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은 22일(현지시간) 3백49만평의 대체부지 면적과 전술지휘통제체제(C4I) 이전 방법 등에 합의, 용산기지 이전협상을 완전 마무리하고 새로운 포괄협정(UA) 및 이행합의서(IA)를 마련했다. 하지만 협상 결과를 둘러싸고 ‘전쟁에선 지고 전투에서만 이겼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고 특히 대체부지인 평택 주민들이 완강히 반대하고 있어 추후에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 양국, 용산기지 이전협상 완전 타결 **
FOTA 회의 한미 양측 수석대표인 안광찬 국방부 정책실장과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아태담당 부차관보는 이날 미 워싱턴 국방부 청사에서 제10차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회의(FOTA)를 갖고 대체부지면적 및 C4I 이전 방법 등 미합의 쟁점에 합의점을 도출, 완전 타결하고 새로운 포괄협정(UA) 및 이행합의서(IA)를 마련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국방부측은 이와 관련,“현지에서 아직 공식 브리핑이 없었다”며 “공식적인 확인은 아직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은 22, 23일 양 이틀간 열릴 예정이다.
우선 이번 회의에서는 지난 9차 회의에서 논란이 됐던 대체 부지 면적과 관련해 주한미군용 임대주택 부지를 포함해 3백49만평을 미측에 제공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안광찬 정책실장은 “미측은 부지규모가 줄면 주한미군의 추가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식으로 압박, 한때 협상분위기가 냉랭했으나 정부의 이라크 추가파병에 따른 국민여론 악화 등을 거론하며 미측을 끈질기게 설득해 양보안을 얻어냈다”고 밝혔다.
또다른 미합의 사항인 용산기지내 C4I 장비는 그대로 옮겨주고 재사용이 불가능하거나 이전비용이 비쌀 경우에는 대체장비를 제공하되 총비용이 9백만달러(약 1백4억원)를 넘지 않도록 정했다. 이와 관련 한국 측이 불필요한 비용을 부담하지 않도록 C4I체계 개선비용은 미군측이 부담토록 명시했다.
미측이 금년 2월 주한미군용 숙소 1천2백채를 무상으로 지어줄 것을 요구해 협상 결렬의 요인이 됐던 주택건립 문제도 용산기지 안에 있는 3백30여채만 한국측이 지어주고 8백90여채는 민간업체가 오산.평택 기지 영내에 건립하는 주택을 미군측이 임대하는 방식으로 하기로 했다.
시설과 용역 외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곳에서 비용요인이 발생하면 한국측이 부담토록 돼 있었던 ‘기타비용’ 조항도 감리.감독이나 행정비용 등 불가피할 경우에만 한국이 관련비용을 부담토록 하고 미측에 의해 소요가 제기되더라도 한미 양측의 공동검증 과정을 거쳐 타당성이 있다고 인정될 경우에만 기타비용으로 간주토록 합의했다.
이렇게 합의에 다다름에 따라 UA 는 법제처 심사와 대통령 재가를 거쳐 다음 달 중 국회에 제출돼 비준절차를 밟게 되고 IA도 동시에 국회에 보고된다. UA는 국회비준을 받아 한국 국방장관과 주한미군사령관이 서명하면 본격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타결 불구 논란 여전, ‘전쟁에선 지고 전투에서만 이긴 꼴’**
한미 양국이 이러한 내용에 완전합의함으로써 국회 비준절차를 통과하면 본격적인 이전준비에 착수할 것으로 보이지만 용산기지 이전협상 결과와 관련한 논란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에 작성한 UA 및 IA에서 "1990년 체결한 합의각서(MOA) 및 양해각서(MOU)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인 청구권과 영업손실 보상 항목을 아예 없앴고, 이사비용 현금 지급방식을 용역 제공으로 개선했으며, 건축기준은 미국방부 방식으로 고쳐 이전비용을 크게 낮춘 것 등을 들며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고 있으나 국민 인식과는 큰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전쟁에선 지고 전투에선 이겼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큰 부분에서는 미국측에 다 건네주고 작은 부분에서만 이득을 얻었다는 비판이다. 그러한 지적이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이전비용을 거의 모두 우리가 부담한다는 내용이다.
국방부는 과거부터 계속 기지이전을 한국쪽이 먼저 요구했으며, 1990년 합의도 있었으므로 한국 부담이 당연하다고 주장해 와, 협상에서 단 한차례도 이전비용 전액부담의 부당성을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재와 1990년 이전 사유는 크게 달라져 있는 상태다. 지금은 오히려 미국측의 해외주둔미군재배치 계획에 따라 미국이 이전을 원하는 측면이 상당히 강하다는 평가다.
이번에 3백49만평으로 타결지은 대체부지 면적에 대해서도 지난 1월 6차 FOTA회의에서 잠정적으로 3백12만평에 합의한 바 있어서 오히려 실패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측은 막판에 합의를 번복, 연합사 및 유엔사를 이전대상에 포함시켜 대체부지로 최소 3백60만평을 요구했고 이에 우리측은 3백30만평을 제안했었다. 그후 절충을 거쳐 미국측 요구에 가까운 3백49만평으로 합의를 본 것이다.
그러나 현 주한미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만2천5백명의 주한미군 감축안이 나온 상태에서 오히려 부지를 줄이는 것이 더 타당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이번 협상에서 간부 숙소 건설 규모와 관련해 한국측이 3백30여채만 ‘미국표준’아니라 ‘미 국방부’ 기준으로 지어주기로 해 또다른 성과로 강조하고 있지만 어차피 미국식 건축이면 평당 건축비가 평당 1천만원으로 나타나 국내 아파트 건축비 3백만~4백만원을 훌쩍 넘어서는 규모다.
***평통사, "우리가 비용 다되고 오히려 한반도 평화는 더 위협"**
이러한 성과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용산기지 이전협상 타결 내용은 이제 국회 비준으로 넘어가게 됐다. 그러나 22일 국회의원 63명이 감사원에 이전비용 문제 관련 감사청구를 요구하고 나섰듯이 순탄하게 진행될지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평통사’ 등 시민단체들도 용산기지 이전협상 관련 ‘굴욕적인 용산기지 이전협상 타결 및 가서명 반대’ 등을 강하게 외치고 있어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평통사는 23일 3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일방타결 무효화를 외치는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평통사 관계자는 “이번 부지 면적 등 협상을 보면 미국의 GPR 계획에 따라 장기주둔을 위한 것이며 미 필요에 따라 하는 것임이 드러났다”며 “우리가 전액 부담하면서 진행하지만 오히려 한반도 평화에 거꾸로 더 위협이 되는 상황이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대체부지 지역인 평택 주민들은 여전히 강한 반대 여론을 펼치고 있어 대체부지 매입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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