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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연기자의 눈물 "24시 대기에 밤샘 촬영, 물도 못 마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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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연기자의 눈물 "24시 대기에 밤샘 촬영, 물도 못 마셔"

[토론회]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 노동인권 개선 토론회

"저녁 9시 콜이었는데 밤 11시 다 되어 촬영이 시작됐어요. 같은 씬을 왼쪽, 오른쪽, 풀샷으로 7~8번 찍는 거였는데요. 그때가 한여름이었어요. 조명도 있고 해서 아이는 계속 덥다하는데 물 마실 시간도 주지 않고 계속 찍는 거예요. 2시간 넘게. 애 표정이 안 좋고 울먹거리니까 (스태프들의) 짜증과 욕설이 들렸어요" - 아동청소년 연기자 A 보호자

"촬영이 지방에서 진행됐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새벽에 촬영 끝나고 하루 20시간 일했는데 제가 받은 돈이 3만 원대였어요. 학생이고 어차피 따지지도 못할 테니 안 줘도 된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성인 연기자들이랑 같이 한 촬영은 돈이 많이 들어오지만 학생들만 나오면 출연료가 기본적으로 적어요" - 아동청소년 연기자 B

아동·청소년 연기자들의 노동인권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아동·청소년은 성인도 견디기 어려운 '과도한 촬영시간' '무리한 스케줄', '불합리한 임금 계산', '건강권 침해' 등 힘든 촬영현장을 버텨야 했다. 특히 아동·청소년 시기의 연예계 활동은 향후 데뷔나 성인 연기자로 진출을 위한 통로이기 때문에 쉽게 이의제기 할 수 없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14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 노동인권 개선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등 8개 단체로 이루어진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 인권보호를 위한 공동행동 팝업'과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주최했다.

실태조사는 아동·청소년 연기자 103명(여 66명, 남 37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5월 13일부터 6월 30일까지 이루어졌다.

눈에 띄는 부분은 '장시간·고강도' 노동환경이었다. 앞서 논란이 된 스태프들의 장시간 및 밤샘 노동은 연기자들은 물론 아동·청소년 연기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응답자들은 '장시간 촬영(대기 시간 포함)'여부에 대해 △12시간 이상~18시간 미만 36.89%(38명), △6시간 이상~12시간 미만 22.33%(23명), △18시간 이상~24시간 미만 21.36%(22명), △6시간 미만 3.88%(4명) 순으로 답했다. '24시간 이상'이라는 응답자도 3명이나 됐다.

'야간촬영 경험 여부'에 대해서도 68.96%(70명)이 "야간촬영에 참여해봤다"고 답했다. 야간촬영 시 동의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특별한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 43.29%(38명), △"동의를 수시로 구했다" 25.71%(18명), △"드라마 제작 초반 한번만 동의를 구했다" 18.57%(13명) 순으로 나타났다.

야간촬영 시 대기장소로는 △개인차량 63.01%(46명)이 가장 많았고 △촬영장 이동버스 15.07%(11명)가 뒤를 이었다.

'혹서·혹한기 등 악천후 시 촬영 여부'에 대해서도 67.96%(70명)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악천후 시 촬영은 "아무런 준비 없이 촬영이 강행됐다" 55.71%(39명)가 가장 많았다.

'폭력·선정적 장면 촬영 경험 여부'에는 "없다"는 응답이 84.47%(87명)로 가장 많이 나왔으나 △잔혹하거나 폭력적인 장면 7.77%(8명), △신체접촉 등 선정적 장면 1.94%(2명)도 있었다. 있다고 응답한 10명 중 2명은 "강요에 의한 촬영"이라고 답했다.

욕설 및 인격적 모독을 겪는 사례도 조사됐다. 18.10%(19명)는 "욕설을 들은 적 있다"고 답했으며 2.86%(3명)는 "외모지적 및 다이어트, 성형을 강요받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피해를 겪었다는 응답자 22명 중 75.00%(19명)는 '문제를 일으키기 싫어서' 또는 '캐스팅에 불이익이 갈까봐' 참고 넘어갔다고 응답했으며 관련기관에 신고한 경우는 한 명도 없었다.

드라마 제작 환경의 문제점으로 꼽히는 '출연료 미지급' 문제도 등장했다. 아동·청소년 연기자 중 약속된 출연료를 받지 못한 경우도 28.16%(29명)로 조사됐다.

아동·청소년 연기자의 건강권도 지적됐다. 69,90%(72명)이 "촬영 기간 동안 평균 수면 시간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특히 '드라마 촬영 후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병원을 방문해 심리치료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85.44%(88명)이 "있다" 85.44%(88명)고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종임 문화연대 집행위원은 "아역 배우들에 대한 처우문제가 가끔씩 언급되곤 했지만 성인 연기자의 성공과정 중 일부로 여겨졌다"며 "아동·청소년기가 매체를 비롯한 사회 자극을 예민하게 수용하며 성장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관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집행위원은 "BBC 제작가이드라인이 개인정보, 프로그램 성격에 대한 충분한 설명은 물론 프로그램 출연 이후 출연자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도록 한 것처럼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야한다"며 "신고가 어려운 아동·청소년 연기자 특성을 고려한 전담 감독관 파견제도 등을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김두나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용역제공에 참여할 수 있는 연령, 용역제공 시간, 휴식시간, 학업성취를 위한 조치, 계약조건, 금지행위 등을 자세히 다룬 구체적인 규정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휴식권을 비롯해 학습권, 건강권 등 기본권 보장의 기초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 ⓒ프레시안(조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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