족 사회가 한국열풍으로 정체성에 혼란을 겪던 상황이었다. 또 북핵위기가 터지고 동구권 경제가 붕괴되면서 북한 위기론이 나오는 등 상황이 유동적이었다. 중국의 동북공정은 이러한 북한의 유동적인 상황을 비롯해 한반도 상황에 대비하려는 목적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중국 학자들도 저술 등을 통해 이러한 점을 밝히고 있다. 80년대까지는 조-중 우호친선관계 등 정치적 문제 때문에 고구려사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이는 바꿔 말하면 90년대 중반에는 이를 의식하지 않을 상황이 됐다는 것이고,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동북공정을 본격하게 추진된 것이다.

아무래도 동북공정의 궁극적 목적은 역시 신장위구르자치구 등을 대상으로 한 '서북공정'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만주, 동북지역을 (중국의 입장에서는) 안정화시키고 향후 국제질서를 중국 중심으로 가져가기 위한 장기적인 포석에 따른 것으로 생각된다.

***"中, 2003년부터 북한 평양도 중국영토 주장"**

프레시안: 북한을 의식했다는 것은 북한의 붕괴 등의 만일의 경우에 북한 영토 등을 의식한 것을 의미하는가.

여호규: 그런 부분까지 정확히 얘기하기는 힘든 문제다. 그러나 어쨌든 최근에 나온, 2003년에 나온 관련 자료를 보면 고구려사를 얘기하면서 북한 지역이 원래부터 중국의 영토였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초창기에 나온 자료들은 북한 지역 문제를 조심스럽게 접근했었다. 2002년까지만 해도 집안이나 환인이 지금의 중국 영토였고 그 당시 한나라 현도군의 관할에 있었고 그 지역에 고구려가 그곳에서 건국됐으니 고구려가 중국사라고 주장했다. 고구려의 평양천도 이후문제를 거론하면서도 그 부분에 국한해서 평양지역도 낙랑군이 설치돼 한군현의 일부였으니 평양 천도이후도 고구려사로 보는 게 문제가 없다는 식의 간접적인 주장이었다.

그러나 2003년부터는 동북공정 자료에서 그 이전의 차원이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평양지역을 바로 언급하고 있다. 평양지역이 기자가 동쪽으로 와서 서주에 의해 제후로 봉건된 지역이고 또 위만이 여기서 나라를 세웠으므로 기자, 위만 이래로 북한 지역이 중국의 고유 영토였다는 것이다.

즉 2002년까지만 하더라도 고조선과 고구려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한 작업들을 하는 수준이었던 데 반해, 2003년부터는 단군 조선 자체를 부정하면서 "평양지역이 원래부터 중국 영토였다"는 식의 주장을 매우 강조하고 있다. 물론 이전에도 개별적인 연구학자들이 이러한 내용을 주장하기는 했지만, 작년부터는 동북공정을 주도하는 그룹이 이것을 얘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티벳 지역 '서북공정'은 이미 마무리"**

프레시안: 중국측 의도와 관련해 이러한 분석에 더해서 중국 내부의 불만을 돌리려고 중구 지도부가 의도적으로 민족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있는데...

여호규: 중국의 정치지형에 대해서는 정확히 모르지만 다음과 같은 얘기는 나오고 있다. 만주지역이 원래는 중국 국가 수립 당시만 하더라도 제일 큰 공업지역 가운데 하나였지만 중-소 국경분쟁을 겪으면서 공업발전이 억제된 측면이 강하다고 한다. 이러한 가운데 특히 개혁개방을 거치면서 상대적으로 이 지역의 발전단계가 낙후돼 소외감을 느끼게 됐던 것이다.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면서 이 지역의 경제개발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의도가 동북공정에는 같이 들어있는 것으로 파악되기도 한다.

프레시안: 이전에 지적한 서북공정과 운남성 지역 소수민족에 대한 정책을 설명해 달라.

여호규: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추진됐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르지만, 관련자료가 변강사지 연구중심에서 나온 자료들에 많이 있어 이를 체크하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서북공정 등은 바로 티벳의 신장위구르 자치구와 운남성에 있는 27개 소수민족을 아우르는 문제일 텐데, 동북공정이 고구려사 왜곡 문제를 다루고 있듯 서북공정 등은 이들 지역 소수민족의 역사왜곡과 연관된 것이다.

그렇지만 동북공정과 서북공정 등은 추진 과정과 주변 반응에서 차이가 있다. 서북공정 대상의 민족들은 이미 거의 다 중국 영토안에 들어와 있는 민족들이다. 누가 어떻게 반발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즉 동북공정에서는 한국이라는 모국이 있어 문제가 됐지만 이들 지역은 모국이 없는 지역이라 상황이 다르다. 물론 모국은 아니더라도 티벳지역에는 달라이라마가 있긴 하지만, 이들의 반응이나 상호작용 등에 대해서는 전공분야가 아니라 자세히 파악하고 있지는 못하다.

그러나 서북공정 등 이쪽 지역에 대한 작업은 이미 마무리돼서 <서역 통사> 등의 책이 나와 있는 상황이다. 서북공정도 동북공적을 추진하고 있는 변강사지연구중심이 주축이 돼 추진했다. 이 연구중심의 주임을 했던 마대등이라는 학자의 2000년 이후 행적을 보면 한번은 신장지역에 갔다가 한번은 운남지역 갔고 다시 만주지역에 가는 등 여러번 이들 지역을 다녀갔다. 즉 변강사지중심에서 이 문제를 다 관할한다는 의미다. 변강사지라는 것이 바로 변강의 역사와 지리를 연구하는 것이라 여기서 모두 주도를 하고 있다.

***"우리 정부-언론의 대응자세 답답"**

프레시안: 동북공정에 대해 우리가 강조하고 있는 것을 보면 중국측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여호규: 중국은 중국대로 갈 것이고 계속할 것이다. 우리는 이 점을 분명히 알고 대응해야 한다. 우리는 마치 언론에서 한번 두들기면 중국이 그만 둘 것처럼 보도한다든지 우리 정부 당국이 한번 항의하면 중국이 그만 둘 것처럼 생각하는데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이런 생각이 오히려 완벽한 해결은 없더라도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든다.

중국은 정해진 수순대로 갈 것이다. 다음에는 각종 사전류에 나오는 역사관련 항목들이 현재 내용에서 동북공정이 주장하는 내용들로 바뀔 것이다. 당연히 그다음에는 대학 역사교재들이 바뀔 것이고 마지막으로는 중고등학교 교재 내용을 바꾸려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 당국의 대응 자세를 보면 답답하지 않을 수 없다. 예전에도 외교부 당국자들에게 이런 수순들을 얘기해주면 "지금은 벌어진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하곤 했다. 지금까지 중국이 해온 것하고 행간에 들어있는 얘기들을 보면 이는 정해진 수순인데, 일어난 상황이 아니라고 해서 손놓고 있겠다는 것인지 답답하다. 이러한 대응자세 때문에 매번 판판이 당하는 것이다.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 한국 국내에서 여론화되기 전에 미리 중국 외교부에 못을 박아야 한다.

즉 '너희가 이렇게 하는 것은 학술 문제로 다루자고 해놓고는 정치적으로 처리하는 것'이라고 미리 못을 박아야 한다. 그래야 중국쪽도 조금 신중하게 한다든지 하게 될 것이다. 중국에서 이 문제는 정치문제가 아니라 학술문제라고 하니까 그대로 받아들이고 조용히 해결하려 했다가, 중국에서 세계문화유산에 고구려 유산을 등재하고 관영언론을 동원하니까 그때서야 뒤늦게 대응하는 식이니 계속 당할 수밖에 없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이 문제는 현재진행형이고 앞으로도 계속 나갈 것이다. 이러한 대응 자세가 제일 답답하다. 이러한 것은 이미 예견된 상황이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로,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것은 정부에서 하는 일이지 학술문제가 아니다. 학자들의 저술활동도 마찬가지다. 다 통제를 받으면서 저술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7월 중순 중국 집안과 환인을 다녀왔는데 경축행사도 공산당이 주도해서 하고 있었다. 중국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학술차원이라는 점은 말장난이다. 말장난에 놀아나선 안 된다. 앞서서 문제제기하고 쐐기 박을 것은 박고 그래야 한다. 이렇게 조치를 취했는데도 중국이 그래도 강행하면 좀더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하는 식으로 대응해야지, 문제가 터지니까 담당국장을 보내는 이런 식은 안된다.

***"북한 상황 이해해야"**

프레시안: 북한은 어찌보면 고구려사 문제에 우리보다 더 깊은 연관관계가 있을 텐데 북측 반응은 안나오고 있다.

여호규: 북한 상황은 이해해줘야 한다.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중국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상황으로 말하기가 힘들 것이다. 그렇지만 2003년 연말까지만 하더라도 <역사연구> 등의 잡지를 통해 북한도 기존의 입장을 강도 높게 주장하는 것을 봤고, 홍보잡지 등을 통해서도 고구려사를 우리 역사로 주장하고 있다. 북한내 학자들 사이에서도 토론회가 활발하게 개최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이처럼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 같으나 중국 정부에 공식적으로,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북한의 상황을 이해해줘야 한다.

프레시안: 중국의 전통 외교정책인 도광양회(韜光養晦) 등을 보면 이번 '고구려사 왜곡 문제'의 경우는 중국이 패권을 집착하고 있는 것을 드러낸 것이므로, 중국위협론을 경계하고 있는 중국정부로서는 실수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여호규: 중국외교정책는 내 분야가 아니지만 다만 이런 것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중국 소수민족 정책 등은 외교정책이라기보다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중국내의 변강지역 소수민족정책과 연관된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이 고구려 역사의 모국으로 존재하기에 외교적 현안으로 비화된 것이고, 중국은 한국이 이렇게 강력히 나올지는 예견하지 못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중국에게는 소수민족 정책과 관련된 것이다. 역사적으로 중국의 소수민족 정책은 소련과 비교하면 성공한 것으로 이런 차원에서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고구려는 중국의 만주지역 정책에서 중요할 수밖에 없다. 고구려는 만주지역을 처음으로 제패한 국가인 것이다. 그래서 중국 정부가 이 지역 역사를 서술할 때 중요시 하지 않을 수 없다.

프레시안: 중국 정부 내부에서도 고구려사 왜곡과 관련해서 이견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즉 지난 2월달에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그는 중국 정부도 이 문제를 학술적으로 접근하겠다고 했으나 두 달 후에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런 점을 보면 외교부 차원 이상의 층에서 대외관계를 아무래도 중시할 수밖에 없는 외교부에 압력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여호규: 그런 정치적인 부분은 잘 모르겠지만 이 문제를 주도하고 있는 그룹의 입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치적으로 경도된 주도 그룹에서도 이미 이 문제를 학술적인 문제로 다루어야한다고 주장하고 정치문제화해선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겉으로는 표현을 학술적 접근을 강조하지만 이미 내부적으로는 그들 스스로 정치문제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도 학술문제와 정치문제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래서 정치적인 목적은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대단히 고도의 표현들이다. 대외적으로는 학술문제이고 정치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고구려사 문제가 정치문제화된 것은 한국내 민족주의적 색채들이 강한 사람들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미 그들 스스로 고도의 표현을 사용해 정치문제임을 드러내고 있다. 즉 이들은 '학술탐구 대상으로 다루고 있다. 그렇지만 학술문제와 정치문제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민족단위 역사인식 뛰어넘는 계기돼야"**

프레시안: 동북공정 문제나 한일간 역사문제, 영토문제 등을 보면 동북아의 역사수준, 발전 수준은 유럽의 19세기나 20세기 초반의 상황과 유사한 것 같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오히려 동북아 역사는 후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호규: 미래지향적인 역사인식의 모색, 이런 차원에서는 이번 사건은 분명히 퇴보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도 민족단위의 역사인식을 뛰어넘는 적극적인 노력을 못해봤기에 이번 사건이 그런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나 싶다. 기본적인 입장은 나도 고구려뿐만 아니라 일종의 동북아시아 전체의 역사를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인식의 틀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고구려사 문제가 어떤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사를 놓고는 한중일 3국간 역사문제를 공유하기 위한 역사 연대 모임 등이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것이 가능한 것은 일본의 시민사회에서는 자국의 국가주의, 제국주의 역사관을 비판하는 단체들이 있고, 우리는 물론이고 중국도 국가차원에서 이러한 역사 문제에 대한 대응을 추진하고 있어서 역사의식을 공유할 수 있는 기반이 형성돼 있다.

고대사로 가서도 중국 내에서 이 문제를 공유할 파트너 등이 형성돼 있어야 한중일 3국간 논의틀이 마련될 수 있는데 중국에서는 국가주도로 추진하고 있으니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은 힘들 것 같다.

그렇지만 우리로서도 고구려사를 열린 자세로 인식해야 한다. 고구려사가 기본적으로는 한국역사의 기본 줄기를 형성한 것은 틀림없지만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고구려를 구성했던 종족이 한민족뿐만 아니라 여러 계통이 존재했고, 우리 역사상 보기 드문 국제적인 면모를 지녔던 국가라는 점에서, 고구려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역사로만 봐선 안 되고 동아시아 역사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들은 중국내 동북공정 주도그룹과는 일정정도 떨어져 있는 학자들과의 교류를 추진해야 한다. 물론 이들 학자들과도 현재 첨예한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런 문제로 직접적으로 교류하기는 힘들겠지만 7세기 수-당 전쟁 문제 등 당시 동아시아 국제질서 연구학자들과 교류하는 방식 등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 공유할 수 있는 인식의 틀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런 것을 점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고 폭넓게 우리 역사에 접근하려는 노력들을 현대사뿐만 아니라 고대사에서도 진행할 필요가 있다.

***"중국 먼저 열린 자세 보여야"**

그러나 중국 정부가 현재 동북아 공유의 틀이 아니라 그 반대로 나오니 우리로서도 반박 안할 수가 없고 시정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공유의 틀을 마련하자는 이런 목소리는 묻힐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가 어느 정도는 해결이 돼야 어떤 형태로 되건 동아시아에서도 다른 국제지역 블록처럼 지역경제권 등의 논의들이 활발히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느 일방이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동등한 구성원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역사를 존중하면서 역사를 공유할 수 있는 이런 인식들이 형성돼 있어야 한다. 유럽은 그리스-로마문화를 공유하고 있어서 이러한 점이 유럽 통합에 중요한 작용을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 경우에도 고대 중세시기 문화라는 것이 한족이 발달시킨 문화를 동아시아 3국이 공유하고 있는데 그런 점에서 중국이 먼저 열린 자세를 보여야 한다. 단순히 중국 문화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물론 처음에는 한족이 발전시켰지만 성리학 같은 경우에는 우리가 더 정교하게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동아시아 전체가 공유하는 새로운 역사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차원에서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프레시안: 고구려 연구재단에 대해 주문하고 싶은 점은.

여호규: 중국의 역사왜곡에 대해 고구려 연구재단 내부 인력만으로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학계의 전문가 풀을 활용하는 틀을 구축해야 한다. 정부의 각종 국책기관 내에도 이 문제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부분도 재단에서 중추적인 구심점이 돼서 묶어내는 일을 해야 한다. 정부 대응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도 이 기관에서 장기적인 대응책을 수립해서 정부에 조언하는 일들을 꾸준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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