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미국 상원의원을 대통령 후보로 정식 지명하기 위한 미 민주 전당대회가 26일(현지시간) 나흘간의 일정으로 공식 개막됐다. 첫날 일정부터 지지 연사로 빌 클린턴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앨 고어 전 부통령,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등 민주당 '올스타'들이 총 출동, '케리-에드워즈'를 지지하고 대선 승리를 위한 민주당의 결속을 촉구했다.
***민주당 전당대회 올스타 총출연. 클린턴, "난 케리 보병"**
민주당 유력 인사들과 4천여명의 대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1만5천여명의 국내외 귀빈, 1만5천여명의 국내외 취재진으로 장사진을 이룬 미 민주당 전당대회가 26일부터 나흘간의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첫날부터 민주당은 유력 연사들을 대거 포진시켜 존 케리 상원의원 지지세를 확산시킨다는 계획을 잡았다. 이날에는 지난 2000년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패배 아닌 패배'를 당한 앨 고어 전 부통령과 지미 카터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연사로 참석했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힐러리 상원의원 소개로 등장, 이날 마지막을 장식했다.
이 가운데 단연 화제는 클린턴 전 대통령. AP 통신에 따르면 퇴임한지 4년이 지났지만 최근 자서전을 출간하며 재임기간만큼의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자신을 "케리 군대의 보병"이라고 분위기를 띄운 뒤 "미국인들은 그의 메시지에 따라 결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우리 민주당원들은 누가 좋고 나쁘고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고 번성하는 세계를 우리 아이들이 누리도록 그러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최선의 길이 무엇인지 주장하면서 '포지티브' 선거운동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원들의 환호성 속에 연단에 등장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도 "케리 후보의 당선을 위해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전당대회 주최측은 처음에 힐러리 의원을 연사 목록에서 배제했다가 다시 등재했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차차기를 노리는 힐러리 의원을 벌써부터 견제하는 것이 아니냐는 소리도 나왔었다.
***고어 전 부통령, "2000년 분노를 이번 대선 승리로"**
이번 전당대회에 남다른 소회가 있을 수밖에 없는 앨 고어 전 부통령은 "2000년 대선 결과로 민주당이 지금까지 참으며 가져왔던 분노를 이번 대선 승리의 힘으로 연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대선때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섰던 고어 전 부통령은 당시 플로리다에서 재검표까지 가는 접전끝에 대법원 판결로 부시 대통령에 패했었다.
그는 또 이번에는 민주당 선거운동 관계자들이 모든 표가 계산되도록 확실히 해야 한다"고 말하며 지난 대선을 떠올려 참석자들로부터 열렬한 박수갈채를 받았다.
고어 전 부통령은 또 "4년전 대선때 부시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들에게 진심으로 묻겠다"며 "당신들은 정말로 투표 당시 기대했던 것을 얻었나? 오히려 미국은 더 분열되고 역사상 가장 큰 손해를 본 것은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부시 실수와 오산으로 미국 고립"**
민주당 케리 후보 진영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부시 대통령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만 높이면 오히려 대선 승리 열쇠를 쥔 부동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 하에 '포지티브 연설'을 연사들에게 주문하고 여전히 유권자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케리 후보를 알리기 위한 연설을 부탁했었다.
이날 연설에 나선 카터 전 대통령은 이에 따라 부시 대통령을 직접 거명은 자제하면서도 "9.11 사건 이후 우리는 전세계적인 호의를 받았으나 34개월 동안 잇따라 발생한 실수와 오산으로 그러한 호의는 모두 탕진됐다"며 마찬가지로 부시 대통령을 겨냥했다. "테러와의 전쟁을 치루는 데, 필수적인 많은 나라로부터 미국은 고립됐다"는 것이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이어 미국을 테러의 위협에서 보호하는 데 있어 "케리 후보는 이미 베트남전에서 능력을 입증했었다"며 케리 후보를 한껏 치켜세웠다.
***매일 주제 달리해 화려한 연사 등장. 29일 케리 공식 대선 후보 지명 **
이러한 화려한 연사진은 오는 29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7일에는 케리 후보 부인인 테레사 하인즈 케리 여사, 테드 케네디 미 민주당 상원의원 등이 나오고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목하는 28일에는 에드워즈 후보 이외, 그의 부인인 엘리자베스 에드워즈, 빌 리차드슨 뉴 멕시코 주지사가 등장한다.
민주당 전당대회의 대미를 장식할 마지막날에는 케리 후보를 공식 민주당 대선후보로 지명하며 이 자리에는 케리 후보 이외, 케리 후보의 두 딸과 함께 메들린 울브라이트 전 국무장관과 다수의 상하원 의원이 나오게 된다.
또 매일 마다 주제를 달리해서 케리-에드워즈 팀을 강조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첫날인 26일에는 '미국의 미래를 위한 케리-에드워즈의 구상'이라는 주제 하에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이 27일 채택예정인 2004년 민주당 강령 내용을 각 분야별로 소개했다. 이 강령에서는 부시 정권의 일방주의를 비판하고 국제동맹 회복에 중점을 두고 있다.
둘째날은 '굳건함과 봉사의 삶', 28일에는 '보다 안전한 미국', 마지막날인 29일에는 '국내에서는 보다 강력하고 국제사회에서는 존경받는' 이라는 주제로 전당대회는 진행된다.
이러한 빡빡한 일정 속에서 민주당은 일일이 웹사이트(www.dems2004.org)에 연설 내용과 일정을 소개하고 동영상을 통해 생중계하는 등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민주당은 또 35명 이상의 정치 블로그 운영자들에게 언론 증명서를 발급하는 등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다각적인 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한편 부시 대통령과 오사마 빈 라덴의 연관관계를 폭로한 영화 '화씨 9/11'을 제작, 유명한 마이클 무어 감독도 이날 행사에 참석, "민주당원들이 기골을 가져 주었으면 한다. 모두 백악관의 허구에 진절머리를 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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