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의 한 고위 외교관이 23일(현지시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외국 외교관으론 처음으로 무장저항세력에 납치됐다. 이라크 임시정부는 이집트에 파병을 요청하고 나섰으나 이집트 정부는 피랍사건 이후 재차 파병불가방침을 밝혔다.
***이집트 외교관, 이라크서 피랍돼. 납치세력, “미군과 협력해선 안돼”**
23일 아랍위성방송 알자지라에 따르면 자신들을 ‘알라의 사자여단’이라고 밝힌 이라크 무장저항세력이 모하마드 맘두 쿠틉 바그다드 주재 이집트 이익대표부 참사관을 납치했다. 이라크에서 외국 외교관이 납치되기는 외국인 납치사건이 발생한 이후 처음이다.
이날 ‘사자여단’ 무장단체는 알자지라에 비디오테이프를 보내 이같이 주장하고 “이번 납치는 아흐마드 나지프 이집트 총리가 이라크 임시정부에 이집트 치안 전문가들을 파견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발표에 대응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집트는 군병력 파병은 거부했지만 이라크 경찰 병력을 훈련시키고 보안 요원들을 보내겠다고 이라크에 제안했었다.
방송에서 쿠틉 참사관은 검은색 옷에 복면을 한 채 무기를 든 6명의 조직원들 앞에 앉아 있었으며 이들은 “이집트 대사관은 미군과 협력해선 안되고 갈등으로 무너진 이라크를 재건하기 위해서 이라크 국민들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쿠틉 참사관의 말은 녹음상태가 안좋아 들리지 않았으나 알자지라 방송은 “참사관이 납치범들로부터 좋은 대우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며 “그는 또 이집트 공관은 미군 주도 다국적군에 협력하지 않으며 이라크 재건 지원 임무만 수행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집트 정부, 파병 불가 방침 재확인. 이라크 임정, 이집트에 파병 요청**
자국 외교관 납치사건이 발생하자 이집트 정부는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아흐마드 아불 가이트 이집트 외무장관은 납치사건 발생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이라크에 이집트 군대를 절대로 보내지 않을 것”이라며 파병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다.
가이트 장관은 “쿠틉 참사관은 이라크와 이집트 국민 사이의 형제애 관계 건설을 돕기 위해 일해 왔다”고 강조했다. 쿠틉 참사관은 이라크 주재 이집트 이익대표부내에서 세 번째로 높은 고위 관리다. 이밖에 AP 통신에 따르면 이집트 이익대표부 관리들도 쿠틉 참사관의 납치 사실을 확인하고 “그는 모스크에서 예배를 드리고 나오는 순간 납치됐다”고 밝혔다.
한편 이에 앞서 이야드 알라위 이라크 임시정부 총리는 22일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을 만나 “유엔의 임무를 보호하기 위해 아랍국들과 무슬림들이 군대를 보내달라”고 요청했었다.
이번 납치 사건은 일반 국민이 아니라 이집트 정부 관리를 납치했다는 점에서 “이라크 국민들의 정부 정책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고 AP 통신은 전망했다. 통신은 이어 “많은 이집트인들과 아랍인들은 이라크인들이 미군 지지를 받고 있는 알라위 총리의 임시정부와 싸우는 것을 크게 격찬하고 있고 이집트 정부가 반아랍정책을 쓰는 미국편을 드는 것을 비난해왔다”고 전했다.
***이집트인 등 7명 납치한 무장단체 새 요구 내놔**
이집트 정부로서는 자국 국민이 납치된 데 이어 정부 관리가 납치됨으로써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집트인 한 명은 현재 인도인 3명, 케냐인 2명과 함께 납치돼 있는 상태로 이들을 납치한 무장단체는 이날 새로운 요구를 내놓고 참수시한을 48시간을 연장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들을 납치한 무장단체인 ‘검은 깃발(Black Flags)’은 “48시간 안에 쿠웨이트와 미국에 구금된 이라크인을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또 알자지라에 보낸 비디오테이프에서 이들을 고용한 “쿠웨이트 회사는 이라크 팔루자에서 사망한 사람들의 가족들에게 보상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팔루자에서는 미군 폭격이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지난 달에도 폭격으로 약 40명이 숨졌었고 지난 4,5월 ‘팔루자 학살’ 때는 1천여명 이상의 이라크인들이 사망했었다.
당초 이들 무장단체는 지난 21일 첫 요구사항에서는 “이들이 일하고 있는 쿠위이트 소속 회사가 이라크에서 철수하고 이들 국가들이 자국군대와 거주민들을 철수시키지 않을 경우 72시간마다 이들 인질을 한명씩 죽일 것”이라고 위협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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