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7일에도 "(지난해) 북미대화가 본격화되면서 남과 북 모두 북미대화를 앞세웠던 것이 사실"이라며, 북미대화의 진전이 없었고 이에 따라 남북관계도 악화된 것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했었다.
통일부와 외교부도 북미대화 중심 구도에서 탈피해 남북관계 발전 의지를 피력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새해를 맞아 정부는 북미 관계가 해결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특정 시점에 따라서는 북미가 먼저 나갈 수도 있고 또 남북이 먼저 나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너무나도 촘촘하게 짜인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우선적으로 남북협력 사업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 금강산 개별 관광, 비무장지대 유네스코 세계유산 남북한 공동 등재, 도쿄 올림픽 남북 공동입장 및 단일팀 구성과 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 추진 스포츠 교류 등이 이에 해당된다.
북한이 이에 호응하길 바라지만, 그 가능성은 극히 낮다. 핵심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정부 안팎에선 북한이 남한을 무시하고 막말을 퍼붓는 이유를 여전히 '하노이 노딜'에서 찾는다. 이게 큰 이유인 것만은 분명하다. 북한에겐 하노이 노딜도 충격이었지만, 그 여파 및 한미공조의 틀에 갇힌 남한이 남북경협에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한 것도 실망스러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실망감을 넘어 '배신감'을 품고 있다. 이 점을 이해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배신감의 원인은 2018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단계적 군축"을 추진키로 한 것과는 정반대로 문재인 정부가 역대급 군비증강을 추구해왔다는 데에 있다. 문재인 정부는 올해 국방비가 50조 원을 돌파한 것을 자랑스럽게 말했지만, 그럴수록 북한의 배신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약속한 것과 거꾸로 가고 있다고 여길 것이기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남한의 F-35 도입을 비롯한 대규모 군비증강을 목도하면서 자신의 위신과 국가전략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위신과 관련해서는 작년 7월 25일 문재인 정부를 향해 "하루빨리 지난해 4월과 9월과 같은 바른 자세를 되찾기 바란다는 권언"이 철저하게 무시당했다고 여기고 있다. 또한 국가전략과 관련해선 경공업 우선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간주한다. 제재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한의 군비경쟁과 경공업 발전 전략은 양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여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호응을 촉구하기에 앞서 우리가 해야 하고 또한 할 수 있는 일부터 찾아야 한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국방비를 내년부터 동결하겠다고 발표하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50조원 규모로 국방비를 동결해도 상당한 수준의 군비증강은 가능하다. 동시에 북한에 유의미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또한 남북관계 악재의 주된 원인인 F-35 도입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재검토의 방향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이미 확정된 40대 이외의 20대 추가 도입 검토를 중지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작년에 도입된 13대를 제외한 27대의 도입 시기를 1년 정도 늦추면서 이 기간을 남북대화 및 신뢰 회복의 시기로 삼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할 경우 국내 보수 진영 및 미국의 반발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게 두려워 이 정도도 하지 못한다면, 올해 남북관계도 '매우 흐림'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거꾸로 정부가 상기한 조치를 취하면서 국민들에게 잘 설명하면 반발 여론도 줄어들 수 있다. 미국을 상대로는 비핵화 분위기 조성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도 있다.
아울러 미국과 담판을 짓겠다는 자세로 대미 설득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대로 한미 군사 훈련을 중단하고, 역효과가 확실해진 대북 제재를 풀어가면서 비핵화를 도모하며,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이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기 위한 회담을 조속히 시작하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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